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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 vs "고통 강요"… 코로나19 극복 '급여 반납' 두 목소리

입력 : 2020-04-04 12:00:00 수정 : 2020-04-04 23: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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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등 정부 고위층서 '급여 반납' 운동 시작 / "공직사회 전반 확산해야" 발언 하위직급 공무원에 부담 / 공무원 노조 "위기 때마다 '고통 분담'이라는 미명 하 공무원을 희생 도구 삼아" / 공기업 내부에서도 "직원들 쌈짓돈으로 생색" 불만 / 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지적도

정부 고위층에서 시작된 ‘급여 반납(동결)’ 움직임이 민간기업까지 미치는 분위기다. 지난달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장·차관급 고위공무원 등이 4개월간 ‘월급 30% 반납’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 김준성 전남 영광군수 등 기초 자치단체장들도 이에 동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감 속에 공공부문이 ‘고통 분담’ 총대를 멘 뒤 임금 반납운동은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공직자들의 임금 반납에 ‘솔선수범’이라는 칭찬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고통 분담’이라는 명분으로 급여 반납이 강요받는 분위기가 썩 유쾌하지 않다”는 공무원과 직장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달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봉인데 위기 때마다 주머니 털려” 공무원들 불만

 

이번 급여 반납 조치에는 18개 중앙부처와 5처·17청·2원·4실·6위원회 등 52개 중앙행정기관의 모든 정무직 공무원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약 140여명으로 매달 4억5000만원, 4개월간 20억원 가까이 확보된다. 동참 의사를 밝힌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더하면 4개월간 최소 5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대가 모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모금된 급여 삭감분은 국고로 반납되며,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사용된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고통분담에 앞장서는 모습 칭찬한다”, “국민을 위하는 모습”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급여 반납이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은 하위직급 공무원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무원의 임금 인상률은 물가와 성장률 등을 종합 검토하여 예산편성 과정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시작한 월급 반납이 공무원들의 월급 동결 당위성 확보를 위한 선제 움직임 아니겠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30대 지방공무원 A씨는 “공무원 손에 쥐어지는 건 쥐꼬리 월급인데 위기 때마다 주머니를 털려는 압박이 들어온다”며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도 공무원은 제외되는 분위기더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도 늘었는데 고통 분담도 늘 만만한 공무원부터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공무원의 임금동결이나 삭감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걸로 안다”면서도 “이를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공무원 제1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급여 반납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임금 동결 여론몰이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현행범상 공무원 임금은 표준생계비와 물가 및 민간의 임금수준을 고려해 결정하게 돼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고통 분담’이라는 미명 하에 공무원을 희생의 도구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다음은 민간기업?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속수무책’

 

공무원 다음으로 공기업도 정부시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한국은행 등은 임원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 내부에서 잡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수원은 앞서 ‘임금 반납을 위한 동의서를 4월초 받겠다’며 내부공문을 돌렸는데 임원은 4개월간 월 급여의 30%, 1~2직급은 10~30%, 3직급 이하는 1~30%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게 했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공기업으로서 코로나19 고통 분담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원들의 쌈짓돈을 모아 회사에서 생색내듯 지역에 뿌리는 방식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통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공기업 근로자의 경우에는 쉽게 임금을 깎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 97조에 따르면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으로 근로계약을 해서는 안된다. 근로시간, 임금 등을 정해놓은 기업의 취업규칙에 따라 노사 간 단체협약(단협)을 무시하고 익금을 삭감하는 것은 위법이다.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다만 코로나19 위기로 매출 급감 등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 경우 노사 합의로 임금 삭감을 결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노조가 없어 노사 간 단체협약을 맺지 않은 소규모 영세 사업장은 사측의 임금 삭감 방침을 저지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영세 사업장에서는 매출 하락에 의한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월급 삭감을 통보하더라도 개별 근로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산그룹이 전체 임원 급여의 30%를 삭감하는 등 민간기업도 급여 반납 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급여 반납 운동이 민간기업에 전방위 확산할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속에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기관장들처럼 여유 있으면 얼마든지 동참하겠다. 애먼 서민 월급쟁이들만 지옥 보겠네(whqh****)”, “국민들 월급은 건드리지 마(wjda****)” 등 직장인의 급여 삭감을 걱정하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민간기업에서 월급을 깎으면, 그 돈이 코로나19를 위해 쓰이겠느냐”며 “오히려 인건비 경감으로 사주들 배만 불려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 ‘소비 활성화와도 안 맞아’ 지적도

 

공교롭게 제21대 총선을 앞둔 시점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고위 공무원들의 임금 반납이 시작됐고, 아울러 국회의원들의 세비 반납까지 이어지면서 ‘포퓰리즘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을 불렀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한달치 세비 전액을 내놨고,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잔여임기 세비 전액을 기부했다. 민병두 무소속 의원은 남은 임기 세비 90%를 반납하기로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1인당 100만원씩 총 1억여원을 코로나19 성금으로 냈고, 정의당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세비 30%를, 더불어민주당도 세비 50% 기부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등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급여 반납 운동의 확산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고통분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임금반납 운동으로 이를 민간부문에까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급여 반납을 독려하기보다 고위층의 임금 반납에 그치는 것이 코로나19 극복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민간기업 CEO들이 먼저 급여 반납에 나서지 않았나.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포퓰리즘보다 관료주의적 발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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