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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못 받나”… ‘중구난방’ 재난지원금에 일부 지역 ‘박탈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4-04 17:05:41 수정 : 2020-04-05 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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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코로나19 생계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1인 가구 코로나19 지원금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것이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3분의 2가량이 나온 대구시 홈페이지의 시민 게시판에는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시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위소득 100%(1인 기준 월 175만원)이하 시민을 대상으로 ‘현금성’ 재난지원이 이뤄져 이를 받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처럼 차별 없이 다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방자치단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전 구성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상북도 홈페이지에는 “경기도가 부럽다”며 “도민 중 몇 퍼센트가 혜택을 받는지 궁금하다”는 불만 글이 올랐고 또 다른 도민은 “살고 있는 도시마다 생활지원금 받는 금액이 다 다르다”며 “도정이 한탄스러워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19에 따라 고통을 겪고 있지만 지자체 및 기초단체별로 재난지원금의 기준과 금액 등이 달라 형평성과 차별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정부가 고민하는 사이 지자체별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 등 정책은 제각각

 

정부는 재난 사태에 소득기준 등 조건 없이 모두에게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을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보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개념에는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경기도 등에서 실시하는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재난상황에 따라 ‘일회성’으로 지급된다. 반면 ‘재난지원금’의 경우 일회성, 현금성 지원은 재난기본소득과 개념이 같지만 소득, 재산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이 다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따른 현금성 지원은 지난 2월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코로나 경제위기에 ‘재난국민소득’을 50만원씩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부터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 지자체가 나서 “전 국민에 현금성을 지원을 하자”는 내용의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본격화했다.

 

정부는 예산에 따른 우려로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다가 지난달 30일에야 소득 하위 70% 기준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지자체와 기초단체는 ‘재난국민소득’ 또는 ‘재난지원금’ 형태로 제각각 현금성 지원 정책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표적으로 경기도는 지난달 24일 전 도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기초단체들도 앞 다퉈 모든 시민에게 추가 현금성 지원을 하는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3일 기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남양주, 구리를 제외한 모든 기초단체가 추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특히 포천시의 경우 시민에 1인당 4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1인당 10만원과 정부의 4인 가정기준 ‘재난지원금’(100만원 중 중앙정부 부담분 80%)을 중복지원 받으면 4인 가정 기준 총 28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다른 지자체 지역에서 기초생활수급 4인 가정이 정부의 긴급지원금 100만원과 추가지원을 받는다 해도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는 ‘역차별’ 문제도 지적됐다.

 

◆ “어디는 많고 어디는 적고”…형평성 지적 잇따라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지급기준에 따라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을 형평성 있게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부산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구청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형평성 논란이 있는 만큼 모든 시민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북 지역 76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 등으로 이뤄진 ‘시민사회단체 연대’도 “경북도와 경북의 23개 시군은 선별적 지원 대책만을 내놓을 뿐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소수를 위한 ‘복지’의 차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경제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경제는 순환으로 소비를 하면 상대방에게는 소득이 산출되는 메커니즘인데 그 핵심적인 기재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이를 강력하게 촉진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해서 비슷한 기준에 따라서 배분돼야 하는데 경기도는 많고 어디는 적고 이런 것은 중앙정부가 협의를 해서 최대한 균등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지난달 소득을 기준으로 하위 70% 가정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기준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블로그 글을 통해 “지금 상황이 긴급하고 (지급) 당사자들의 소득 및 재산 상황을 엄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데에는 기재부도 동의한다”며 “소득이라는 지표 자체가 불완전한 지표로서 긴급성 때문에 사용하는 것인데 이 불완전한 지표에 근거하여 (재난지원금 지급에) 차등을 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내 한 건물에 걸린 임대 안내문. 연합뉴스

◆ 정부가 지자체에 넘긴 재난지원금 20% 부담…가난한 지자체에는 엎친 데 덮친 격

 

지자체가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현금성 지원 정책을 발표한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에 들어갈 재원 9조1000억원 중 20%를 지자체에 부담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서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 지원금을 포기하고 정부 지원금으로 대체하기로 해 지자체별 지원 수준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북도는 ‘충북형 긴급재난 생활비’를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세종시도 부족한 예산에 소득하위 50%를 대상으로 했던 ‘긴급재난생계비’를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중복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결국 중복지원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지자체와 지원금 차별 논란이 거셀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주민이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하기 전에 이미 지자체에서 했던 정책들을 검토해서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했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결국 이처럼 혼선이 빚어져 급조된 정부 발표가 선거용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도 “재난지원금에 있어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사전 협의안에 감당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한 정책을 펼쳤어야 했다”며 “정부의 이번 정책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결국 정부가 소득을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이렇게 되면 유리지갑인 사람은 못 받고 월급쟁이보다 훨씬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받는 감춰진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가려내기 위해 평가기준을 높이면 배보다 배꼽이 크게 되니 차라리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가진 자에게 세금을 받는 구조가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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