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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날아올까”…미군 정찰기 한반도 출현 잦아진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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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5 08:00:00 수정 : 2020-04-05 0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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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U-2 정찰기가 정찰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올해 초 잠시 주춤했던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출격이 빈번해지고 있다. 보건 관련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주한미군은 북한이 최근 미사일과 방사포를 잇따라 발사하자 북한군 동향 파악을 위해 각종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투입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미국 해군 정찰기 EP-3E가 수도권 상공 등을 비행했다고 1일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이 공개하는 등 정찰활동이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미 본토나 주일미군에서 날아온 전략정찰기들이 외부에 주로 노출됐지만, 최근에는 비행에 나서는 정찰기 기종이 다양해지고 빈도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보 은폐로 정평이 난 북한의 내밀한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미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군 RC-12X 정찰기가 정찰임무를 마치고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해에서 강원도까지…한반도 ‘종횡무진’

 

올해 들어 한반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미군 정찰기는 RC-12X와 EO-5C다. 주한미군에서 운용중인 두 기종은 소형 프로펠러기 정찰기로 높이 날지 못해 넓은 지역을 정찰하지는 못한다. 대신 매일같이 수도권과 서해, 충청도, 강원도 등 한반도 중부지역으로 출격해 정찰활동을 진행, 주한미군의 ‘눈과 귀’ 역할을 하고 있다. 

 

가드레일(Guardrail)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RC-12X는 주한 미8군 501정보여단 3정보항공탐색분석대대 소속으로 무선교신을 포함한 전자정보를 수집하는 항공기다. 정확한 성능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군단급 부대에 표적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미 육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초에 처음 등장한 이후 성능개량을 거듭한 덕분에 다양한 주파수에서 발신되는 무선교신과 전자신호를 수신하는 능력을 크게 높였다. 

 

미군 EO-5C 정찰기가 비행장에 주기된 채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한반도에서는 휴전선 이북에 있는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하고 각종 전자신호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해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망망대해에서 제3국과 북한 선박이 환적을 하려면 무선교신으로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RC-12X의 우수한 전자신호 감청 능력이 북한 해상환적 감시에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크레이지 호크(Crazy hawk)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EO-5C는 1996년 개발되어 실전배치된 기종이다. 동체에 고해상도 지상감시레이더를 장착해 지상 표적의 특징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동하는 표적도 포착이 가능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보수집 진행했으며, 한반도에서는 휴전선 일대 북한군 갱도진지 등을 감시하는데 쓰인다. 

 

기종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찰 목적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도 있다. 항공기의 비행궤적을 추적하는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는 자정을 전후로 수도권 남부와 충청, 강원 중남부 지역 상공을 맴돌며 비행하는 미상의 항공기가 종종 포착된다. 일반적인 정찰비행 항적을 보여주는 이 항공기를 놓고 미군 정찰기라는 추측이 많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RC-135W와 EP-3E, U-2, 글로벌호크 등 미 공군과 해군 정찰기들도 한반도에서 정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산 주한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U-2는 고도 20㎞ 상공에서 7~8시간 비행하면서 휴전선 이북의 북한군 동향을 감시한다. 영상정보와 전자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글로벌호크 고고도무인정찰기가 배치된 이후에도 정찰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해군 소속인 EP-3E는 해상에서의 전자정보 수집을 담당한다.

 

미군 U-2 정찰기가 오산 주한미공군기지에서 정찰임무 수행을 위해 이륙 전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간에 노출되는 정찰기…의도는

 

한미 군 당국은 공중충돌 방지와 연합작전 등을 위해 미군과 한국군 정찰기의 활동을 파악하고 있다. 오산에 있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의 항적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정찰기들의 한반도 동향에 대해 주한미군과 한국군 당국은 군사보안을 이유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찰기 관련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은 트위터로 몰려든다. 트위터에는 미군 정찰기의 움직임을 전하는 민간 계정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항공 신호 수신기와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등을 분석, 한반도와 남중국해, 일본, 중동, 유럽 등에 나타난 미 군용기를 포착한다. 이후 해당 군용기의 위치와 항적, 고도 등의 정보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일반인들과 공유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트위터 계정은 에어크래프트 스폿이다.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에 나타난 미군 정찰기와 폭격기의 움직임을 정확히 전하는 것으로 유명한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언론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유명하다. 노콜사인은 한반도 상공에서 제한된 정보만 공개한 채 정찰비행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항공기까지 추적한다. 이외에도 캐나디안 스카이와쳐와 밀레이더, 블루스카이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군용기 추적 계정이 활동중이다. 캐나디안 스카이와쳐는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 주요 지역의 군용기 항적을 공개하고 있으며, 밀레이더는 유럽 지역에서의 동향을 주로 소개한다. 

 

미 공군 정비사들이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에 케이블을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민간에서 군용기 추적이 가능한 것은 미군 정찰기나 폭격기가 고도, 속도, 항적 등의 정보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찰기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반도에서 포착된 미군 정찰기들이 북한군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면서 강도 높은 정찰 활동을 펼쳐 북한 도발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군 정찰기가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게 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행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 무력시위를 하지 않고도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무력시위는 폭격기가 주로 담당한다는 점에서 민간 항공기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수도권은 인천 및 김포국제공항을 드나드는 민간 항공기가 많은 곳이다. 공중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높다. 항공기 공중충돌은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는 초대형 항공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공항 인근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는 자신의 위치를 다른 비행기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군 관제요원들이 P-8A 해상초계기에서 해상 정보를 살피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군 정찰기의 활발한 비행은 대북 정보수집에서 정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드러낸다. 외국인 입국과 활동이 매우 제한적인 북한을 상대로 미국은 첩보원에 의한 정보수집이 쉽지 않다. 북한 권력층 인사 포섭도 어렵다. 냉전 시절 공산권 국가를 상대로 사용했던 관영 매체 보도 분석이나 탈북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있지만 양적, 질적으로 부족하다. 북한 내부에서 주고받는 통신 내용을 엿듣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이유다. 이같은 필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비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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