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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마스크 권고’ 나선 서구… 입장 선회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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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01 13:13:03 수정 : 2020-04-01 13: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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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미국 뉴욕시 명소 센트럴파크에 설치된 야전병원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의료진들이 진료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68개 병상을 갖춘 이 야전병원은 이날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뉴욕 AP=연합뉴스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이 뒤늦게 일반인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마스크를 꺼리는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입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美, 일반인 마스크 착용 권고 논의…트럼프 “스카프 강추”

 

31일(현지시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18만6265명, 사망자 3810명으로 세계 최다 감염국인 미국은 이제서야 의료진이 아닌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 코로나19 TF 내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이 TF에서 매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CDC는 최전선 의료인들을 위해 마스크를 비축해 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 내 일반 대중 간 확산이 심각해지자 이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관련해 향후 2주가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스카프가 매우 괜찮다”며 “(얼굴을 가리기 원한다면) 나쁠 것이 없다. 나는 그러라고 할 것이다. 다만 마스크를 구하기보단 스카프를 사용하라”고 말했다.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 힘들다 보니 스카프라도 마스크 대용으로 쓰도록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개의 마스크를 만들고 있지만 이 마스크들은 병원으로 갔으면 한다”며 “사람들이 병원과 마스크 확보 경쟁하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인 1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힘든 2주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지난 29일 N95 보건용 마스크를 살균해 20회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승인하기도 했다. 마스크 부족 현상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곳곳에서 ‘마스크 의무화’ 줄 이어

 

여전히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진행 중인 유럽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국가와 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의료진이 아니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입장, 마스크 착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서구 문화 등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독일 동부 할레의 한 주차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 의사가 방문 차량 운전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할레 AFP=연합뉴스

독일 동부 튀링겐주 예나시는 31일 마트와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마스크가 없다면 스카프 등으로 코와 입 등 호흡기를 가려야 한다.

 

예나 당국은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동체 연대 의식에 호소하기까지 했다. 일반 시민들이 가족과 이웃을 위해 마스크를 자체 제작해 사용해달라는 요청이다.

 

독일의 질병관리본부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여전히 마스크 의무화에는 부정적으로 답했지만 시민이 자체 제작한 면 마스크 등이 유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클라우스 라인하르트 독일의사협회 회장도 최근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착용에 찬성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지난 3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트와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체코에서는 지난 19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WHO는 여전히 마스크 효과에 “부정적”…결과는 정반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주요 예방책으로 내세운 아시아는 물론 서구권까지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WHO의 입장은 한결같다.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데 유용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의료진 마스크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마스크 수요를 억제하려는 의도가 읽히지만 이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명피해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이었던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대만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무증상 전파가 심각한 코로나19 특성상 감염 예방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이 늦어져 확산을 키웠다는 평가에 이어 WHO의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앙제 인근의 한 의료용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프랑스에서 의료용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올해 말까지 의료용 마스크 생산의 완전 독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파리 AP=연합뉴스

◆프랑스 ‘마스크 대란’에 마크롱 “연말까지 마스크 공급 완전독립”

 

프랑스는 의료용 마스크를 시중에서 구입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타이어, 자동차부품공장까지 동원돼 마스크 생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프랑스는 중국과 마스크 10억개 공급 계약을 맺고 초기 물량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올해 말까지 의료용 마스크 생산의 ‘완전독립’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프랑스 내 4개 의료용 마스크 공장 생산량을 현재 주당 330만개 수준에서 한 달 뒤에는 1000만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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