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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성범죄 전문가 조진경 대표 “피해자가 자기 탓으로 여기면 신고못해…잘 타일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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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31 07:47:05 수정 : 2020-03-31 09: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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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본인이 숨어요. 숨어야 할 이들은 가해자다. 피해자가 숨는 게 아니라 성범죄자들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31일 세계일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에 경종을 울렸다.

 

이 대표는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위로하는 한편 이처럼 범죄의 나락에 빠지지 않기 위한 사이버 성범죄의 예방과 대응법을 조목조목 전했다. 

 

그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선 재력가나 변호사 등을 사칭한 범죄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주지 말아야 하며, 피해를 봤다면 혼자 대처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이 대표는 피해 청소년의 보호자들에게도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이 큰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피해가 일어나더라도 아이를 탓하거나 혼내지 말고 타일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어떻게 접근해 오는가?

 

“(범죄자는) 아이들이 페이스북 등에 통해 기록해 놓은 일상을 주의 깊게 보면서 최대한 친근하게 접근해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은 (범죄자가) 말을 걸어오면 ‘무장해제’가 된다. 또는 ‘이벤트에 당첨됐으니 사진을 보내라’, ‘본인인지,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접근하는 이도 있다. 변호사를 사칭해서 ‘누군가가 너의 신체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신고했다. 빼내 줄 테니까 나에게 네 신상정보를 줘’, ‘사진을 보내줘’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굉장히 다양한 수법으로 아이들에게 접근을 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수위를 계속 올리는데, 사실 보이스 피싱과 똑같다. 정확하게 심리를 꿰뚫어서 피해자를 성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사이버상은 익명을 전제로 해 그런 위험성이 언제든 존재한다는 것을 아동·청소년이 알았으면 좋겠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단 사진을 보내라고 하면 성범죄자라고 여기고 절대로 보내면 안된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보냈는데, 상대가 돌변하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진 보내는 것을 절대 거절을 하고 ‘경찰한테 신고를 해야겠다’고 밝혀야 한다. (피해자는) 사진이 유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막기 위해 (상대 요구에 따라) 사진을 더 보내는데 결국엔 다 유포된다. 한 장일 때와 열 장일 때 지우는 게 다르다. 만약에라도 유포가 되더라도 지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더 보내라는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하지 말고 전문기관과 같이 해야 한다. 경찰 등 전문기관이 끼면 (피해자를) 마음대로 못한다. 우리 기관에는 변호사만 50명이 넘는다. 법률 전문가들이 1대 1로 매칭이 된다. 심리 상담도 해준다. 신체적인 피해가 있다고 한다면 전문가와 동행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증거물을 확보해준다. 상대방이 아무리 포악하고 지능적이라고 하더라도 ‘우린 집단이야’, ‘우린 노하우가 있어’라는 확신을 상대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절대로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우리 사회에는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다. ‘니가 잘못했으니까 여기까지 왔지’, ‘니가 조신했어봐’, ‘니가 왜 사진을 줘’ 이런 생각을 피해자 스스로도 한다. 피해자 본인이 자기 탓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신고를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기 탓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다른 이들이 피해자더러 ‘네 탓’이라고 이야기해서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만연 되어 있는 분위기가 내면화돼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우리 센터에 많은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대부분은 자식 탓을 한다. 한 부모는 ‘이 아이가 노출에 대한 욕구가 커서 정신병원에 데려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런 엄마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하겠느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모르는 이들이 너에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할지 모르니까 공개할 수 없는 사진에 대해서는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하지 마라’고 타이르며 잘 교육해야 한다. 반대로 ‘네 책임이야. 그걸 너가 왜 올렸어’, ‘네가 그러니까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 이러면 성범죄 피해를 막을 가 없다.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크고 이성과 만나고 싶어한다. 뭔가 사진으로 찍어 두고 싶은 욕구도 있다. 이런 게 없으면 그 나이엔 더 이상한 것이다. 그건 잘못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를 성범죄에 이용하는 게 문제다.”

 

장혜원 온라인뉴스 기자 hodujang@seg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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