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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걱정에 대인기피증까지… ‘심리적 방역’ 절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08 18:11:25 수정 : 2020-03-11 17: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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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갇힌 일상… 공포·우울 호소 / 보육·일자리·가계 불안에 잠 못자 / 확진자 많은 대구는 상황 더 심각 / 상담 부쩍 늘어… “불안이 불안 키워” / 사회적 거리 두되 마음거리 좁혀야
지난 5일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4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며칠 전부터 목이 따끔따끔하고 잔기침이 자주 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그는 상담요원으로부터 “해외에 다녀온 적도 없고 확진자 동선과 겹치지도 않네요. 정 불안하면 병원에 가보세요”라는 말을 들은 뒤 통화를 마쳤다.

생후 13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권모(35)씨는 코로나19 사태후 주부습진에 걸렸다. 혹시라도 균이 묻었을까봐 염려해 손을 너무 자주 씻은 탓이다. 권씨는 “생후 1년이 막 지난 아이도 감염됐다는 뉴스를 보고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습진이 심한데도 피부과 가는 것이 불안해 보습제만 바른다”고 토로했다.

 

 

◆대구 첫 확진 후 상담문의 4.2배 껑충 뛰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으로 불안, 우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민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강박’에 따른 상상 증상이 태반이다. 특히 8일 0시 기준 사망자 33명을 포함해 확진자가 5400명에 육박하는 대구는 심각한 상황이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뿐 아니라 당사자 가족, 의심증상자 등을 상대로 하루에만 수천통의 전화·문자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감염병 장기화 여파로 보육·일자리·가계 등의 불안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심리적 방역’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3만3000여건(전화 1만2000여건, 문자 2만1000여건)의 코로나19 관련 상담문의를 접수했다. 상담문의 전화만 하루 1710건꼴이다.

 

취업준비생 박모(34·여)씨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18일부터 집에서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공부도 못해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든다”고 하소연했다.

 

◆“취미생활 즐기며 안정 찾아야”

 

김정은 대구시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사람 만나기가 무섭다’ ‘확진자와 접촉한 것 같다’는 등 입원대기 환자부터 시민까지 불안, 수면장애, 공포감 등을 호소하는 상담 문의가 하루에 수천건씩 접수된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확진자와 가족, 시설 입소자, 각 시·도 고위험군 상담을 전담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국립정신건강센터에도 전화가 빗발친다. 이들 센터가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접수·상담한 코로나19 관련 문의는 1만5006건. 대구 확진자 발생 전인 지난 1월29일∼2월14일 진행한 심리상담(3594건)의 4.2배에 달한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사람이 불안감을 가지면 그쪽으로만 온통 신경이 쏠린다”며 “불안이 불안을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접수된 코로나19 관련 상담 문의는 총 1767건이다. 확진자·가족 2명을 뺀 1765명은 격리자 229명, 일반인 1536명으로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시민이 대다수였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상담문의 내용의 약 40%는 불안과 수면장애 등 코로나19 관련 심리적 스트레스였다”고 전했다. 손영수 동대문구정신건강복지센터 마음건강팀장은 “병원 내 감염이 주였던 메르스 때와 달리 코로나19는 지역사회에서 확산하니까 불안감이 팽배한 거 같다”고 말했다.

 

◆“마음의 거리 좁혀야… 격리·완치자에게 응원을”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행 시 일반적 수준의 불안감과 약간의 스트레스는 정상적 반응이라며 굳이 두려워하거나 감출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또 코로나19에 온통 신경 쓰기보다는 취미생활을 하거나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 심리적 방역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심민영 부장은 “한 발은 일상에 두고 또 다른 발은 긍정적인 무언가에 걸치고 있어야 정신 건강에 좋다”며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그림 그리기 등 혼자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게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격리자에게 가족과 친구 등 지인이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이종훈 대구시통합심리지원단장은 “가족이나 지인이 격리돼 있다면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묻고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하라”고 말했다. 강재명 경북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마음의 거리 좁히기 운동도 펼쳐야 한다”며 격리자나 주변 사람에게 영상통화나 소셜미디어로 ‘힘 내라’고 응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심 부장은 코로나19를 이겨낸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쾌한 사람들이 토로하는 공통적인 스트레스는 다른 사람에게서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라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완치자를 보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민섭·김유나·배소영·권구성 기자, 대구=김덕용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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