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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멈춰 세운 국회…“택시가 느끼는 박탈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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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5 07:30:42 수정 : 2020-03-05 09: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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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간사 송기헌 “택시 서있는데 타다 타면 택시 박탈감 느껴” / 목포엔 타다 없는데…박지원 “타다법 통과시켜 제발 살려달라 읍소해“ / 미래통합당 오신환 “타다 내버려 두면 독점적으로 운영할 것” / 타다 투자길 막혔는데도…박주민 “이 법에 따라 타다 운영할 수 있지 않나” / 문재인 대통령 “타다 등 혁신 영업 잘되도록 최선”, 거부권 행사할지 촉각

국회가 4일 합법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던 특정 기업을 멈춰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특정 기업을 겨냥한 소급입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른바 타다금지법이라고 불린다.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는 수도권 주민 170만명이 이용중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찬반양론이 뜨거운 가운데 법사위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강행처리하면서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후 타다가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자 최후 관문격인 법사위 의원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사위 내에서 이 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민생당 채이배 의원뿐이다. 두 의원은 비례대표로서 지역구의 조직된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일부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 내 택시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통과를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4일 서울 시내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허정호 선임기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인 가운데 4일 서울 시내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2020.03.04/허정호 선임기자

◆누가 어떤 논리로 타다금지법을 찬성했나

 

택시는 2년 전 택시·카풀 서비스 논란 때부터 정치권에 조직된 힘을 과시하며 표로 압박했다. 이 때문에 1·2당 주요 의원들은 대부분 택시 측에 서서 이들의 입장을 옹호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일부 의원의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 원주을이 지역구이자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현 상태로 방치하면 실제 서울시내 가보면 택시 줄 서있는데 타다 와서 손님 싣고 간다”며 “실제 손해가 얼마든 택시종사자 느끼는 박탈감은 굉장히 크다”고 택시 편에 섰다. 이에 한 여권 관계자는 “택시의 승차거부가 나아지지 않고 있고, 반면 타다는 조금 가격이 더 비싸지만 승차거부가 없지 않느냐”며 “여당 의원의 발언 때문에 총선 앞두고 젊은 유권자가 이탈하까봐 걱정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남 목포가 지역구인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목포 역전에서 만난 택시기사가 타다법 간곡히 호소했다”며 “코로나19로 죽으나 생활고로 죽으나 마찬가지다. 제발 살려달라고 읍소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타다는 서울에서만 운영중이다. 목포 택시기사가 타다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사상의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이 법은 체계·자구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며 “20대 국회가 해결해야한다”고 처리를 동의했다. 경기 남양주병의 주광덕 의원은 “타다 외에 한 7~8개의 이런 업체들이 쭉 있지 않나. 그런 업체에선 이 법안 속히 통과시켜야 차질없이 준비하고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동의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택시·카카오 타협안이 나온 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만 죽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다른 업체들이 타다 발목 잡기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을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은 “지금처럼 타다를 내비두면 사업영역확장을 더 하고 독점적으로 운영한다”며 “국회가 이를 방치하면 갈등만 증폭된다. 벌써 택시·카풀에서 온 갈등이 소송과 얼마나 많은 택시종사자 분신자살 했나”라고 말했다. 일부 택시 기사들이 카풀 갈등이 벌어졌을 때 국회 앞에서 분신을 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택시와 타다가 왜 제로섬인지도 이해 안된다. 왜 결합돼 있고 연동돼 있는 것인가”라며 “어느 근거에서 택시가 타다로 인해 손해본다는 것이 나와있냐”고 반박했다.

 

서울 은평갑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타다도 이법에 의해 운영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이 법에 따라 사업 계속 가능하지 않느냐”며 “모빌리티 7개 기업이 이 법 통과시켜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실질적으로 모빌리티 사업하는 업체들을 위한 법이기도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타다 모빌리티에 관여하는 쏘카 이재웅 대표는 “국내외 여러 투자자들을 접촉해봤으나 ‘타다금지법’ 통과 후에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타다금지법은 타다를 막는 것말고는 아무런 혁신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타다는 적자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투자가 막히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 통과로 사업이 계속 가능하지 않느냐는 박 의원의 주장은 타다에게 사실상 자선사업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다금지법을 강행처리한 미래통합당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뉴시스

◆“미래를 버리고 과거를 택한 법사위”

 

이 법을 끝까지 반대했던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는 미래를 버리고 과거를 선택했다. 원칙도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철희 의원도 “여 위원장의 날치기”라며 “이 새로운 관행을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대할지 지켜보겠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의원은 “10개월 1년 노력한 것 인정한다. 2달 더 못참느냐. 유예기간이 1년 6개월”이라며 “유예기간 처리할때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합법 사업하는 사람들 이의제기하면 수용해서 합의처리하자는 건데 왜 나쁜가“라고 꼬집었다.

 

관련 전문가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타다 도입으로 택시 시장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명백한데도 법으로 영업을 정지시키면 1만2000명 타다 운전사는 이 난리통에 뭘 먹고 살라는 것“이라며 “맨 위부터 저 아래까지 제손에 쥔 것은 누가 뭐래도 놓을 수 없다는 철저한 기득권의 나라,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며 공생하는 관료와 정치가 나라 경제의 발목에 큰 사슬인 나라. 택시기사 표만 눈에 보이고 그것의 수십배인 소비자의 표는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타다 같은 새로운, 혁신적인 영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거부권을 행사하건 소속당 국회의원을 설득하건 한번 약속한 말씀 꼭 최선을 다해 지키시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여러분들은 지금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아마도 20대 국회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 한 일 하나를 보고 계시는 것”이라며 “긴 세월 동안 많은 분들이 바래왔지만 해결되지 못했던 택시와 승차거부 등의 문제가 조만간 급속하게 해결되는 걸 경험하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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