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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쓰러져도 다시 현장으로…의료진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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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02 18:49:21 수정 : 2020-03-02 20: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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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에 시달리는 방역 최전선 / 환자 폭증 대구선 12시간 진료 / 3시간 쪽잠 자면서 3교대 사투 / 포항의료원선 간호사 일부 사표 / ‘열흘간 상주…애들 못 봐’ 토로 / 의료진 확진 늘며 지역보건 공백 / 정부 과감한 인력·장비지원 절실
29일 경북 칠곡보건소 선별진료서에서 검체 채취를 담당하는 보건소 A씨(29·여)가 피로를 참지 못하고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3주째 확산 저지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 우리가 먼저 과로로 쓰러지겠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면서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라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특히 대구 의료진은 피로가 누적되면서 정신력만으론 감당하기 힘겨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쓰러지면 방역의 큰 축이 무너지게 되는 만큼 대구 등 환자가 몰리는 지역의 의료시설에 인력과 치료·방역장비 등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오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의료진의 등이 땀에 흠뻑 젖어있다. 뉴스1

대구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후 2일까지 확진자만 3000명을 넘어섰고, 이 중 1050명이 시내 대학병원과 각급 병의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기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은 하루 12시간 이상 휴식 시간 없이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피로 누적이 한계에 달했다. 정부는 전날 중증환자와 경증환자 치료를 분리해 경증환자는 병원 밖 생활치료센터에서 돌보기로 했지만, 대구지역 확진자가 매일 빠르게 늘어 의료진 업무 과중은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중구)만 해도 의사 30명 등 의료진 230여명을 투입하고 인력 70여명을 지원받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수를 240개에서 300개로 늘리고, 감염병 담당인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의사뿐 아니라 일반 내과, 외과 등 타 진료 분야 의사들까지 환자 치료에 투입한 상태다. 급기야 최근 의사 한 명이 과로를 못 이겨 일시 실신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 진료하기도 했다.

뉴스1

간호사들도 타지 지원인력을 포함해 90여명이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는데 인당 코로나19 확진자 20여명을 맡고 있다고 한다. 평소 업무강도의 2배 이상이다.

확진 환자들이 입원한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파티마병원,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대구보훈병원 등 다른 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구 다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경북지역도 만만치 않다. 포항시 북구보건소 감염관리팀장인 A씨가 지난달 28일 갑자기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몇 시간 휴식을 취한 뒤 상태가 호전되자마자 업무에 복귀했다. A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시점부터 단 하루도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이른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 보건소 직원은 “요새는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잔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월 말에도 경기도지역의 한 보건소 팀장 B씨가 설 연휴부터 매일 새벽에서 자정 무렵까지 일을 하다 쓰러진 바 있다.

2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보호구 착의실에서 의료진이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북도립 포항의료원은 소속 간호사 일부가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해당 간호사들은 길게는 열흘 이상 집에 가지 못해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등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느껴 관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 전담병원 근무 의료진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병원에 상주하면서 근무해야 한다.

 

이처럼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에게 마스크와 방호복, 고글, 비접촉 체온계 등 필수 장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다 본인이 감염돼 시설이 폐쇄되고 다른 동료마저 자가격리돼 예기치 못한 의료공백 사태를 빚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일 대구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담당한 국립교통재활병원 파견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공중보건의와 간호사 등 10명이 자가격리됐다. 경북도는 간호사협회에 자원봉사를 요청하고 정부 지원을 건의해 간호사 15명을 배정받았다.

이번 주를 최대 고비로 보고 의료현장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 투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 대부분 방진복을 입고 근무를 하는 데다 24시간 내내 환자가 몰려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쓰러지면 방역의 큰 축이 무너질 수 있으니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포항=김덕용·장영태 기자, 배소영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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