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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적 충격 넘어 G2 패권경쟁 변곡점 될 수도” [세상을 보는 창]

입력 : 2020-02-18 20:47:34 수정 : 2020-02-18 21: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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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세계경제硏 이사장 인터뷰 / 中, 후베이 봉쇄는 엄청난 인권유린/ 국민적 반발로 시진핑 체제에 균열/ 경제체질 나빠져 4% 성장도 어려워/ 美는 호황 지속… 코로나 영향 미미 / 우한 등 후베이는 세계 제조업 허브/ 포천誌 500대 기업 절반이 공장 둬/ 對中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직격탄/ 정책 패러다임 리셋 계기로 삼아야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나비효과를 표현하는 말이다.

 

1세대 국제금융전문가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70·초대금융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나비효과처럼 인명피해와 경제적 파장을 넘어 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 간 패권경쟁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지만 중국 당국은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외려 이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해 폭로한 의사 리원량 등 고발자를 구금하며 한 달가량 사실 은폐·축소에 급급하다가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뒤늦게 우한 등 14개 도시 봉쇄와 같은 조치를 취했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 후였다.

 

전 이사장은 “(중국 당국이) 우한과 후베이성에 5000만명 이상을 가둬 놓았다”며 “피해를 이곳에 국한하겠다는 접근이겠지만 전례가 없는 엄청난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좋은 공기마저 마실 권리를 박탈해 살 사람마저 죽어 나간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국민적 반발이 날로 확산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절대권력에 균열이 생기고 공산당 독재체제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면서 공산당에 절대 복종하는 단계를 지났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민심이반으로 이어져 ‘제2의 천안문사태’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이사장은 “지난해 홍콩에서 시위사태 여파로 선거에서 반중파가 싹쓸이했고 대만 총통선거에서도 반중 독립파인 차이잉원이 압승한 것도 시 주석의 통치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시진핑 주석이 먼저 코로나19가 퍼진 27개국의 피해자와 희생자에게 진정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상식”이라며 “도시봉쇄조치로 세계가 피해를 덜 보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집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서상배 선임기자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면 미국과 벌여온 패권경쟁에 밀려 세계질서의 판도까지 바뀔 수 있다. 전 이사장은 “경제적 충격도 크지만 글로벌 거버넌스(지배구조)체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한반도 지정학에 미칠 파장도 크다. 전 이사장은 “국제사회의 제재 탓에 북한의 돈줄이 중국밖에 없는데 (이번 사태로) 대중교류가 차단되고 국경까지 봉쇄됐다”며 “세계에서 북한이 가장 큰 경제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과 의료가 취약한 북한체제는 코로나19의 창궐을 감당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충격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수년 전부터 중국리스크를 경고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사태의 충격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사스 때 중국 경제는 힘이 넘치는 청년기였다면 지금은 중년기를 맞고 있다. 최근 2∼3년 추세를 보면 고도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들어섰고 3대 위험요인 탓에 장기침체의 조짐까지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부채다. 국제금융협회 추산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부동산 거품에다 그림자 금융(사채 등 비제도권 금융)문제까지 겹쳐 체질 자체가 나빠졌다. 펀치를 맞더라도 청년 때와는 달리 복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성장률이 6.1%로 사스 때(2003년 10% 성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이 수출 비중을 줄인 대신 내수 비중을 늘린 상황이어서 그 충격이 더 클 것이다. 현재 1분기 성장률이 2%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제로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연간으론 4%대 성장도 만만치 않다.”

―경착륙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마저 나온다.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풀려 있고 부동산 등 자산 거품도 많아 인플레이션이 조장될 소지가 크다. 작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돼지고기 값이 폭등했고 일부 생필품 값도 올랐다. 1월 소비자 물가는 5.4% 올랐다. 물론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이른 것도 아니고 역성장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요한 건 추세 변화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2% 물가상승률에 맞추려고 애쓰는 것과는 대비된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하는데 국가부채 탓에 한계가 있다. 통화를 푸는 것도 인플레 탓에 쉽지 않다. 정책적 딜레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멈추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금융시장 충격은 회복됐지만 심각한 건 실물경제다. 우한 등 후베이성은 생산공급망이 집중된 제조업의 허브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절반가량이 이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장가동 중단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2위 수입국이고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도 40%에 달한다. 지난해 3%를 기록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이 2.5%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영향이 적다고 한다. 왜 그런가.

“미국 경제는 현재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역대 최장기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부문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감세·규제 완화 등 친기업정책을 추진하고 해외기업 유치와 미국 기업의 유턴도 유도해 성과를 냈다.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근접하며 소비까지 촉진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은 보완관계라기보다는 경쟁 관계가 훨씬 더 많아 코로나19 영향은 미미하다. 첨단기술전쟁에서 중국의 힘이 약화하고 미국의 독주가 오래갈 수 있다.”

―미국과는 달리 대중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클 듯한데 그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 수준이고 홍콩까지 합치면 30%를 넘는다. 관광수입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은 0.35%포인트 떨어진다. 분석대상 24개국 중 낙폭이 가장 크다. 올해 중국 경제가 이번 쇼크로 2%포인트 이상 빠진다면 한국 경제는 1% 중반까지 추락할 수 있다. 심각한 것은 우리 기업의 활력,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충격은 감내하기 어렵고 고통도 오래갈 수 있다.”

―과도한 대중의존도를 낮춰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할 듯하다. 정책 기조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혜택받았지만 이제 지구촌을 상대로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베트남이 좋은 대안이고 신남방정책도 맞는 방향이다. 수출의존도를 줄이자면 내수시장 확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 한다. 민간투자가 늘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져야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정부는 재정을 풀어 일자리 확대에 나섰지만 허리인 40대는 고용창출이 안 된다. 땜질처방이다. 올해 공무원을 6만명 증원하겠다니 기가 찬다. 40년 이상 비용이 들어가고 그 부담은 미래세대가 떠안는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이 뛸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주 52시간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규제 완화로 기업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회복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리셋해야 한다.”

―위기상황에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거시경제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는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흔들리는 대미·대일관계를 복원하고 통화스와프(맞교환) 등 금융협력을 맺는 게 중요하다. 달러와 엔화는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다. 글로벌위기 때 이 통화는 가치를 지켜주는 안전판이자 방파제 역할을 한다. 위안화는 위험통화다. 중국에 경도되는 건 정치·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까지 국가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대미·대일 외교전략을 재검토해 자유시장경제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 △미시간주립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경제부총리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외교부 국제금융대사 △초대금융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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