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자유한국당 오세훈 예비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오세훈의 영화로 보는 세상’을 연재하고 있다. 직접 목소리를 영상에 집어넣어 영화를 평론하면서 교훈을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오 후보는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기존 정치인 유튜브는 정책 홍보나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데 그런 것과 차별화했다”며 “유튜브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구성해보기 위해 여러 조언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의 인생관, 철학 등을 알고 싶어하는데 뜬금없이 얘기를 할 수가 있으니 영화를 엮어서 자연스럽게 녹여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최근 유행하는 ‘아무노래챌린지’를 딸과 함께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아무노래챌린지는 지난달 발매된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는 것으로 인기 연예인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오 후보는 “아내 생일날에 딸이 요즘 재밌는 춤을 추는 게 있는데 같이해보자고 해서 정말 우발적으로 춘 건데 대박이 났다”며 “처음에는 이거 잘못하다가 괜히 이상한 반응만 나오는 게 아닐지 망설였는데 가족끼리 단란한 모습도 보이고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역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서 이런 온라인 활동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선거 유세에 제약이 따르면서 온라인을 통해 색다르게 유권자들과 접점을 찾는 후보들이 늘고 있다. 15일 기준으로 예비후보가 2200명에 이르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현역 의원들도 유튜브를 활용하고 색다른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거나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구애하고 있다.
◆유튜브 유세전은 21대 총선 필수, 이모티콘도 등장
이제 후보들의 유튜브 채널 운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순히 의정 활동을 알리는 정도로는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오 후보처럼 조금은 말랑말랑한 주제가 먹힌다. 서초을에 도전장을 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박경미 의원은 국회 내 ‘파워 유튜버’다. 구독자 6만을 넘긴 ‘박경미TV’를 통해 온라인 선거 유세전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답게 수학과 정책을 연결시키는 연재물을 올리고, 지역구를 누비며 만드는 ‘체험 서초 현장’도 흥미로운 콘텐츠다.
용산에서 뛰고 있는 한국당 조상규 예비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지역 내 역사문화공간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유세전을 펼친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일명 ‘먹방’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오 후보처럼 가수 지코 노래로 ‘아무노래챌린지’를 하며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정의당 비례대표로 나선 정호진 전 대변인도 유튜브 채널에 현안브리핑을 올리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종로를 누비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캠프는 SN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의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이모티콘 이름은 ‘NY티콘’으로 윙크를 하거나 기타를 치는 이 전 총리의 모습이 귀여운 캐릭터에 담겼다. NY는 이 전 총리 이름(낙연)의 자음을 딴 이니셜이다. 향후 이모티콘은 선거운동 장면을 반영해 다양한 버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모티콘은 텔레그램에서만 쓸 수 있다.
◆‘기생충’ 인기에 편승한 예비후보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쓸자 총선 후보 사이에선 기생충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경기 고양을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최성 예비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콘셉트의 영상을 올렸다. 선거사무장이 송강호 역할을 맡았고, 최 후보는 아들로 나와 연기를 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공약을 소개한다. 최 후보는 “젊은층에 좀 더 재미나게 접근하고자 시도했다”며 “호감도가 훨씬 커졌다”고 자평했다.
경기 파주을 민주당 박정 의원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제시카송’을 따라 부르며 자신을 알렸다. 제시카송은 영화 속 기정(박소담)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매일 아침 인사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드는데 그날은 봉 감독이 상을 탄 특별한 날이어서 한 번 직접 노래를 불러봤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을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여름 기생충을 보고 감명받은 뒤 포스터 등장인물처럼 포즈를 취하고 홍보물을 만들었는데 이를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 의원은 “영화가 보여준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는 한국을 넘어선 전 세계 정치의 숙제다. 꼭 해결해 인간의 행복할 권리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파격 의정보고서 발간 등 관행 벗어던진 현역 의원
의정보고서 발간과 출판기념회 개최도 남달라야 눈에 띈다. 서울 영등포갑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지난해 의정보고서를 사진화보 형식으로 펴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지역구 내 경로당을 전부 돌면서 간담회를 열었다. 페이지마다 경로당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1∼3장씩 게재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유인물로 만들면 사람들이 잘 안 보는데 간담회 한 내용을 사진과 함께 보고서로 만들면 경로당 어르신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 펼쳐본다”고 설명했다.
군포을 이학영 의원은 일반 도서 크기로 의정보고서 2권을 발간했다. 한 권은 지역활동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약한 정책을 다뤘고, 다른 한 권은 19대 국회 때 테러방지법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했던 10시간33분 내용을 기록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12쪽짜리 의정보고서로는 그간의 의정활동을 다 담기 쉽지 않다”며 “지역에 배포하더라도 표지만 보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쉬워서 뒷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아 지역 유권자들에게 알리려고 이런 방식을 써봤다”고 밝혔다. 서대문을 김영호 의원은 의정보고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만화 형식으로 제작했다.
파격적인 출판기념회도 늘고 있다. 마포갑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출판기념회를 토크콘서트처럼 열었다. 노 의원 측 관계자는 “기존 출판기념회 방식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아무래도 부정적”이라며 “책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관객과 진솔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천·청도에 출마하는 한국당 김장주 예비후보는 출판기념회를 온라인으로만 열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후보자가 답을 했다. 김 후보는 “기존 출판기념회가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중앙의 유력 정치인들을 초청하고 지인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온라인 출판기념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