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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인구 증대, 현금살포·택지개발 보다 일자리가 ‘정답’ [뉴스 인사이드 - 지방소멸 위기, 해법은 없나]

입력 : 2020-02-15 11:00:00 수정 : 2020-02-15 10: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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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수도권 집중 현상 갈수록 심화 / 2019년 사상 첫 非수도권 인구 앞질러 / 혁신도시 인구 분산 효과 아직 미미 / 인구증감, 교육·문화 여건따라 결정 / 기업·정부기관·학교 ‘삼박자’ 유치 /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 수립 바람직”

최근 10년간 주민등록 인구 증가 상하위 10개 시·군·구 대부분은 신도시 개발이나 정부기관 이전의 결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인구 증감이 출산율 제고나 양질의 일자리 제공보다는 집값이나 교육·문화 여건에 따라 결정됐다는 얘기다. 점차 본격화하고 있는 인구절벽·지방소멸 시대를 맞아 지역 간 ‘출혈경쟁’을 막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기존의 대형 토목공사 등 인위적인 택지개발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맞춤형 지역 발전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종·경기·인천은 늘고 부산·대구·서울은 줄고

14일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수도권 인구는 통계 작성(1992년) 이후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앞질렀다. 전국 5184만9861명 중 2592만5799명이 서울과 경기·인천에 거주지를 두고 있어 비수도권(2592만4062명)보다 1737명이 많았다. 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인구도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8만명을 넘어섰다. 중부권에서 8000명, 호남권에서 2만1000명, 영남권에서 5만5000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했다.

동탄역 주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하지만 수도권에서도 명암은 갈린다. 세계일보가 최근 10년간(2010∼2019년) 17개 시·도의 주민등록인구 추이를 살펴본 결과 서울 인구는 지난해 약 973만명이었다. 10년 전보다 5.7%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경기(약 1324만명)는 12.3%, 인천(295만7000명)은 7.2%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전출자(52만5000명)의 63.6%는 경기로, 7.3%는 인천으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비수도권 인구가 모두 준 것은 아니었다. 17개 시·도 중 최근 10년간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세종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조성되기 전인 2010년 충남 연기군 인구는 8만1871명이었다. 대부분 정부 부처가 이전한 지난해에는 34만575명으로 10년 전보다 316% 증가했다.

수도권은 차치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이 주민등록인구가 증가한 시·도는 세종을 포함한 중부권이었다. 지난해 중부권 순유입 인구는 1만1000명이다. 호남권에서 6000명, 영남권에서 1만3000명이 순유입한 대신 수도권으로 8000명이 빠져나갔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의 직격탄은 영남권이 맞았다. 지난해 말 부산과 대구 인구는 각각 약 341만명과 244만명. 10년 전보다 각각 4.3%, 2.9% 감소했다. 영남권의 순유출자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2010년 4만4000명에서 2019년 7만1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수도권으로 약 5만5000명, 중부권으로 1만3000명, 호남권으로 2000명 순유출했다.

 

◆신도시 개발지역 따라 시·군·구 희비 크게 갈려

시·군·구별 인구감소 현황을 보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 현상을 더 체감할 수 있다. 228개 시·군·구별 인구 증감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인구 감소율이 10% 이상인 기초단체는 31곳이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영남권(12곳), 호남권(8곳), 수도권(6곳), 중부권(5곳)이었다.

감소폭이 큰 5개 시·군·구는 대구 서구(-22.0%), 부산 영도구(-20.5%), 경기 과천시(-19.4%), 인천 동구(-19.1%), 부산 사상구(-15.4%)였다. 반대로 지난 10년간 인구가 10% 이상 늘어난 시·군·구는 37곳이었다. 이 중 18곳은 수도권이었고 중부권 9곳, 영남권 12곳, 호남권 4곳이었다.

2010∼2019년 인구 증가폭이 큰 기초단체는 부산 강서구(107.0%), 경기 김포시(83.4%), 경기 하남시(81.1%), 경기 화성시(61.2%), 부산 기장군(60.6%) 등의 순이었다.

이들 시·군·구의 인구 증감은 도시·택지개발 덕이었다.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엔 각각 명지국제신도시와 일광신도시가 들어섰고, 경기 김포시와 하남시, 화성시에도 김포·위례·동탄 신도시가 조성됐다. 지난 10년간 인구가 크게 줄어든 시·군·구 대부분은 저출산·고령화는 물론 주력산업 약화, 도심 공동화 외에 인근 지역 택지개발, 정부기관 이전 등의 여파로 보인다.

◆“혁신도시 유입 인구 중 수도권 출신은 20%뿐”

지역 인구를 늘리려면 기업(일자리)과 정부기관, 학교(교육)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노무현정부는 경제불황과 저출산 시대 정부기관 이전을 통해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균형발전 사례가 세종시 포함 11개 혁신도시 조성 전략이다.

10여년 전 혁신도시 전략은 과연 성공했을까. 세계일보 분석 결과 적어도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한 혁신도시 성과는 아직은 미미하다. 10개 혁신도시(세종시 제외) 중 최근 5년(2015∼2019년)간 인구가 1만명 이상 증가한 곳은 제주 서귀포(1만7065명)와 전남 나주(1만6482명), 강원 원주(1만6220명), 충북 진천·음성(1만1689명) 4곳뿐이었다.

부산과 울산 혁신도시는 오히려 각각 3만8000여명, 2만여명 줄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지역일자리팀장은 “2013∼2017년 혁신도시로 순유출입 인구는 12만3131명이며 이 중 19.9%가 수도권 출신”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혁신도시 인구 증가가 수도권으로부터의 유입보다는 오히려 역내 인구를 흡수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각 지방자치단체 인구 감소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수도권·비수도권, 지자체 간 격차완화 및 상생협력을 거론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최 포럼에서 “소득과 주거 안정성, 생활환경 개선이 출산율 제고와 지역발전의 주된 요인”이라며 “확실한 일자리 규모를 갖춘 지역 대표선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금지원은 지역 특성보다는 결혼 여부나 소득 같은 개인 유형을 고려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젊은 인구의 일자리 및 주거여건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업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맞춤형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건축·토목 위주 개발사업은 철 지난 대책”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주거, 의료, 문화 등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지방 중소도시와 작은 규모의 지역공동체에서 누릴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이상호(사진) 한국고용정보원 지역일자리지원팀장은 분명 ‘지방소멸’ 위기상황이지만 균형발전의 희망이 없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이 팀장은 특정 지역 65세 이상 고령인구를 20∼39세 가임여성 인구로 나눠 소멸위험도를 지수화한 일본 마스다 히로야 이론을 국내에 처음 적용한 지역 문제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소멸 위험에 처한 시·군·구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228곳 중 42.5%인 97곳이다. 2013년 75곳에서 2018년 89곳으로 늘어 조만간 100곳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4년 새 증가세가 가파른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팀장은 “수도권 전입자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나선 20∼30대 청년층”이라며 “상대적으로 젊고 지역 기반이 약한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더 나은 일자리 등 양질의 삶을 찾아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인구 감소와 경제 쇠퇴, 정부의 성장 중심 불균형 발전전략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 지역 간 양극화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신도시나 혁신도시는 기업 유치와 인재 유입, 지역발전을 위한 일종의 ‘마중물’”이라며 “최근의 도시정책은 해당 지역 자체의 발전과 상위계층의 자산 증식에 기여한 측면은 있을지언정 (정책 목표인)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할 수 있는 자구 수단에 대해 이 팀장은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지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 목표와 예산 집행 우선순위를 지역공동체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교육, 문화, 주거, 복지정책에 집중하고 일상적으로 해오던 사업들은 과감하게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팀장은 “과거의 국토발전계획과 같이 건축과 토목 위주의 물리적 하드웨어로 접근하는 것은 지역소멸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부처와 지자체가) ‘인구감소대응 특구’를 지정하고 책임을 공유해 성공사례를 만들면 대안적 모델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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