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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침묵 속 출마 지역구 놓고 끊이지 않는 설왕설래 [뉴스+]

입력 : 2020-02-01 21:00:00 수정 : 2020-02-01 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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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본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직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기 때문에 저도 그 속내를 모르겠습니다. 본인께서 결정하실 내용이겠죠.”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솔직하게 개인적으로는 종로 출마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면 정권 심판 차원에서 현직 당 대표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총선 74일을 앞둔 1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총선 출마 지역구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3일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종로구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했지만 고민이 깊어지면서 비례대표와 세종시 등 다른 선택지도 부상 중이다. 황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속내는 무엇 때문일까. 

 

 

 

◆위기와 절박함이 이끈 수도권 험지 출마…측근들은 만류

 

“문재인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우리가 뭉치면 이깁니다. 여러분 통합을 위해서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습니다.” 

 

황 대표는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통합’과 ‘중진 헌신’을 외치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의사를 물어볼 때마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여오던 황 대표가 비례대표와 지역구 출마 중 비례대표 선택지를 지운 것이다. 

 

황 대표의 출마를 놓고 황 대표 측근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총선 선거운동 지휘를 위해 비례대표 후순위 또는 수도권 강세 지역 출마의 필요성이 다소 높았지만 당 대표급·광역자치단체장급·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가 필요한 상황에 황 대표가 뒤로 물러날 수 없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황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 장외집회에서 다가오는 총선때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 뉴시스

황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 시점은 황 대표가 단식하면서까지 반대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모두 통과한 직후로 황 대표 책임론도 일던 상황이었다. 황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은 황 대표를 향하던 당 안팎의 비판을 잠재웠다. 

 

◆장고(長考)하는 황 대표…자극하는 민주당

 

황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 뒤 정치권의 관심은 곧장 종로로 쏠렸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종로 출마가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전직 총리 출신이자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2위의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와)신사적 경쟁을 한 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기대했다. 황 대표는 이에 “무엇이 당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황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자 서울 영등포을·양천을·용산, 경기 용인병 등이 출마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당 지역 민주당 현역의원과 도전자들은 황 대표에게 “환영한다.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며 황 대표와 한국당을 자극했다. 

 

◆황 대표 종로 출마 가로막는 3가지 걸림돌

 

황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발족한 이후로는 공관위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황 대표의 출마 지역에 대해 “머리가 복잡하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을 암시했다.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은 단순히 황 대표 개인이 아니라 한국당의 전체 선거 구도와 전략을 움직일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의 첫 걸림돌은 총선 구도를 ‘정권 심판’에서 ‘차기 대선’으로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 침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지지부진,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검찰 수사 압박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확산으로 정부의 실정이 쌓이는 상황에서 황 대표와 이 전 총리가 맞붙으면 정권 심판보다는 미래 권력을 둘러싼 차기 대선 1·2위 주자의 경쟁 구도가 더 주목받으면 정권 심판 프레임이 빛이 바랠 수 있다. 

황 대표가 선거 지원에 100% 주력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당의 간판급 인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황 대표가 종로에 발목이 잡힌 경우 한국당 전체 선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패배에 대한 부담은 황 대표 본인이 짊어질 가장 큰 리스크이다. 황 전 대표의 패배는 단순한 낙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할 수 있다. 큰 격차로 질 경우에는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종로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민주당 조직을 탄탄하게 다져왔지만 한국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 총리에게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지난 4년 동안 지역에서 당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조직도 무너졌다. 황 대표가 출마한다면 무너진 조직 위에서 단기필마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명분·실리 찾을 수 있는 묘수는 어디?

 

황 대표와 한국당의 고민은 결국 당 대표급·광역자치단체장급의 희생과 통합을 이끄는 험지 출마라는 ‘명분’과 선거 승리라는 ‘실리’로 모이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공관위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당 대표급 후보들과 광역자치단체장 지낸 분들은 당의 큰 자산이다. 고도의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전략공천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험지라는 명분과 승리라는 실리를 위해 당 대표급 후보자들의 ‘수도권 어벤저스’, ‘한강 벨트 출마’ 등의 구상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혼자서는 어렵지만 당 대표급 후보자들이 동반해서 수도권 선거에 뛰어든다면 판을 흔들어 볼 수 있다”며 “각자도생은 공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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