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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년병장 "군인 두발 제한은 위헌"… 헌재 "너무 늦어"

입력 : 2020-02-01 08:00:00 수정 : 2020-02-02 10: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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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1개월 앞둔 병장이 "병사·간부 두발 차이는 차별" 헌법소원 / 헌재 "입대 직후 냈어야… 기본권 침해 알고 1년 지나 무효" 각하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군에 “입소하는 훈련병들한테 삭발을 요구하지 마라”는 취지의 권고를 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아들을 공군에 입대시킨 부친이 “사회에서 머리카락을 짧고 단정하게 자르고 입대했지만 아들도 다른 훈련병들과 똑같이 삭발을 해야 했다”며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인권위에 진정했기 때문이다.

 

공군은 이를 받아들여 올해부터 입소하는 훈련병의 두발 형태를 삭발에서 스포츠형 머리로 바꾸기로 한 바 있다.

 

군인에게도 두발은 ‘민감한’ 사안이다. 평소 머리를 짧게 자르는 데 익숙하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들 입장에서 삭발에 가까운 머리 스타일은 다소 창피스러울 수 있다.

 

◆말년 병장 "병사와 간부의 두발, 왜 다른가"

 

전역이 얼마 안 남은 육군 병사가 “신체의 일부인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각하’ 처분이 내려진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 6월 육군 병사로 입대한 A씨는 제대가 40일가량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12월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 왔던 일을 ‘결행’했다. 평소 불합리하다고 여겨 온 군인의 두발 문제를 헌재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다.

 

A씨는 헌재에 제출한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신체의 일부인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병사들과 달리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들은 두발의 자유가 어느 정도 허용되는데 A씨는 이 점도 문제 삼았다. “계급에 따라 차별하여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병과 간부의 두발을 달리하도록 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논리도 폈다.

 

두발의 자유 제한도, 병사와 간부의 두발을 달리하는 것도 모두 육군규정 120 ‘병영생활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관들이 규정을 살펴보니 간부의 경우 병영생활 통제 기간 중인 신참 부사관(일명 ‘영내 하사’)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간부 표준형’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가르마를 타고 머리를 단정히 손질하며 모자 착용 시 양쪽 귀 상단에 노출되는 머리가 약 1㎝ 이내인 단정한 상태다.

 

◆헌재 "헌법소원 제기가 왜 이렇게 늦었나"

 

반면 병사는 스포츠형, 즉 앞머리와 윗머리는 3㎝ 내외로 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1㎝ 이내로 단정하게 이발한 두발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재판관들은 병사와 간부의 두발을 달리 규정한 것이 헌법상 평등권 위반인지 따지지 않고 사건을 각하했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여부를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도 없이 그냥 심리를 끝내는 결정을 뜻한다.

 

재판관들은 A씨가 머리를 짧게 깎은 입대 전후가 아닌, 제대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가서야 헌법소원을 제기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법상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또는 그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만 효력이 인정된다. 군 입대를 계기로 짧은 두발을 유지하는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훨씬 더 지나 전역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 갑자기 헌법소원을 낸 것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헌재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한다”고 결정했다. A씨는 20개월 가까운 군복무를 마치고 최근 제대해 현재 민간인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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