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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 애들이냐”… 잇단 10대 잔혹범죄에 성난 여론 [이슈 속으로]

입력 : 2020-02-02 08:00:00 수정 : 2020-02-03 09: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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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연령 하향’ 갑론을박 / ‘범죄소년’ 하루 205명꼴로 검거 /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가 57.9% / 5년간 재범률 33% 구속률은 1% / 초등생이 또래 친구 흉기로 살해 / ‘촉법소년’ 적용 형사처벌 안 받아 / “소년법 개정·폐지” 국민청원 빗발 / 정부, 촉법소년 ‘만14세→13세’ 추진 / 인권위 “범죄예방 위한 실효책 아냐” / 전문가 “제대로 된 교정교육 등 시급”

올해 설 연휴 직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학생 무리가 한 또래 여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 18일 경남 김해시의 한 집에서 찍힌 것으로 확인된 이 영상 속 중학교 2학년 여학생 두 명은 피해자인 중1 여학생을 무릎 꿇게 한 채 수차례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이들은 피해 학생의 머리 위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함께 있던 다른 중학생들은 이 장면을 웃으며 지켜봤다. 경찰은 가해 학생 두 명을 입건하고, 일행 10여명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6일 경기 구리시에서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여자어린이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험담했다는 이유로 한 또래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가해 여아를 긴급체포했으나, 아이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고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겼다.

SNS 등을 통해 퍼진 김해 여중생 폭행 사건 영상 갈무리.

잊을 만하면 터지는 미성년자들의 잔혹범죄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행법상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에 비해 가벼운 형량이 선고되거나 아예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탓에 “관련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이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위의 두 사례를 포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기적으로 관련 청원이 올라오고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도 8차례나 되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나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수만 건 달하고 강력범죄 비중 커

만 19세 이하 소년범들은 크게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8세 이하)과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으로 나뉜다.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검거된 범죄소년은 총 37만4482명에 달한다. 전체 검거인원으로 보면 2014년 7만8794명에서 2015년 8만321명까지 늘었다가 점차 줄어 2018년엔 6만6259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인구 감소 등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이 기간 한 해 범죄소년 7만4896명이 검거됐다. 하루 205명꼴로 검거된 셈이다. 이 가운데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1만7004명으로, 전체의 57.9%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검거된 범죄소년들의 재범률은 33.0%(2017년)∼37.8%(2014년), 구속률은 1.0%(2017년)∼1.4%(2014·2015년) 수준을 보였다.

소 의원이 공개한 또 다른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총 2만8024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 인원은 12.4%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으로 따지면 7006명, 매일 약 19명이 송치됐다. 촉법소년의 경우 4대 강력범죄로 송치된 비율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국민 83.6%가 ‘소년법 개정·폐지’ 의견

소년범죄는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잦은 발생 말고도 그 잔혹성 때문에 공분을 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06년생 폭행’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수원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에서는 피해 학생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는 장면이 SNS 등을 통해 퍼지는가 하면, 광주의 한 원룸에서는 동급생을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년범들에 의한 집단 성폭행 등 성범죄나 특수절도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달 중순 인천과 광주에서는 각각 중학생 무리가 금은방에 침입해 귀금속 등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 같은 소년범죄 사건이 공론화될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것이 미성년 범죄자들의 형사처벌 특례 관련 법인 ‘소년법’이다. 지난해 수원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남녀 501명을 상대로 소년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소년법을 ‘개정’(62.6%)하거나 ‘폐지’(21.0%)해야 한다는 의견이 83.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소년범의 경우 계도가 중요하므로 ‘현행 유지’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12.9%에 그쳤다. 모름 또는 무응답은 3.5%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요즘 애들은 애들이 아니다”라는 등의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빗발친다. 세계일보가 문재인정부 들어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이끌어낸 국민청원 135건을 살펴봤더니 청원 제목에서부터 소년법 개정을 직접 촉구하는 청원이 3건이었고, 본문 내용에서 소년법 개정 또는 소년범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포함하면 총 8건이나 됐다. 단일 이슈로는 답변된 청원이 가장 많은 이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놓고도 갑론을박

이처럼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골자로 하는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2018년 12월 ‘제1차(2019∼2023년)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최근 ‘제4차(2020∼202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같은 내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소년법 개정안들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현행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음 국회에서나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한 살 내린다고 해서 소년범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란 비판도 꾸준하다. 소년범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란 주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의 기본계획 발표 직후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소년범죄 예방정책이 청소년이 비행에 재차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도 “정부가 여론을 수용해 미성년 형사처벌 대상자를 늘리기보다는, 교육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현실적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년범들에 대한 교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년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 문제에 관련된 부처들이 협업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소년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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