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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건강’… 불안한 미래에 몸도 마음도 아픈 2030 [연중기획 -청년,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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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26 08:00:00 수정 : 2020-01-27 11: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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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건강 커지는 ‘경고음’ / 학업·취업·인간관계 등 스트레스에 / 4명 중 1명 꼴 ‘우울증 의심’ 판정 / 20·30대 자살시도 44% 달해 최다 / ‘노인질환’ 당뇨, 20대 증가율 최고 / 통풍·5대암 환자도 급격히 늘어 / “세심한 관심·정교한 정부대책 시급”

최모(28)씨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수십 곳에 원서를 냈는데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선 “힘내, 잘될 거야”라고 위로하지만 위축감은 더 커졌다. 미래에 대한 불안·초조함에 잠이 오지 않는다. 때때로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대학병원에서 6개월째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30대 중반의 이모씨는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4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준비를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고시원에서 2년여 시험준비를 했지만 거듭 고배를 마셨다. 시간이 흐를수록 승진을 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됐다. 힘든 마음을 달래려 자주 술을 마시다 보니 알코올의존증까지 생겼다. 우울감과 폭력적인 성향도 나타났다. 급기야 가족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다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 사회 주역인 청년들의 마음의 병이 깊다. 20, 30대는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이들은 극심한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 불안한 미래 등으로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건강도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가 흔들린다는 방증으로 예사롭지 않다.

◆심상치 않은 청년층의 ‘마음의 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20, 30대 국가 정신건강검진 결과 4명 중 1명 이상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20세 1만2066명과 30세 3만4495명에게서 우울증이 의심됐다. 모두 4만6561명이 우울증 의심 판정을 받았는데 전체 20세와 30세 수검자(17만6494명)의 26.4%에 달했다.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6년~2018년 20대 진료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우울증, 불안 장애,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관련 진료를 받은 20대가 50만명에 달했다. 2016년 13만7309명, 2017년 15만9651명이던 20대 정신건강 관련 환자 수는 지난해 19만8378명으로 3년간 44.5%나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는 2016년 6만7847명에서 2017년 8만22명, 2018년 10만3443명으로 늘었다. 2016년 대비 지난해 52.5%나 늘어났다.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20대도 2016년 5만805명에서 지난해 7만1014명으로 39.8% 증가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20대 역시 같은 기간 1만8657명에서 2만3921명으로 28.2% 늘었다. 알코올의존증인 20대는 2016년 5640명에서 2017년 5831명, 2018년 6469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마음의 병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 10∼30대 사망원인 1위

얼마 전 서울 한강의 한 대교에서 2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조기 발견돼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서울형 정신응급의료센터로 시범지정된 이 병원은 일주일에도 몇 차례 자살시도자로 긴급상황을 맞는다.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자살시도, 자해 등으로 이곳을 거쳐 간 200여명 가운데 절반이 20, 30대였다. 보건복지부가 18세 이상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가 28.1%를 차지했으며 30대는 15.9%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인 자살사망률은 26.6명. 하루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특히 10~30대 젊은층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취업, 학업 인간관계에서 오는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라매병원 정수봉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은 한순간 충동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정 기간을 우울하게 지낸 결과로 빚어지는 만큼 주변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한번 이런 시도를 한 청년의 경우 언제든 다시 시도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100배 이상 높은 고위험군이다.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음=건강’ 공식은 더 이상 아니다. “정책적 관심 제고하고 국가 검진 수검률 높여야”

마음 건강뿐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당뇨 환자 수는 2013년 1만7359명, 2014년 1만8390명, 2015년 1만9780명, 2016년 2만1927명, 2017년 2만4106명 등으로 5년간 38.9% 증가했다. 흔히 노인질환이라는 당뇨가 20대에서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20대 통풍 환자 수는 2013년 1만3325명에서 2017년 2만1046명으로 58% 늘었다. 5대 암(위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대장암)으로 진료받은 20대 환자는 2014년 3621명에서 2018년 5234명으로 5년간 증가율이 44.5%에 달해 청년층의 건강관리대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이런데도 청년들의 국가건강검진 수검은 소홀하다. 지난해 도입된 청년 국가건강검진 수검 대상자는 648만3261명이지만 실제 수검자는 162만906명으로 수검률이 25.0%에 그쳤다. 특히 저소득 의료급여 수급 청년은 9만1040명 중 9.59%인 8734명만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있는 제도나마 제대로 활용해 수검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한창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 등 주변의 세심한 보살핌은 필수로 치고 정부 차원에서 사회의 미래이자 중추인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 학업, 취업, 주거복지 등의 요인을 분석해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 절대 혼자 해결 못해… 사회가 나서야”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 알렉스 코브는 저서 ‘우울할 땐 뇌 과학’에서 “우울증은 긍정적인 생각을 해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 전문적인 치료를 해야 할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이해우(사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22일 인터뷰에서 알렉스 코브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청년 내담자에게) 우울증은 절대로 혼자 해결이 안 된다. 반드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도 우리 사회는 마음의 아픔, 그런 감정을 숨기라고 한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울하면 털어놓아야 한다. 참으면 안 된다”며 병원이나 전문기관의 문을 두드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이기도 한 그는 “그 어느 시기보다 요즘 청년들의 마음의 병이 깊다. 많은 요인이 있지만 학업과 취업,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주된 요인”이라며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조기 개입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하면 낫다’는 사례로 “제가 맡은 20대 남성은 대학 입학 후 1년간 학교가 자신이 원하는 학교가 아니고,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을 잡지 못했다. 학교 적응이 어렵고, 동기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아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센터를 찾았다. 주기적인 전문상담을 통해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됐다. 약물치료를 병행한 후 치료를 종결했다. 밝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다행인 점은 지난해부터 40~70대에서만 시행하던 정신건강검사(우울증)를 20~30대를 대상으로도 확대 진행한 것”이라며 “이런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마음 및 몸 건강상태를 확인해 조기에 진료하고 치료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편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울증 등 스스로 확인하고 검진하고 치료에 나서려고 하지만 ‘낙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취업 등에서 정신건강 치료 경력으로 차별을 받지 않을까 해서 치료를 많이 망설인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에 인식과 차별 개선을 위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는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등에서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신건강 자가검진 관련 앱이나 우울 자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정신건강 관련 기관들은 고위험 청년들이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담 창구와 루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아픈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쉬운 것부터 단 한 가지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햇볕을 쬐며 긍정적인 감정을 만드는 광선요법, 인위적으로 근육에 힘을 모은 후 이완하는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완요법, 아로마향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진정하는 아로마테라피 등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실천법”이라고 소개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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