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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정말 지구 구형설 선구자인가

입력 : 2020-01-18 03:00:00 수정 : 2020-01-19 11: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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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만유인력·멘델 유전법칙 등 / 교실서 배운 천재의 눈부신 발견 / 과연 그들 혼자 힘으로 해냈을까 / 과학사적 잘못 알려진 통념 소개 / 그 숨은 배경 탐구… 오해 바로잡아

고독한 천재 아이작 뉴턴(1642∼1727)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번뜩이는 영감을 받아 혼자만의 힘으로 만유인력을 발견했을까? 그레고어 요한 멘델(1822∼1884)은 시대를 훌쩍 앞서 유전법칙을 독자적으로 세운 선구자였을까?

 

‘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의 두 저자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뉴턴은 만유인력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정량적인 자료들을 신뢰할 만한 자연철학자나 천문학자, 선원, 조선소 직원, 상인에게 받았다. 멘델이 당시 발표한 이종교배 실험 논문에는 멘델의 유전법칙의 핵심으로 알려진 분리의 법칙이나 독립의 법칙이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그 후 수많은 과학자가 이것을 보강하여 알려진 유전법칙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여러 행위자의 기여로 이루어진 복잡다단한 실제 역사와 달리,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과학 발견 이야기는 과학사를 직선적이고 단정하게 정리해 구성한 것일 뿐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도 매한가지다. 그는 일반인에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시대에 홀로 지구가 둥글다고 믿고 이를 증명하려 한 사람’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지구 구형설을 믿는 사람이 그밖에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중세까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극소수만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에라토스테네스, 프톨레마이오스 등 고대 사상가는 지구가 둥글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지리학과 천문학 연구를 발전시켰다. 심지어 14세기 작가 존 맨더빌은 저작 ‘세상 저 편에 있는 성지와 지상낙원을 찾아서’에서 지구는 둥글고, 그래서 배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콜럼버스에 대한 이런 신화는 그의 전기를 쓴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 탓이다. 어빙은 1828년에 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생애와 항해’에서 콜럼버스와 그와 대립하는 성직자들, 학자들 사이에 지구가 둥근지 평평한지에 대해 논쟁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후로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지구 구형설의 선구자로 기억하고 있다.

 

로널드 L. 넘버스, 코스타스 캄푸러키스/김우준/글항아리/1만6000원

과학사를 가르치는 로널드 L 넘버스와 과학교육학연구원 코스타스 캄푸러키스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과학사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통념 27가지를 소개하고 바로잡는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과학의 역사가 천재의 눈부신 발견으로 장식되어 왔다고, 터무니없이 잘못된 이론들을 위대한 과학자가 타파하고 반증해 왔다고 배운다. 그러나 위대한 이론들이 정립되기까지, 그 배경에는 과학 활동의 역동적인 경합과 경쟁, 맞물림과 이어짐이 있었다. 주류로 남지는 못한 과학 이론들은 다른 이론과 경쟁하고 서로를 보충하며 과학사에 나름대로의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중세시대부터 20세기를 거쳐 현재까지, 과학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해들을 짚으며 그 뒤에 숨어 있는 과학의 ‘활동사’를 밝힌다. 과학을 비롯해 과학사, 과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6명의 학자가 참여한 이 책은 역사적 자료를 기반으로 과학교육계에 널리 퍼져 있는 여러 가지 통념들이 만들어진 배경을 탐구하고,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통념이 만들어졌는지를 추정하며 과학 활동의 생생한 현장을 펼쳐 보인다.

 

“과학 발견은 한명의 천재가 ‘유레카’를 외침으로써 일어나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완벽한 이론을 세우지 않았지만, 헌신적인 사람들의 협력이 언제나 있었고. 여기에 시대적 배경과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에 위대한 발견이 탄생할 수 있었다.”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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