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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잡는 게 1차 목표” vs “매매허가제 반시장적”

입력 : 2020-01-16 06:00:00 수정 : 2020-01-15 22: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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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이번엔 ‘매매허가제’ 언급… 초법적 규제 논란 / 강기정 수석 ‘부동산대책’ 발언 파장 / 文대통령 “집값 원상복귀” 하루 만에 / 강 “허가제 도입 주장 귀 기울여야” / “위헌 논란에 접었던 카드” 비판론 / 국토부 ‘안정세 전환’ 판단과 배치 / 靑 “개인 생각 말한 것일 뿐” 진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문재인 대통령 7일 신년사)→“부동산 정책은 대출과 세금, 공급 문제 등을 다 메뉴판 위에 올려놓고, 필요한 때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8일 인터뷰)→“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른 (주택) 가격은 원상회복돼야 한다”(문 대통령 14일 신년 기자회견)→“(주택)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하자는 주장에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15일 인터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연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15일에는 위헌 소지가 많은 주택거래허가제까지 거론됐다. 청와대가 “개인적 견해”라고 한발 빼긴 했으나 임기 초 집값으로 되돌리겠다는 전날 대통령 발언과 맞물려 파장이 만만찮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해 서민층과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강 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직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겠지만 특정 지역에 대해,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 주택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 수석이 언급한 ‘매매 허가제’는 주택거래허가제를 뜻한다.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참여정부가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일환으로 도입을 검토했다가 접은 카드다. 당시 무주택자에게만 거래를 허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2005년 8·31 대책 등 중요 부동산 대책을 낼 때에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이 면밀히 검토됐으나 결국 제도화하지 못했다.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 제어하는 것이어서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거래허가제는 ‘울트라 슈퍼 고강도’ 규제이자 극약처방이라 참여정부 때처럼 경고 메시지로 그칠지 아니면 실제 도입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부) 교수는 “실제 정부가 부동산거래허가제와 같은 부작용이 큰 극단적인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거래 허가제가 도입된다면 사유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주택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작 주택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는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책 시행 이후 서울과 강남 4구가 모두 지난해 10월 이전 수준으로 상승세가 둔화한 만큼 추가 규제를 꺼내들 시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강 수석 발언이 논란이 되자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수석의 발언은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일 뿐, 정책으로 반영되려면 더욱 정교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개인적인 의견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앞으로도 정부의 규제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 집값 수준이라는 목표를 사실상 제시한 만큼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그쪽으로 모아질 공산이 크다. 그 대상은 서울 강남지역일 수밖에 없다. 김 정책실장도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 “지금 거품이 끼어 있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단순한 안정화가 아니라 일정 정도 하향 안정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강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투기와의 전쟁’ 타깃이 된 강남권 주민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12·16 대책에서 위헌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이어 주택거래허가제까지 거론하자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흐른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시가 12억원대 전용 84㎡ 아파트를 전체 금액의 40%가량 대출을 포함해 보유하고 있는 A(47)씨는 “집값 올라가는 걸 막지 못한 것은 국민 탓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며칠 전 매매허가제가 도입된다는 지라시(가짜뉴스)가 돌았는데 오늘 청와대에서 같은 발언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용민 전 강남대 교수(부동산학)는 “이런 발언들이 정부가 투기를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에서 규제하니까 비규제 지역이나 상대적인 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데 이를 초고가, 고가주택, 강남 등등으로 무리지어 규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주택거래허가제는 시장의 반발이 클 것이라서 현재의 주택거래자금출처 조사 등의 제도를 좀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만 해도 간접적으로는 매수 수요를 좀 억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무에서 한발 비켜선 청와대 정무수석의 성급한 반시장적 발언으로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차례 부동산 대책으로 오히려 집값만 올려놓은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일관하면서 막다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기천·이우중·김달중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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