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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온실가스 저감 시급… 국민참여단 숙의 거쳐 합리적 제안할 것” [지구의 미래]

입력 : 2020-01-08 18:56:29 수정 : 2020-01-08 23: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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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끝>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 인터뷰/ 국내 미세먼지 인체로 보면 ‘중병’ 상황/ 火電 가동 중단 등 ‘과감한 처방’ 불가피/ 中과의 대책 공조,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취임 이후 中 환경부 장관 7차례나 만나/ ‘대기오염 아태 협력 강화’ 결의안 결실/ 유럽의회 “탈석탄 위해 원전 필요” 결의/ 장기 국가 ‘에너지믹스’서도 고려 대상/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로 접근할 것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콘코디언 빌딩 집무실에서 중장기 정책 제안으로 원전 등 국가 에너지원 구성에 대해 다룰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지난해 3월. 일주일가량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지며 민심이 사나워지자 정치권은 더그아웃에 있던 그에게 급히 손을 내밀었다.

출범 초기 ‘옥상옥’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화력발전소 최대 45% 가동 중단, 대도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등의 단기 처방을 내놨다. ‘과감한 걸 넘어 과하다 싶은 대책을 내놓겠다’는 그의 출범식 발언이 허언은 아니었다.

이제는 중장기 방안을 내놓을 차례. 그러자면 우리 사회 뇌관과도 같은 원전이나 에너지 세제 개편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일보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반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이번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 직속 기구이지만,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이어갈지 말지 열린 자세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가겠다는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국민 정책제안에 따라 지난달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 중이다. 환경회의 제안과 견줘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현상이라는 게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해) 갑자기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다. 정책제안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로 상향식 접근이었다는 것이다. 공직생활을 오래 했지만, 대부분 국가정책이라는 게 공무원과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제안은 이런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이었다. 국민정책참여단 501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이분들과 회의하며 얻어낸 결과다. 나도 한 번도 안 빠지고 참석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지금까지 없었던 과감하고 담대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미세먼지 상황은 인체로 보면 중병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네 약국에서 약 사 먹어서 될 게 아니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 석탄화력 가동 중단도 이런 인식 속에 나왔다. 이 일을 맡은 뒤로 매일 아침 일어나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데 ‘나쁨’ 이렇게 나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실제 가동 중단된 석탄화력발전소는 8기(정부는 8∼15기를 제시)로, 최소 수준이다. 소극적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지.

“산업통상자원부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도 제3공화국 시절부터, 그러니까 경제 개발이 지상 과제였던 시절부터 공직에 몸담았고, 외교도 그런 방향 속에서 동력자원부(현 산업부)에 힘을 실어줬던 게 사실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환경부에서 하는 일은 너무 이상만 추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지상주의만 추구하다 우리 몸에 병이 생기는 줄은 몰랐다. 전 세계가 이걸 깨닫고 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너무 머무적거리면 안 된다.”

―국민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책임 추궁을 원한다. 특히 외교전문가인 반 위원장이 보다 실효성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자마자 제일 먼저 신경 쓴 게 중국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4월29일 정식 출범했지만, 3월 하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리커창 총리도 두 차례 만났다. 리간제(李干杰) 생태환경부장은 그동안 일곱번 만났으니까 정말 많이 만난 것이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대기오염 대응을 위한 아태지역 협력 강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문 대통령이 9월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푸른하늘의 날’을 지정하자고 했는데 두 달 만인 11월26일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평소 유엔 프로세스로 보면 상당히 빠른 것이다. 우리 국회보다 빠르지 않나. 국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은 아직도 통과가 안 됐다.”

―한·중 양국이 공동 저감 목표를 내걸고 이를 추진하는 단계까지 가능할까?

“그런 것도 해나갈 것이다. ESCAP 결의안이 채택됐으니까 이걸 근거로 가능하다고 본다.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의 ‘산성비 협약’(CLRTAP)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것도 체결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물론 우리는 30년을 목표로 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중장기 정책과제로 국가 전원믹스(電源mix)의 개선을 다룬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처럼 민감한 이슈는 어떻게 접근할 계획인지.

“우리가 원전을 다루는 권한을 가진 건 아니지만, 재생에너지나 탈석탄 문제를 논의하다 보면 자연히 국가 전반적인 에너지믹스(에너지원 구성)를 다룰 수밖에 없고, 그 안에 원전도 포함될 것이다. 원전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정부는 탈원전을 제시해서 추진하고 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로 접근할 생각이다.”

―탈원전 기조와 다른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미리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전문가들이 많이 있고, 또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를 거쳐 합리적인 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1.5도 보고서’는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했고, 그러기 위해 탈석탄을 기본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완전히 이뤄졌다. 영국은 2025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하겠다고 했고,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도 2030년까지 ‘탈석탄’한다. 현재 기준에서 온실가스를 40% 이상 줄이지 않으면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유럽의회도 1.5도 목표를 위해 원자력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수정해서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았나. 유럽에서 이렇게 하니 국제적으로 파장이 있을 거다. 이런 면을 참작해서 안을 제시할 것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배출원이 비슷하지만, 사회적 관심은 미세먼지에 쏠려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사실 불만이 있었다. 사무총장으로서 계속 다른 나라에 대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모국에서도 좀 앞장서서 해주면 좋을 텐데 ‘기후악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저감’이라는 국가 목표는 부족하다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도 말씀드렸다. 각국은 올해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을 제출해야 하는데 지난달 3일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BAU 대비 37% 목표를 좀 더 올려잡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BAU 같은 전망치가 아닌 과거 배출량보다 얼마 줄이겠다고 하는 게 국제적으로도 추세다.”

―왜 국가적 관심이 떨어진다고 보는지.

“경제사회적으로 신경 쓸 게 많고, 단기 목표에 치중하는 것 같다. 물론 단기 정책도 중요하다. 정치 지도자(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까 그 사이 성과를 내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데, 이제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 않나. 내가 공직에 들어온 게 50년 전인데, 37년은 한국에서, 10년은 밖(유엔 사무총장)에 있었다. 나머지 3년은 은퇴해서 각국을 다니며 한국과 유엔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던 부분이, 왜 한국에는 장기 안목을 가진 사람이 없느냐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단기 성과만 크게 홍보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아가겠다 하는 부분이 약하다. 이제는 멀리 내다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새해인 만큼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 세계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다자주의가 중심이 돼서 세계의 모든 질서가 유지됐다. 파리 기후변화협정도 그 산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강력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라든가 이런 다자주의를 훼손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해 아주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 정부도 그렇고 국민들도 이제는 좀 더 글로벌한 비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내 중심으로는 우리 살길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국내에만 눈을 두고 있으면 결국 낙오하고 만다. 특히 나라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들, 경제 지도자들 이런 분들이 지구적인, 장기적인 비전을 갖는 게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는 안보 문제도 많이 걸려있기 때문에 경제, 사회, 안보 모든 문제를 지구적인 차원에서 볼 수 있는 혜안이 중요하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공동기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제8대 유엔 사무총장(2007년1월∼2016년12월)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및 석좌교수 ●국제올림픽위원회 윤리위원장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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