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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 떠도는 '색출·징계' 유령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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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8 09:00:00 수정 : 2020-01-07 2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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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유령, 색출과 징계라는 유령이 자유한국당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의 머리글의 첫 문장 ‘하나의 유령,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를 패러디 한 말이다. 정치권에 입문 1주년을 앞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해질수록 한국당에 ‘색출’과 ‘징계’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당직자 A팀장의 징계를 추진하며 최근 당무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팀장은 1년 동안 일한 소회를 통해 장외투쟁 중심의 당의 우경화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묵묵히 일하는 국민들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오로지 대중의 시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이쯤 되면 브레이크 걸 때가 됐다. 당은 우리의 것도, 대표의 것도, 의원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이고, 존재 그 자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A팀장이 SNS에 올린 글은 삽시간에 공유되며 일부 언론에서도 보도됐다. 글을 본 일부 당직자들은 ‘시원하다’는 반응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내부의 문제를 공론화 없이 당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 “계통을 거쳐서 문제를 제기하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지난해 초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문재인 정부의 KT&G와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 시도와 적자 국채 발행 의혹을 폭로했을 때 그를 ‘의인’, ‘공익제보자’라고 감쌌다. 더불어민주당이 신 전 사무관을 “스타강사가 되려고 그만둔 사람”,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하자 한국당은 “재갈을 물려서 안 된다”며 여권을 비판했다. 그랬던 한국당이 내부 고발도 아닌 당직자 개인이 한 쓴소리에도 징계를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징계와 함께 당에 불리한 보도에 대한 출처를 ‘색출’ 지시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를 겨냥한 메시지에는 배후를 색출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례 최고위원 복직 문건 유출 △비례한국당 창당 회비 모금 문자 유출 △원외 청년당협위원장의 당 쇄신 요구 등의 배후 ‘색출’ 지시가 이어지자 원내 의원들마저 당에 대한 이견(異見)을 드러내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지금의 당은 마치 검사동일체 조직인 것 마냥 굴러가고 있다. 목소리 내는 것조차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서도, 과정도 모르는 결정을 묵묵히 따라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A팀장이 올린 글의 일부이다.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색출 아닌 경청이 혁신과 통합을 외치는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이 가져야 할 제1원칙이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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