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근 “한국, 선진국이라는 사실 국제사회서 인정받도록 하겠다” [세계초대석]

관련이슈 세계초대석

입력 : 2020-01-07 18:41:12 수정 : 2020-01-08 10:33: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냉전사고서 분단 등 한반도 이슈에 매몰 / 그동안 우리 스스로 알릴 노력 하지않아 / 공공외교 초기엔 해외 홍보 중점 뒀지만 / 지금은 글로벌 아젠다 만들고 이끌어야 / 지난해엔 對아세안 공공외교 크게 성장 / 올해는 북쪽, 유라시아로 시야 넓힐 방침 / 중앙亞·독립국가연합 나라와 교류 위해 / 북방외교 교두보 유라시아문화원 필요

“우리 국민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한국은 훨씬 강한 국가입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그걸 인정받도록 하는 공공외교를 하겠습니다.”

이근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KF) 글로벌센터에서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선진국으로서의 역량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도록 하는 공공외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과거 군사력, 경제력 등의 ‘하드파워’가 절대적으로 국가 운명을 가르던 시대에 강대국에 둘러싸인 분단국으로서 주변 의존적인 외교를 해야 했지만, 문화와 기술이 중요해진 ‘전환의 시대’에는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인 이 이사장은 “우리가 그간 너무 북핵 문제 등에만 매몰되면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제대로 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문화와 테크놀로지(기술)의 시대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임명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의 색이 가미된 공공외교를 선보이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발판으로 대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공공외교도 크게 성장했다”며 “올해는 북쪽, 즉 유라시아로 시야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유라시아문화원’ 신설을 주장했다.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서울 중구 KF 글로벌사무소 이사장실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방 공공외교에 성공한 만큼 북쪽으로 시야를 넓힐 때”라며 “유라시아문화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어떤 공공외교가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국이 그간 엄청난 발전을 했는데 정작 우리 스스로는 잘 모른다. 우리부터 인식하지 못하니 해외에서도 인정을 적게 받는다. 한국이 선진강국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선진국인가.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뒤지지 않는 역량을 갖췄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이고, 한·미동맹으로 보면 군사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문화, 기술로 보면 위상이 더 높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말할 것도 없고 IT(정보기술) 수준도 높다. 미래지향적인 나라다. 2019년 ‘소프트파워 3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위다.”

―왜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 스스로 알리는 노력을 안 했다. 냉전적 사고에서 분단 등 한반도 이슈에만 매몰돼 있었다. 2021년이 KF출범 30년이다. 30년 전 공공외교 시작 단계에선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데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우리가 스스로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어젠다를 도출하고 이를 이끌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래지향적 공공외교 어젠다란.

“약 30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KF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그 내용은 20세기 어젠다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미 공공외교도 과거에는 한·미동맹, 북핵 문제에 치중해 있었다면 앞으로는 양국 젊은 지도자 교류 강화 등이 필요하다. ‘로즈 스컬러’ 등 미국 미래 지도자들을 미리 한국에 초청해서 국내 젊은 지도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게 하면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된다. 최근 영국이나 스웨덴 공공외교를 보면 이미 ‘창의력(크리에이티브 파워)’ ‘혁신(이노베이션)’ 등으로 어젠다를 다 바꿨다.”

―공공외교 대상으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이 있나.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 만찬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건배사를 하면서 부산 아세안문화원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신북방정책 대상국인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나라들을 포섭하는 유라시아문화원도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방 공공외교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정상들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 동력이 붙을 수 있다. 남방 지역 중엔 호주, 뉴질랜드 대상 공공외교를 늘리려 한다.”

―신북방특위가 신남방특위보다 먼저 출범했지만 북방정책은 북한 문제 때문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

“북한을 통해 가는 북방외교를 하면 안 된다. 북한과 상관 없이 경제영토, 문화영토를 넓히자는 생각이다. SM 이수만 회장을 만나서 ‘역사상 (문화)영토를 가장 넓게 개척한 분’이라고 광개토대왕 다음으로 유명한 분이 될 것 같다고 농담 반 진담 반 말한 적이 있다.”
 

―오세아니아 지역 공공외교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호주, 뉴질랜드는 우리와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 성장 잠재성이 크다. 아시아·태평양에 위치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중국이나 미국,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공공외교 투자를 늘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국에 비해 투자와 축적량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공공외교 인프라에 투자해왔다. 중국은 국가 규모에서 이미 우리와 출발선이 다르다. 그래도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정말 많이 쫓아왔다. 지금 상당히 세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문화와 기술의 시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주변 강대국들과 함께 경쟁해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빨리 이니셔티브를 쥐고 확실하게 투자하면 앞으로는 공공외교 선진국이 될 수 있다.”

―KF는 한류도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류를 관리하고 육성하려는 시도가 관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는데.

“중요한 것은 공공외교에 한류보다 좋은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한류는 본질적으로 대중문화, 즉 하위 문화(Low Culture) 중심이다. 즉 우리 대중문화 상품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장은 스스로 굴러가도록 두는 게 맞고, 그 과정에서 민간이 정부에 요구하는 게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줄 뿐이다. 하지만 공공외교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한류를 상위 문화(High Culture) 범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른바 ‘하이 한류’다. 그건 KF 같은 정부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상업 영역에서 육성되지 못하는 한국 다큐멘터리, 비평, 독립영화 등의 확산은 지원을 통해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는.

“한류의 영향으로 자연적으로 한국학 수요도 늘고 있다. 2019년 전세계 107개국 1395개 대학에서 한국학 혹은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다. 약 30년간 KF 지원을 통해 한국 전문가 약 7200명이 전 세계에서 배출됐다. 앞으로는 한국학이 종합학문이 돼야 한다. 문화, 언어뿐 아니라 역사, 사회과학, 커뮤니케이션에 건축이나 과학기술까지 종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술 발전 수준을 알리는 과학기술 공공외교도 관심 분야 중 하나다.”
 

―본업인 국제정치학자로, 또 공공외교 전문기관 책임자로서 공공외교에 대한 철학을 정리한다면.

“아직 우리는 공공외교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미국 워싱턴에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이 모이는데, 한·일 관계가 좋지 않으니 가서 일본 사람들하고 싸워 이겨서 돌아와라, 한 수 가르쳐 주고 와라, 이런 얘기를 한다. 공공외교는 그런 게 아니다. 협상은 싸워서 승부를 가리는 것이지만, 공공외교는 상대가 우리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우리 입장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또 공공외교를 할 땐 가급적 국가의 개입이나 간섭 흔적을 지워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정책연구소나 학자들을 지원할 땐 학문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여기에서 잘못하면 공공외교 인프라 자체가 무너진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는 그간 ‘적응의 외교’를 했고 ‘극복의 외교’는 하지 못했다. 4강 외교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 스스로 5강이 될 생각은 왜 못할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고래가 될 수 있는 역량을 많이 갖고 있다. 소프트파워를 자산으로 하는 공공외교로는 가능하다.”

대담=박종현 산업부장, 정리=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이근 이사장은 ●서울 출생(1963)●서울 대신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석·박사(정치학)●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미래전략연구원장,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장 등 역임●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2019∼)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