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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는 이란 핵시계… 北, 대미 강경노선 더 굳어질 듯 [뉴스분석]

입력 : 2020-01-07 06:00:00 수정 : 2020-01-07 09: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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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 파기 의미 / 트럼프 파기 후 핵 활동 점진 재개 / ‘솔레이마니 피살’에 초강경 카드 / 국제사회 13년 노력 물거품으로 / 우라늄 농축 복원 구체 언급 없어 / 유럽국 중재 기대… 협상 여지 남아 / 美, 중동 집중 땐 北 강력 압박 못해 / 北 ‘레드라인’ 넘는데는 신중할 듯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4월9일(현지시간) ‘원자력 기술의 날’을 맞아 테헤란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원자력청장의 설명을 들으며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사에 대한 초강경 대응책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사실상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4년 반 만에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외신들은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고 우려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5일(현지시간) “이란이 2015년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 제한을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이래 가장 명백한 핵비확산 위협”이라고 전했다.

 

◆13년 노력 수포로

이란 핵문제는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가 이란 중부 나탄즈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를 최초로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국제사회는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 타결까지 핵문제 해결을 위해 13년간 협력했다. 2010년 유엔 안보리의 4차 결의안까지 채택되는 동안 경제제재를 당한 이란에서 2013년 정권교체가 일어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중도파 하산 로하니 행정부가 출범한 뒤 핵문제 해결과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국면이 시작됐고 2015년 이란과 ‘P5+1’(안보리 상임이사국 미·중·러·영·프+독)이 역사적인 핵합의를 도출했다.

핵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불과 3년 만에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지난해 5월 이후 1단계(저농축 우라늄, 중수 저장한도 초과)→2단계(우라늄 농축도 한도 초과)→3단계(핵기술 연구개발 활동 제한 해제)→4단계(우라늄 농축 5%, 포르도 원심분리기 부분 가동)까지 핵합의 이행을 점차 축소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다. 그러나 끝내 이란이 이날 핵합의 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합의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실낱같은 협상 여지

이란은 이날 핵합의 사실상 파기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면서도 당장 우라늄 농축을 어느 수준으로 복원할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 또한 이란은 유럽 상대국들과의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란이 핵무장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종전의 약속도 철회하지 않았다.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담당 전문가 알리 바에즈도 트윗으로 “이란이 여전히 유럽을 자기 편으로 원하고 있으며 아직 합의를 파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알자지라는 “(그럼에도 이날 발표는) 우라늄 농축 제한 조항은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할 물질을 충분히 갖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서 핵합의의 핵심”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자폭탄 생산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오고 있는 만큼, 역내 긴장도를 훨씬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고는 하나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핵합의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성과인 이란 핵합의를 ‘부실합의’라고 비판하며 대통령에 당선됐고, 자신의 업적으로 북한과의 핵합의를 이상적 대안으로 제시하려 해왔다는 점도 이란 핵합의 존망이 불투명한 이유로 꼽힌다.

BBC방송은 서방 싱크탱크 보고서들을 종합해 이란의 군사력, 특히 비대칭 전력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이란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객관적 열세로 평가되나 미사일과 드론, 사이버전 능력 등 상당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사일 전력은 중동 최대 규모로 미국과 우방인 사우디와 걸프지역 많은 목표물이 이란의 중단거리미사일 사거리에 있다. 핵합의 체결 후 대외적으로 개발이 중단된 장거리미사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

독일·프랑스·영국은 이날 정상 간 전화통화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핵합의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치들을 철회할 것을 이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란에 “추가적인 폭력 행위나 이를 조장하는 행동”을 자제토록 촉구하면서 “현 시점에선 (긴장의) 단계적 완화가 중요하다. 모든 관련국이 최대한도의 억제와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 강경노선에 자극… 레드라인엔 신중할 듯”

이란의 핵합의 이행 전면 중단 선언에 따라 올 한 해 ‘새로운 길’을 선포한 북한이 대미 강경노선을 더욱 굳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 발발 후 북한이 대미 강경노선을 택한 뒤 제2차 핵위기가 발생했다”며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여 있으면 북한에 강도 높은 압박을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핵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이란에 집중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북한이 기존의 대미 강경노선을 이어가는 등의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를 ‘참수작전’으로 제거한 만큼 이에 민감한 북한이 압박을 느꼈을 수 있고, ICBM이나 핵실험 등으로 트럼프의 ‘레드라인’을 넘는 데에는 신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예진·이정우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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