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한국도서관협회(회장 남영준)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공연이 지난 12월 30일 천안시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 대강당 무대에서 펼쳐졌다.
'길 위의 인문학'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인문학 강연과 음악, 연극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연을 선사하는 인문콘서트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은 '노래하는 시, 춤추는 은유 - 책의 문장들이 춤을 춘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됐으며, 윤동주 시인이 탄생한지 102년째 되는 날을 기념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관객은 현재 연수중인 9급 신규 임용자들과 가족이 참여했다. 조정인 시인은 문학 강연 중 윤동주 시인의 '편지' 등을 낭송하며 그가 남긴 문학적 유산에 대해 이야기했다. 향후 우정공무원으로 활동하게 될 연수생들을 위해 편지가 가진 정서적 힘을 강조하면서 격려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진 콘서트에서는 '서율 밴드'와 세계 최정상의 스트리트 댄스팀 '고릴라 크루', 캘리그라피 '감성붓다'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펼쳐졌다. 서율 밴드가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노래하는 동안 팝핀 댄서들은 춤으로 시구들을 표현했다. 시인이 연희전문에 입학한 1938년에 쓰여진 '새로운 길'은 노래와 춤으로 재해석되어 평소 시 읽기를 낯설어하던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두 번째 콜라보 무대는 보다 더 역동적이면서도 화려했다. 서율이 작곡·노래한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을 배경으로 고릴라 크루는 7명의 댄서가 등장해 팝핀과 힙합, 비보이 등의 프리스타일을 선보이며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었다. 서정시와 스트리트 댄스, 언뜻 보기엔 가장 이질적인 두 장르가 무대 위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뤄냈다.
공연을 관람한 한 연수생은 "윤동주 시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시를 이렇게 즐겁게 감상했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감상을 남겼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도서관협회 사업본부 관계자는 "매일 오가는 길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풍경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시적 정서가 시 노래와 춤, 캘리그라피로 새롭게 읽힌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연수생들에게 다양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획 배경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진행한 책의노래 서율 현상필 대표는 "시에서 생동감을 부여하는 형식적 요소가 운율이듯, 춤의 생명은 리듬이다. 심장 박동을 비롯해 우리 몸도 리듬 속에서 움직이는데 시와 음악, 춤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연을 통해 젊은 연수생들의 일상에도 활기찬 리듬이 부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율은 2020년을 맞아 좋은 책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책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다원 퍼포먼스, 활발한 공연과 젊은 시인들의 시노래 음원등 창작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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