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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 박사학위 신설 안 되나요”

입력 : 2020-01-05 19:16:00 수정 : 2020-01-05 2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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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도입 목소리 확산 / 석사까지만 가능 ‘반쪽 평생교육’ / 방송대 설치령 따라 개설 불가능 / 2019년 법안 발의했지만 국회 계류 / 대부분 전임교원으로 역량 갖춰 / 외국 주요 원격대학엔 과정 있어 / “신설 당위성… 교육 질적 제고를”
방송통신대학교. 방통대 제공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다전공으로 재학 중인 김모(48)씨는 지난 학기 방송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4년제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음에도 방송대에 편입해 교육학 석사학위를 딴 이유는 회사 HR팀 직원교육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교육학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싶은데 방송대에는 박사학위 과정이 없는 탓이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른 나라처럼 한국 방송대에도 박사학위 과정이 개설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일 방송대 설치령에 따르면 방송대는 박사학위 과정 개설이 불가하다. 평생교육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원격 국립대이지만, 창학 이념과는 다르게 석사에서 배움을 멈춰야 하는 셈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 등 국회의원 175명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를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최근 방송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재학생 중 89.1%가 박사학위 신설을 원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방송대의 박사학위 신설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방송대 박사과정은 무엇보다 업무나 육아 등 대학원에 새로 입학해 다니기 어려운 사람들이나 새로운 전공을 배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평가다. 1인 1전공 1직업 시대가 저무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알맞은 고등교육을 제때 배울 수 있는 통로도 될 수 있다. 합리적인 학비로 학위를 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방통대 석사 과정생들의 학비는 1학기당 평균 120여만원이다. 방송대 관계자는 “박사학위가 신설되면 1학기당 학비가 200만원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문학 등 비인기 학과의 학문적 명맥을 유지하도록 신진학자들을 육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철학, 문학, 지리학 등 소위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과들의 대학원생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해당 학과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거나 중단한 학생들이 차후에 배움의 기회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신진학자들을 양성해 해당 학과의 학문적 쇠락을 막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사학위가 개설돼 있는 외국 원격대학과 달리 한국방송대가 아직 후진적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대에 따르면 미국 UMUC, 일본 OUJ 등 선진국 원격대학은 물론 말레이시아 OUM, 남아공 UNISA 등 9개국 원격대학은 박사과정이 개설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방송대가 국민의 평생교육 진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며 “같은 역할을 하는 외국의 주요 원격대학이 박사학위 과정을 갖고 있다는 것만 해도 방송대 박사과정 신설이 당위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옥태 방송대 교수(미디어영상학)는 “방송대는 교수 대부분이 전임교원일 정도로 박사학위를 개설할 수 있는 교육적 토양이 갖춰져 있다”면서도 “교육의 질적 제고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립 원격대학인 방송대의 박사학위 과정 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차례로 사립 사이버대들에서도 같은 논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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