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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협상·전작권 전환·美中 갈등 핵심 변수” [안갯속 2020 외교안보 정세]

입력 : 2020-01-05 18:37:08 수정 : 2020-01-05 18: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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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흔들리는 韓·美동맹/ 트럼프, 방위비 대선 활용 불보듯/ 日·獨 협상 의식 강한 압박 예상/ 美, 전작권 전환 별다른 이의 없어/ “유엔사 강화해 韓美연합사 통제”/ 美·中 갈등, 트럼프에겐 대선 호재/ 한국, 양강 사이 힘든 줄타기 예상
韓·美 연합 도하훈련 2016년 4월 경기도 연천군 전곡지역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도하훈련 중 주한미군의 M1A2 전차가 한국군이 설치한 부교를 이용해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6·25 이후 70년간 정치·군사적으로 항상 중요도 1순위의 맹방이었다. 지금도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지만 양국 관계가 균열의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은 흔들리는 한·미 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올해 양국은 두 나라 모두 각 국내 정세는 물론, 자국을 둘러싼 외교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황이다. 이슈들은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면서 각 이슈가 다른 이슈에 영향을 주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정부는 북한과의 평화무드 조성에 주력해 왔지만 북한은 오히려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긴장 상태를 유지했던 중국·일본과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이고 연말엔 대선도 치러야 한다. 이런 와중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란과의 관계도 살얼음판이다. 북·미 대화도 더디기만 하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2020신지정학’ 리포트에서 올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세 가지 쟁점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참여 요청을 꼽았다. 외교·군사 전문가인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5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작권 전환과 함께 △미·중 갈등을 올해 양국 관계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2020년 한·미 관계 핵심은 방위비 협상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전문가들 간 별 이견이 없는 올해 한·미 관계의 최대 이슈다. 한·미는 지난해 다섯 차례나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방위비 협상을 올해로 연장했다. 그만큼 양국의 입장차가 크다는 얘기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020국방정책 환경 전망 및 과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맞아 기존 선거 공약 중 하나였던 방위비 증액을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선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에 있어 한국과의 협상은 전초전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밀릴 경우 이어지는 일본, 독일과의 방위비 협상도 어려워지기에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1조389억원인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미국이 일부 양보하는 듯한 뉘앙스지만, 그럼에도 “인상 요구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임을 우리 외교 당국자들도 인정한다.

일각에선 방위비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미 의회가 주한미군 숫자를 법으로 못 박아서다. 방위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현실적인 미국의 대응카드는 관세 인상을 포함한 경제 보복이다.

◆전작권 전환 추진… 커지는 안보 우려

한·미 동맹의 안보 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방위비 협상보다는 전작권 전환과 북·미 관계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지금도 전환이 추진 중이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에 있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이라는 3가지 전제조건을 뒀다. 이 중 미국은 우리 군의 군사 능력에 대해 아직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있어 조기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찬반 논란은 뜨겁다. 자주국방을 위한 전작권 조기 전환 찬성과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트럼프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옵션’을 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이양되면 미군이 유사시 발을 빼기 쉬워진다는 논리다. 미국은 대신 유엔사 강화를 통해 한미연합사령부를 간접적으로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 새 이정표를 세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어떤 협상을 펼칠지도 중요하다. 이미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 유화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미국이 협상에 따라 연합훈련 영구 중단 등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미 군사 협력이 약화하면서 안보불안에 대한 국내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미·중 관계도 중요 변수… 힘든 줄타기 예고

직접적으로 한국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미·중 관계 역시 한·미 관계에 중요한 변수다. 중국과의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오히려 선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분쟁뿐만 아니라 안보 면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동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는 중국을 염두에 둔 조치다. 한국은 향후 미국, 중국 양측으로부터 “우리 편이 돼라”는 압박을 받을 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오히려 대미 관계에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중재에 나섰듯, 한국이 동북아 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동대 박 교수는 올해 대미 관계에서 “방위비 협상 등을 놓고 민족주의를 내세워 반미 감정을 부추겨서는 안 되며, 외교관계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좁은 시각으로 남북관계만 보지 말고 미·중 갈등과 그 안에서 어떻게 남북관계를 해결하고 우리 위치를 잡을지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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