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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 · 수위 조절'…육성 신년사 생략한 김정은의 노림수는? [뉴스+]

입력 : 2020-01-01 19:06:48 수정 : 2020-01-01 20: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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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전체의 결정 보여주려 한 듯 / 할아버지 김일성 선례 참고도
연말 당 전원회의로 신년사 대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놓았던 육성 신년사를 처음으로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육성 혹은 사설 형태의 신년사를 건너뛰는 것은 북한 정권 수립 이후 거의 없었던 일이다.

노동신문은 1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 대신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를 게재했다. 조선중앙TV도 예년과 달리 이날 ‘신년사 예고’ 방송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1월1일 오전 8시45분쯤 신년사 예고 방송이 나오고, 오전 9시 김 위원장이 녹화방송 형식으로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녹화 중계가 끝나면 노동신문은 신년사 전문을 실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집권 3년째인 2013년부터 해마다 1월1일 반복된 방식이다.

북한은 올해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 대신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로 갈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참석자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선례가 어른거린다. 김 주석은 집권 시기였던 1987년 신년사를 전년도 12월30일 발표된 최고인민회의 제8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로 대체했다. 이 외에 북한 최대의 권력투쟁으로 알려진 ‘8월 종파사건’ 이듬해인 1957년에도 신년사가 생략됐다.

 

이와 함께 신년사를 회의 결과로 대체하면서 이날 밝힌 대미 강경노선의 메시지가 김 위원장 개인이 아닌 당 전체의 결정임을 강조하려 했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회의 결과 보도에는) 미국에 대한 강경한 발언들이 연이어 나오는데, 이를 자기의 입으로 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당 중앙 위원회를 통해 3인칭 화법을 활용한 것으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북한을 도와줄 중국을 의식해 분위기 조절을 한 것으로 읽힌다”고 짚었다. 또 일각에선 북한이 김 위원장의 1인 독재체제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한편 이날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회의 첫날부터 사흘째까지 굳은 표정이었던 김 위원장은 마지막 날 회의에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앞선 회의 내내 긴장한 표정으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수첩에 받아 쓰던 참석자들 역시 편안한 표정으로 포착됐고, 김재룡 내각 총리는 치아까지 드러내며 웃었다. 이는 북한이 난관을 정면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연출로도 보인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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