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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된 AI·IoT… 산업계도 디지털시대 ‘사업 재조립’ 박차 [심층기획 - 새해에도 '디지털 전환' 가속]

입력 : 2020-01-05 08:00:00 수정 : 2020-01-04 11: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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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로 사회·경제적 변화 가속 / 새 비즈니스 창출·사업 전환 과제로 / LG, 계열사별 전담조직 구성 등 추진 / 삼성·SK 최고경영자 지휘 속 잰걸음 / LS전선, 업계 첫 IoT 활용해 재고관리 / 현대상선도 차세대 물류시스템 개발 중 / 금융권도 핀테크 기반 생태계 급변화 / 조직개편·신사업 전략 수립 등 부심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키오스크(무인 주문 계산기)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생활이 됐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등 ICT(정보통신기술)가 사회 각 분야에 스며들어 변화를 창출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디지털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산업 전환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사업의 재조립’이다. 새로운 산업 진출은 물론 기존 산업 운영에서도 ICT로 생산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곳까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될까 생각되던 산업까지 디지털 혁명의 대상이 되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진두지휘하는 ‘디지털 전환’

지난해 기업 리더들의 말들 속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기업 생존전략으로 너도나도 ‘디지털 전환’을 첫손가락 안에 꼽았다. 이는 리더들이 직접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추세와 관련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펴내는 경영 전문 학술지 MIT슬로언매니지먼트 리뷰는 “디지털화에 성공한 기업의 41%는 최고경영자 수준에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Chief Information Officer)나 최고디지털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에 의한 변화는 16%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8월 ‘SK 이천 포럼’에서 “디지털 전환(DT)과 AI(인공지능)라는 툴을 사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전락할 것이고, 그런 툴을 쓰는 회사가 고객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한 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Deep Change)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2019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도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 속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에 SK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처음 가진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언급했다. 구 회장이 꺼내 든 카드도 ‘디지털 전환’이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말 인사에서 LG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 CSO(Chief Strategy Office·최고전략책임) 부분을 9년 만에 부활시켜 미래 준비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LG전자뿐 아니라 계열사별로 디지털 전환 전담조직을 구성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 R&D 캠퍼스에 있는 삼성리서치를 찾은 자리에서 차세대 기술전략을 논의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AI 등 차세대 기술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전환’

‘디지털 전환’의 가속도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ICT 도입이 친숙한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뿐 아니라 B2B(Business-to-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에도 디지털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전선 등을 생산하는 LS전선은 업계 최초로 IoT를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과 자재에 통신센서를 부착해 휴대전화로 위치와 재고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수백·수천 가지의 제품을 출하할 때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LS전선은 강원도 동해 사업장에서 이 시스템을 6개월간 실증 테스트했으며 이를 전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랙터 등을 생산하는 LS엠트론은 실시간 생산정보 모니터링 시스템 및 설비 예방 보전 시스템을 구축해 공장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트랙터 1대당 생산 시간을 2008년보다 약 60.9% 단축했다.

국내 유일의 원양상사인 현대상선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미국 IT기업 오라클과 함께 ‘뉴 가우스’를 개발하고 있다. 뉴 가우스는 컨테이너와 벌크 운영 등 운송 정보, 선박 정보 등을 관리하는 차세대 해운물류시스템이다. 선복량이나 운임경쟁만으로는 글로벌 대형 선사와 경쟁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과 같은 핀테크(ICT를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기업들이 발달하면서 기존 금융을 대체하는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자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고 새로운 사업부를 설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기존 IT본부를 IDT본부로 변경했다. 또 디지털 전환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IDT본부를 리스크관리부문에서 정책기획부문 산하로 이동 편제했다. 아울러 ‘디지털 추진부‘를 신설했는데 산업은행은 디지털 추진부를 통해 빅데이터나 AI, 핀테크 협업 등 디지털화 대상사업 선정이나 실행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하고 디지털전략 수립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디지털 전환 = 일자리 감소’ 현실화 사회적 합의·정부 중재 역할 시급

 

‘디지털 전환’ 과정이 초래할 일자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반된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대다수 전문가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의 발달과 산업현장의 로봇기술 도입이 일자리를 잠식할 것으로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혁신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들도 기존 일자리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디지털 전환이 초래할 일자리 감소 충격을 완화하는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최근 채택한 ‘디지털 전환 시대 노동의 미래를 위한 도전과 과제: 노사정 보고서’는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강조한다.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이 경제적 수익모델이나 작업 조직, 마케팅 관리 등 다양한 요소를 상호작용을 통해 찾아내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최적의 안을 도출해야 일자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다수 나라는 기술 이외의 요인을 경시하는 ‘기술 우선주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운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불거졌던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함께 기업과 노동자 모두 ‘디지털 전환’에 충분히 준비·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 2018년 연구조사에 따르면, 상장·중소기업의 71.2%가 기술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한국노총 노조 간부들의 76.5%도 대응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범정부 차원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종합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고 있지만 한계점에 부딪힌 상태다. 경사노위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 논의가 일부 기업관계자와 기술전문가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그 결과 산업 및 노동현장 실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양적 목표 달성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는 이해관계자의 인식이나 적응도, 즉 사회 전반 수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보고서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때 기존 규제와 최대한 충돌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을 검증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제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망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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