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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또 끊어진 필름!… 연말 잦은 폭음 ‘젊은 치매’ 부른다 [뉴스+]

입력 : 2019-12-25 19:19:23 수정 : 2019-12-26 14: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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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현상 각별 주의해야/ 치매 환자 10%가 ‘알코올성’/ 반년 새 2회 이상 경험했다면/ 뇌 인지기능 저하 시작된 셈/ 주2회 이상 폭음 ‘고위험음주’/ 지난해 14.7%… 4년 새 1.2%P↑/ 전문가 “음주 후 사흘 단주해야”

직장인 김모(30)씨는 연말연시 연이은 송년회 탓에 요즘 시간을 널뛰는 듯한 느낌이다. 때마다 이어지는 폭주 탓에 저녁시간 기억을 아예 잃어버리는 탓이다. 최근에는 함께 술자리를 갖지 않았던 친구에게 “우리 저번 송년회 때 만난 형 기억하지?”라고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되는가 하면, 술기운에 직장 상사에게 했던 민감한 얘기를 술 깨고 난 뒤 다른 상사에게 했다가 곤란을 겪기도 했다. 김씨는 “음주가 누적되면서 몸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아직도 막내급 사원이라 술자리를 마다할 수도 없어 연일 꿈속에 사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이모(19·여)씨도 학과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면서 술을 먹는 날이 부쩍 늘었다.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맞는 연말이기도 하고, 이제 진짜 성인이 됐다는 희열감 때문인지 한 달 새 폭음을 하고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두 번이나 했다. 이씨는 “대학교에 들어와 취업 준비를 하느라고 평소에는 학점 관리에 여념이 없다”며 “학우들과의 경쟁 속에 평소 여가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다 보니 한번 술을 먹을 때 과음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폭음을 경험한 비율은 2014년 37.5%에서 지난해 38.9%로 증가했다. 보건당국은 1회 음주량이 소주 7잔(여자의 경우 5잔) 이상일 때 폭음으로 분류하는데 평균 주 2회 이상 폭음을 하는 고위험음주율도 2014년 13.5%에서 지난해 14.7%로 늘었다. 송년회 혹은 신년회로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연시는 어느 때보다 위험한 기간이다. 이른바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현상은 뇌건강에 극도로 악영향을 미쳐 직장인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블랙아웃은 음주 시 기억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알코올이 혈관을 통해 몸에 흡수되면서 혈액 속 알코올이 뇌세포에 침투해 일시적으로 뇌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기억과 관련한 중요 역할을 하는 대뇌 측두엽의 해마가 알코올로 차단되면서 뇌에 기억이 아예 기록 및 저장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블랙아웃 현상이 빈번해지면 우선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또 뇌신경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뇌에 영구적이면서도 심각한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복된 블랙아웃으로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판단 능력이나 충동 조절 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6개월간 블랙아웃이 2회 이상 발생했다면 이미 뇌 인지기능이 저하하기 시작했다는 적신호다.

특히, 블랙아웃은 치매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치매환자 중 약 10%가 음주로 인한 치매인데, 이 치매환자들은 대부분 잦은 블랙아웃을 겪은 환자들이다. 폭음이 곧 치매 위험성을 높이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양의 음주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블랙아웃이 일어나는 자체가 이미 뇌세포가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더 악화되기 전에 스스로 음주습관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치매와 별개로 음주로 인해 간, 심혈관계, 췌장, 위장 등에 무리가 가고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알코올이 몸에서 완전히 해독되는 데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3일 이내에 연속적인 음주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소주 2병, 맥주 3병 등 주량을 정해 놓고 맹신하지 말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음주량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음주 전후에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버릇을 들여 간에 무리를 줄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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