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인데 어제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 달라는 전화를 하루에 다섯 통이나 받았어요. 또 지난 한 주 동안 10명의 친구가 자신들의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했지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마윈(馬雲) 전 알리바바 회장이 “2019년은 정말 어려운 한 해 였고,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전했다.
마 전 회장은 지난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저장성 출신 기업인 송년 모임에서 “지난 몇 년간은 일부 기업인이 힘들었지만, 2019년에는 대부분 기업인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마 전 회장은 “세계는 큰 변화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중국 경제도 엄청난 적응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과 세계의 변화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최고 부호이자, 중국 내 민영기업의 상징인 마 전 회장이 중국 기업의 어려움을 부각하면서 인터넷 등에서는 큰 주목을 받았다. 마 전 회장은 중국 경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그의 언급은 경제성장률 둔화, 부채증가, 대외관계 악화 등 중국 내 경제계 인사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019년 성장률이 6%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주가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따른 중국 경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9일 전국 지방정부 비서장, 판공청 주임들과 만나 “내년 중국 경제 발전은 더욱 큰 하방 압력을 받고 있으며, 더욱 복잡한 국면에 놓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리 총리는 이어 “안정적인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험 요인을 방지하는 가운데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락 폭이 커지는 성장률 둔화는 중국 정부의 경제 운용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10년 10.6%로 정점을 찍고, 2011년 9.5%, 2014년 7.3%, 2018년 6.8% 등으로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2020년 샤오캉(小康社會) 사회 건설 목표와도 관계가 깊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샤오캉 사회 건설을 목표로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GDP)을 2020년의 두 배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성장률 둔화로 인해 민영기업이 잇따라 도산하는 등 경제 전반에 큰 어려움이 발생했고, 예상치 못한 금융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헝다(恒大)연구원 런쩌핑(任澤平) 원장은 “일부 경제지표 개선도 실질 증가율을 살펴보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중국 정부가 2020년에도 더욱 과감하고 강도 높은 재정 정책을 통해 급속한 경기 둔화 흐름을 저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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