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서 일했던 고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놓고 때아닌 ‘압수수색 전쟁’을 벌인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호 협조와 보완 관계를 유지해야 할 양대 수사기관이 강경 대치 국면을 이어가며 불필요하게 공권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5일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신청한 A수사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직권남용을 밝히기 위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변사자의 사망 경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밝히겠다는 건 법령과 판례에 의하면 한계가 있다”며 차후 영장을 재신청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갈등은 검찰이 먼저 지난 2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당시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도 없도록 밝히는 한편 이와 관련한 의혹 전반을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반발했다.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유류품을 가져가거나 경찰 조사 이후에 확보할 수 있음에도 압수수색을 한 데 따른 불만 표시였다. 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을 경찰과 공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결국 경찰이 “휴대전화 등 유류품은 사망 경위 확인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역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수사에 나설 만하기 때문에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향후에도 원칙적으로 공정한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A수사관 사망 이후 “정무적 고려 없는 원칙적인 수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선 A수사관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에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적시했다. 검찰이 경찰 측에 수사 내용이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발 빠르게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바닥에 떨어진 상호 신뢰’가 검경 간 초유의 ‘압수수색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측이 충분히 협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서로 불신이 많이 쌓인 탓에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쌓인 데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 등의 사건을 거치며 검경 간 지휘관계로 인한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검찰 일각의 주장에 대해 “검찰이 ‘절대 선’이라는 우월적 사고를 바탕으로 (펴는 주장으로), ‘경찰은 마치 검찰의 강력한 지휘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한정치산자 같은 존재’라는 불순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둘이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경찰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압수물 처리에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는 걸 국민한테 알리려는 것”이라며 “검찰도 증거를 가져와 국과수가 아닌 대검찰청에서 포렌식을 진행하는 것에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의 갈등이 이어질수록 결국 ‘행정력 낭비’ 등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교수는 “현재의 수사 구조 자체가 행정력 낭비이긴 하다”며 “경찰은 객관적으로 수사하고, 검사는 이에 대해 제대로 수사지휘를 잘 활용하는 등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충돌이 불필요한 상황”이라며 “휴대전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해서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경찰 수사가 잘못됐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강진·김건호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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