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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정부 재정 투입, 엄격한 검증 시스템 마련해야” [심층기획 - '눈덩이 현금복지' 해부]

입력 : 2019-12-06 06:00:00 수정 : 2019-12-05 22: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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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속가능한 사회 위한 전문가 조언(끝) / 중복 사업하는 지자체 지원중단 필요 / 정부는 급여, 서비스 정책은 지자체 / 역할 구체화하는 집행방식이 효과적 / 청년·아동수당 일할 의욕 하락시켜 / 노인일자리 사업 효율성에 문제 있어 / 명확한 목표 설정 후 맞춤형 정책을 / 보편적 복지, 되레 양극화 심화 우려 / 국민 기본 생활보장 지원 확대해야

현금 지급 형태의 복지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등은 기본적 사회안전망으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출산 축하금이나 장려금처럼 각 지자체 단체장을 통해 지급되는 경우 저마다 재정 악화를 빠르게 가중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번 편성되면 줄이거나 없애기 어려워 다른 일시적 예산사업과 비교해 엄격한 검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금복지를 국민 삶의 질을 생산적 방향으로 개선하는 한편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집중해야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일 아동수당이 태어난 배경과 무관하게, 즉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기본생활 보장을 위한 안전망으로 기능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아동수당은 복지정책 중 제일 먼저 도입됐고 만 20세까지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도록 제공한다. 청년수당의 경우 심각한 구직난과 실업에 대응하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데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다만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에 속하는 미취업자 청년에게만 주어지므로 보편급여로 보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기초연금은 질병 초기에 병원이나 의료 서비스 시 돈의 두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어 중증질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퓰리즘’과 ‘기본적 사회안전망’ 논란에, 해당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의 차원에서 구분될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현금성 복지정책이 실질적으로 재정 범위 안에서 실현 가능한지, 그 효과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되고 있는지를 보고 추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재 시점에서 대안이 없이 최선인가란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 기초수급지원, 노인기초연금 등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의 범주에 포함했다.

◆중앙·지방 간 정책별 실행주체 달리해야

성태윤 연세대 교수.

현금지원 성격의 복지가 일반 계층에게 강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실제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형태는 재검토가 시급하다. 사업이 중복되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재정의 투입 가능성에 대해 검증하는 시스템도 요구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사업 및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중복사업을 벌이는 지자체에 긴급제어와 더불어 재정지원 중단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지방정부 간 역할 정립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송다영 교수는 수당과 같은 급여는 중앙정부를 통해, 서비스 정책은 지방정부를 통해 구체화하는 집행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요약했다. ‘출산수당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전남 해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해남은 출산장려금을 제일 먼저 도입한 지자체로 2012년부터 첫째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720만원을 지급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 1.89명으로 전국평균 0.98명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다. 그렇지만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승희 전남도의회 의원에 따르면 2012∼2017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주민 3260명 중 243명이 타지로 전출했다. 211명에게는 지급중지 조처가 내려졌고, 32명으로부터는 돈을 돌려받았다. 2009년 530명에서 2012년 832명으로 급증했던 해남의 신생아 수도 지난해 500명대로 떨어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9 한국의 지방소멸지수’에서 해남은 ‘소멸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송 교수는 “한마디로 말해 출산만 하고 떠난다는 얘기다. 지자체는 현금성 지출만 했지 ‘지역의 지속성 확보’에는 실패한 것”이라며 “해남처럼 현금성 급여를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하면 전국의 지자체 간 불필요한 경쟁만 불러일으킨다. 수당정책은 중앙정부를 통한 계획·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마구잡이식 수당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강성진 교수는 “지자체별 출산장려의 차이는 곳간이 충분해 재정 여력이 뒷받침된다면 비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청년·아동수당 등은 이들의 일할 의욕을 하락시킬 수 있다”며 “취업지원만 하고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다거나 자주 직장을 옮기는 게 이런 수당만 받기 위한 행동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고 했다.

이상은 숭실대 교수.

국내에서 현행 국민연금 급여를 받는 노인은 전체의 약 40%에 불과하고, 이들의 급여 수준도 평균 40만원 정도에 그친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예산을 부분적으로 증액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사업 지원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연금만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줘야 할 어르신들에게 정부가 일을 시키고 부분적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OECD 국가들이 노령연금으로 현금을 주는 데 비해 한국은 노령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형식적으로 일하도록 해 보수를 보태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충분한 연금이 지급되는 선진국의 노인들은 자발적 봉사활동에 참여한다고 소개했다.

◆명확한 목표·대상 설정 맞춤형 정책 필요

우리나라는 현금성 복지 지원 정책의 확실한 목표 수립이 최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성태윤 교수는 “광범위한 대상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특히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복지는 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작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게 대상을 골라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를 늘려 구직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업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인적자본은 확충해 신규 구직이 가능토록 돕는다. 더불어 국가 치매 지원제도로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반면 보편적인 복지는 되레 양극화를 부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상교육 사례에서 저소득층 계층에 추가적인 이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중상류층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절대빈곤 완화’라는 궁극적 목적으로 삼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적어도 모든 국민이 실업·질병·노령 등의 사회적 위험에 직면했을 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까지의 지원 확대를 피력했다. 윤 교수는 “중산층이 민간보험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공적 사회보장제도로 만일의 위험 때 생활 유지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며 “서구 복지국가들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일상적으로 해오던 것이다. 다만 사각지대가 없도록 설계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비칠 수 있는 ‘현금복지 지원 정책’의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은 교수는 이를 ‘소득보장정책’으로 정비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공통적인 소득보장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지자체에서 현금을 지급하더라도 이후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그만인 데다 실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동시에 지방정부를 향해 지역의 사회서비스 인프라 구축 및 공급인력 확대 노력도 주문했다. 분야별로는 노인 빈곤 문제의 즉각적인 조치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이 성숙해 가는 사이 그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너무 낮아 빈곤에 빠지는 노인들이 생길 것”이라며 “최소한 일정 수준의 기초적인 소득을 가질 수 있는 노인보충급여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중앙에서 기본적인 노인·아동에 대한 소득보장이 이뤄질 때, 지방에서의 위기감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에서 다소 돌출적 현금지원 제안 욕구들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 실업과 불안정 노동에 대응한 소득보장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실업자들에게 재취업이 이뤄지도록 돕고,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소득 안정성을 제공하는 게 그것이다. 연장선에서 전문가들은 실업급여와 실업부조, 근로장려금 제도의 확충도 요청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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