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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실적 채우지 못해 자기제품 떠안는 코디

입력 : 2019-12-04 19:14:45 수정 : 2019-12-05 09: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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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권익 찾기’ 토론회 / 코디 한 달 수입 평균 222만원 / “집에 정수기·비데 여러 개” 증언 / 31% “구매 압박 받은 적 있다” / 고객 제품 반환 수수료도 부담 / 업무 지시 받지만 특수고용직 / “노동자 지위 인정해야” 목청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오더(주문) 하나 해줄 지인이 없냐”, “비데나 닦으려고 코디하러 왔냐”….

생활가전 대여업체인 웅진코웨이 인천 옥련지국에서 ‘코디’(방문관리사원)로 일하는 이윤선씨가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해 가진 지국장과의 개인면담에서 들었다는 폭언 중 일부다. 이씨는 지국장이 코디들에게 자사 제품을 자비로 이용할 것을 강요했다고도 밝혔다. 이씨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에서 “우리집 장롱 안에 일시불로 산 비데가 쓰지도 않은 채 들어 있다”며 “코디들 집에 그렇게 등 떠밀려 받은 제품이 서너 개씩 다 있다”고 토로했다. 중요한 건 이씨 같은 방문판매노동자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취급받는 특수형태근로자란 것이다. 이들은 임금, 근로시간, 연차수당 등을 정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데도, 일반 직원처럼 성과에 대한 상당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생활가전 대여업체에서 일하는 코디 3명 중 1명은 이렇게 사측에서 정한 영업 목표량을 채우지 못해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업무내용·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시가 이렇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코디 측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코디로 일하는 인원은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코디 78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매출 부진으로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 응답률은 36.3%였다. 이들이 겪은 불이익 종류로는 ‘부진자 교육’이 28.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사무실 대기’ 27.1%, ‘처리계정(고객 관리 할당량) 건수 조정’ 15.1%, ‘지역 변경’(12.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측이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코디들에게 자사 제품 구매 압력을 넣는 일도 빈번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응답자 중 30.8%가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구매 압박을 받은 적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보면 SK매직서비스 소속 코디 응답률이 58.3%로 가장 높았고, 이어 청호나이스가 38.1%, 웅진코웨이 21.4% 순이었다. 구매 압박을 받았다고 답한 코디가 자사 제품을 구매한 건수는 무려 월 평균 5.32건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그 금액은 평균 109만3537원이나 됐다. 코디 한 달 총 수입이 평균 222만원으로 조사된 걸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이라 할 수 있다.

자사 제품 구매뿐 아니더라도 영업을 위해 고객에게 주는 현금 지원이나 선물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코디 측 주장이다. 웅진코웨이에서 5년째 일했다는 김순옥씨는 “영업이 잘 되면 한 달 300만원 수입이 나지만 안 되면 150만원 넘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코디들은 일명 ‘수당 되물림’이란 항목으로 매월 사측에 납부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한다. 수당 되물림은 코디가 담당한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일정 기간 내 반환할 경우 이전에 받은 수수료의 1.5배를 코디 수입에서 공제하는 걸 말한다. 하인준 변호사는 “사측에서 코디를 독립사업자라고 주장한다 해도 이런 행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한 지위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코디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그간 공제된 되물림 비용은 효력이 사라져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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