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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링 온실·드론 활용 채소수급 조절… 스마트 농업 이끈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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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29 03:00:00 수정 : 2019-11-28 19: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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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선정 올해 6대 정부혁신 성과 / 안개 형태 물 뿌리는 냉방 온실 폭염 견뎌 / 장미 등 생산량 3배 ↑… 속성 재배효과도 / 드론 띄워 고랭지 채소면적·작황 정보 파악 / 배추·양파 등 5대 농작물 수급안정 기여 / ‘임금님표 이천쌀’ 전용 벼품종 해들 개발 / 일본산 퇴출… 2020년부터 보급종 생산 돌입 / 콩비지·맥주박 등 식품부산물 사료 활용 / 한우농가 비용 절감·환경오염 방지 효과 / 잔류농약 기준 강화 ‘PLS’ 올부터 시행 / 3만여 농가 방문 교육… 안전먹거리 강화 / 농식품 기반 스타트업 현장밀착형 지원 / 상시전용 판매망 구축… 일자리도 창출

“한국 내 1만6442개 직업 중 ‘백성 민(民)’을 붙인 직업은 오직 농어업뿐입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박진도 위원장이 지난 26일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국가기반 산업인 농업·농촌의 현실과 삶은 막막하기만 하다. 농수산물 수급 및 가격 불안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 농어촌의 공동화 등 “농업·농촌의 문제는 얽히고설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 등 거대한 파고에 맞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농업·농촌 연구개발(R&D)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올해 6대 정부혁신 사례로 꼽은 성과를 통해 ‘농어촌이 그래도 미래’인 근거를 짚어봤다.

◆폭염에도 끄떡없는 고품질 딸기·장미 생산

태풍은 물론 폭염 등 이상기후는 과일·화훼 농가에 큰 해를 끼친다. 여름철 폭염으로 추석 전후 과일값이 크게 오른 지난해 경우가 단적인 예다. 과일은 날씨가 추워도 문제이지만 너무 더워도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당도 등이 떨어진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지난 7월 전북 완주에서 실증에 들어간 ‘고온 극복 혁신형 스마트 온실’은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게 개발한 냉방 온실이다. 안개 형태로 물을 뿌려 주변 열을 흡수, 최고 온도를 12∼13도 낮추는 원리를 응용했다.

이런 ‘쿨링 온실’은 생산성 향상은 물론 속성 재배 효과도 거뒀다. 쿨링 온실에서 기른 딸기(설향)의 당도는 평균 11.6브릭스(°Bx)로, 일반 온실 재배 딸기(10°Bx)보다 더 달아 13.4% 높은 가격에 팔렸다.

장미도 마찬가지다. 일반 온실에서 재배한 것보다 초기 수량이 3.1배 증가했고 줄기 길이나 굵기 모두 뛰어났다. 원예과학원 관계자는 “앞으로 토마토와 파프리카, 거베라 등으로 실증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연구협약에 따라 내년에는 사막지형 적합 온실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드론으로 파악한 작황 정보로 채소 수급 안정

농산물 수급 안정은 역대 정부의 역점 사안이다. 배추와 무, 양파, 마늘, 고추 등 5대 민감채소의 수급 불균형은 농민들 소득은 물론 서민 물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가뭄과 폭우 등 최근 10여년간 본격화하고 있는 이상기후에 따른 직격탄은 늘 농민들 몫이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이 같은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종과 시비, 방제 등 세계적으로 드론 판매의 80% 이상은 농업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농업과학원은 여기에다 작황 모니터링을 위한 관측용으로 드론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드론은 해발고도 400∼1000m 고산지역에서 이뤄지는 고랭지 채소의 재배면적과 작황상태, 수급 정책에 크게 기여한다. 위성이나 항공기로는 알지 못하는 고랭지 채소 재배면적과 생육단계별 수량과 병걸림 등 이상 유무를 파악해 향후 풍흉 여부를 예측할 수 있어서다.

농업과학원은 매년 2∼5월 양파와 마늘, 5∼9월 고랭지 배추, 11월 이후 가을·겨울배추 재배현황에 관한 지도를 만든다. 이런 주산지 민감채소 작황정보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에 제공돼 수급 정책을 세우는 데 활용된다.

◆국민 참여 벼 품종 ‘해들’로 일본산 완전 퇴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46.7% 정도다. 이 중 쌀은 자급률이 100%가 넘는, 거의 유일한 곡물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쌀 브랜드 36개 중 60% 이상은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이다.

특히 임금님 진상미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의 일본품종 의존도는 꽤 높은 편이다. 경기 전체 벼 경작지의 63%를 추청(아키바레)이나 고시히카리 등 일본산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명품쌀 주산지가 일본산을 심는 이유는 다양하다. 밥맛 측면에서 고시히카리를 월등하게 앞서는 품종이 드물었다. 다들 품종 교체 필요성은 느꼈지만 재배농은 국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유통업체·소비자는 검증된 쌀을 선호했다.

분위기는 국립식량과학원이 이천시 토질과 기후에 맞는 최고품질의 ‘해들’과 ‘알찬미’를 개발하면서 서서히 바뀌고 있다. 현지 포장평가와 형질조사, 밥맛평가 등을 거친 해들은 올해 원종 생산에 이어 내년부턴 보급종 생산에 돌입한다.

◆콩비지·막걸리박 등 식품부산물 한우사료로

소와 돼지 등 국내 축산산업은 갈수록 규모화하고 있다. 하지만 사료값이 만만치 않다. 옥수수 등 곡물 위주의 사료를 주로 먹이는 데 비육우 생체 100㎏당 드는 사료비가 한국의 경우 38만9000원이다. 미국은 이의 4분의 1 정도인 9만4000원 정도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해마다 411만t가량 버려지고 있는 식품부산물의 사료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식품부산물은 비지와 맥주박(맥주를 짜고 남은 찌꺼기), 막걸리박, 빵 부산물 등을 말한다. 처리비용만 t당 12만4000원이 소요된다.

축산과학원의 식품부산물 126건의 영양성분 분석 결과 54건은 한우 사료 원료로 써도 무방했다. 전국 7개 거점 한우농장을 대상으로 시험사육한 결과 사료비는 일반 농장의 24.7%, 1+ 육질 등급 향상은 27.7%, 소득은 158.0%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금까지 폐기물에 불과했던 식품부산물을 사료로 재활용할 경우 축산업은 ‘환경오염 방지’라는 새로운 공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학술연구용역 전문업체인 이암허브는 식품부산물 활용 사료 기술은 향후 10년간 농가소득 향상과 수입사료 대체 등 1조2000억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바른 농약 관리로 국민 먹거리 더 안전하게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ASF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9월1일 취임 당시 제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농약 허용 물질 목록 관리 제도’(PLS)였다”고 밝혔다. PLS는 안전성이 검증된 등록 농약을 확대하고, 잔류농약 기준을 기존 0.05ppm에서 0.01ppm으로 강화하는 제도다. 올해 1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재배면적이 큰 농작물에만 안전성이 검증된 등록 농약이 몰리고, 소면적 작물용 농약은 부족하고 사용지침 역시 유사 농산물에 맞추는 기존 관리체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농진청에선 연구정책국이 관행개선과 제도개선 등을 맡았다.

연정국은 지금까지 3만1000가구 농가를 방문해 교육·컨설팅했고, 136만명에게 농약 안전사용 실천방법을 교육·홍보했다. 또 지난 7월부터 모든 농약의 전산 판매기록을 의무화하는 판매기록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 8월까지 농약의 농산물 부적합률은 전년 동월 대비(1.6%) 0.2%포인트 줄어든 1.4%에 그쳤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약 출하량은 지난해 8월 현재 1만5728t에서 올 8월 1만4020t으로 11% 하락했다”며 “PLS가 정착되면 국민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농업경영비 절감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밀착형 벤처창업 지원으로 일자리 창출

어그테크(Agtech), 푸드테크(Foodtech) 등 용어는 다르지만 농식품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농업은 미래에 가장 유망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산업”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농식품 벤처 창업자 또는 예비 창업자들을 지원·교육하는 곳이다. 재단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이다. 타운홀미팅과 전수조사 등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 지원체계를 개선하고 벤처·창업 지원창구의 분산화, 탈집중화로 창업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며 대형유통사 등과 연계해 이들의 온·오프라인 상시 판매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장과 밀착한 적극 농정은 이마트몰과 우체국쇼핑몰 등에 농식품 벤처 상시 전용 판매관을 개설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개설된 농식품 전용 마켓 ‘영농하게’ 전주점에는 159개사 558제품이 입점한 상태다.

재단 관계자는 “창업 지원·상담으로 농식품 벤처들의 매출액은 성장했고 신규 일자리도 지난 8월 현재 143명으로 목표 대비 73%를 이미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컨설팅 건수는 지난 8월 기준 1152건인데, 올해 목표치의 64%를 달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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