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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접경서 해안포 사격…남북 정상간 합의 대놓고 파기

입력 : 2019-11-25 18:23:32 수정 : 2019-11-25 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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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압박 강도 높이는 北 / 한·아세안회의 개막 직전에 도발 / 금강산시설 폐기·文친서 거부 이어 / 文 최대 치적 ‘9월 평양선언’ 어겨 / 창린도, 6·25 때 南서 뺏은 영토 / 金, 직접 찾아 지도… 계산된 행동 / “북·미대화 교착… 한·미에 불만 표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5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 공개된 북한의 창린도 해안포중대 포사격 훈련은 좀처럼 개선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최근의 남북관계를 상징한다.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주장으로 시작된 북한의 대남 압박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친서 초청을 거부한 데 이어 서해안 포사격에 이르기까지 그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남북 정상의 합의를 파기하면서 도발을 강행하고,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양측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 트렌치코트 입고 군부대 시찰 서해 백령도 인근 창린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장병들과 함께 포대에서 전방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 위원장의 창린도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번 북한의 도발은 문재인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던 9월 평양공동선언을 어긴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평양 군사합의서 1조 2항은 “쌍방은 2018년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또 “해상에서는 서쪽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 수역(중략)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가 갖는 의미도 크다. 이곳은 북한 황해도 남단에 있는 섬으로 북위 38도선 이남에 위치해 광복 직후에는 대한민국의 영토였다. 하지만 6·25전쟁 당시 한국군이 철수했다가 이후 유엔 연합군이 다시 점령했지만 1953년 정전협정에서 결국 북한으로 인계돼 현재까지 유지됐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으로부터 빼앗은 영토인 셈이다. 이곳에서 남북 군사합의를 어기면서 도발을 한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직접 작전지도 앞에서 훈련을 지시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김 위원장이 해안포로 추정되는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북한의 포사격 훈련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언제 이뤄졌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해안포 사격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연평도 포격 이후 군이 북한 황해도 연안 일대에서 다양한 정보수집 수단을 동원해 감시를 강화한 상황에서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관련 사실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서 해안포를 사격했음에도 군은 북한 매체가 이날 오전 공개할 때까지 침묵한 셈이어서 “국민에게 북한 도발 사실을 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창린도 해안포중대를 찾아 사격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남측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해안포중대 사격이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훈련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포사격을 중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남북합의 위반”이라며 “김 위원장이 합의를 모르고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남북 간에 많은 합의가 있었지만 올해 들어 추가로 합의사항이 진행되지 않고, 진행되던 것조차 중단됐다”며 “(북한이) 남북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남은 마지막 고리를 끊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의 행위는) 미국과 한국을 향한 불만 표시가 담겨 있다”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대남 압박을 지속하려는 의도와 미국에 대해 북한 고위층의 몰아치기식 담화의 소극적 반응에 대한 불만 표시”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다만 사격 장면을 보도하지 않은 것과 (보도가) 부대생활 중심인 점을 고려할 때 수위는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북·미 대화가 진전이 없으면 다양한 방식으로 대남·대미 압박을 지속할 것을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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