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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논의 결과 ‘파리협정’도 못지켜… 가라앉는 세계 도시들

입력 : 2019-11-23 16:00:00 수정 : 2019-11-23 1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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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개국 과학자 1만여명 비상사태 선언 / 1979년 제네바 협약 이후 각국 공조 무색 / ‘순진한’ 목표치 파리협정 대부분 외면 / 비준 184개국 중 35개국만 수준 맞출 듯 /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中·美·印·러 등 / 자국 이익에만 매몰 감축 대처에 무관심 / 지구 기온 상승폭 3∼4도까지 치솟을 전망 / 2050년 세계인구 3억명 침수피해 전망 / 호찌민·방콕·상하이·뭄바이 수장 위기 / 한국도 해마다 130만명 이상 고통 예측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가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결국 우리는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세계 153개국의 과학자 1만1258명이 지난 5일(현지시간)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각국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등 강대국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하면서 지구온난화로 30년 후에는 매년 3억명이 침수 피해를 입는다. 우리 아이들이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평생 건강문제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도 임박했다.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즉각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는 인류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이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했고 과학자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생태계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지적은 한결같이 각국이 기후변화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특히 1979년 11월 13∼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기후변화를 의제로 첫 협약을 내고 40년간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공조해온 세계가 그 결과물로 내놓은 2015년 파리협정마저도 너무 ‘순진한’(naive) 목표치를 제안하고 있어 파리협정만으로는 기후재앙을 막지 못할 거라는 게 최근 연구 결과다. 파리협정 목표치를 준수하고 있는 나라조차 수십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대로면 지구 기온 상승폭이 재앙적 수준인 섭씨 3∼4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파리협정으로는 부족한데, 강대국들 외면

비정부기구 세계생태기금(UEF)은 지난 5일 ‘기후협정 뒤 진실’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최소 5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을 모두 준수한다는 가정 아래 2030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4기가t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당초 목표인 지구 기온 상승 섭씨 1.5∼2도 이하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7기가t까지로 제한해야 한다.

보고서는 파리협정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인데 세계 각국은 그나마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버트 왓슨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전 의장은 “현재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고작 1도 올라갔지만 우리는 이미 심각한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며 “3∼4도의 기온 상승은 전 세계에 걸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 비준국의 약 75%는 협약 이행 수준이 목표치에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 조사대상 184개 비준국 가운데 유럽연합(EU) 28개국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노르웨이, 스위스,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 35개국만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감축해 1990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돼 협약 이행 수준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호주,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브라질, 캐나다, 코스타리카, 이스라엘, 몬테네그로, 뉴질랜드, 산마리노 등 12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40% 감소시켜 부분적으로 협정 목표 이행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4개국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면서 기후변화 대처에는 무관심한 주요국으로 꼽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위한 공식절차에 착수했고, 러시아는 파리협약 비준도 하지 못했다. 중국과 인도는 변화를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지만 이후 10년 동안 경제 고도성장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 기후변화 대책을 통한 감축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세계 기후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보였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후변화를 부정하기 시작해 결국 200여개 국가가 채택한 파리협정마저 탈퇴를 시작했다. 미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14%를 차지해 중국 다음으로 많다. 1인당 이산화탄소(CO₂) 연배출량은 지난해 기준 16t, 중국(8t)의 2배 수준으로 압도적 세계 1위다. 기후변화 전문가 스벤 하멜링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우리는 이 위험한 결정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책은 각국에 국익을 다소 희생하라는 의미가 될 수 있는데 미국의 선택이 다른 국가들에게도 국익을 우선해도 괜찮다는 일종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29%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7%를 차지하는 인도는 양국 모두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것이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등 비화석연료 비중이 15%, 인도는 30%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19’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럼에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CO₂ 배출량이 2040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의 38%를 차지한 석탄은 앞으로도 주요 에너지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주요도시 바닷속으로”… 매년 침수피해 인구 3억명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일어날 재앙에 대한 예측은 연일 심각해지고 있다. 비영리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해수면 상승 예측 관련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예측보다 3배 이상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2050년 베트남, 방콕, 상하이, 뭄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는 물에 잠기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마다 침수 피해를 입는 인구는 약 3억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온난화 현상으로 극지방 빙하가 녹으면서 앞으로 해수면이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21세기에 걸쳐 해수면 상승 폭은 0.6~2.1m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해수면보다 낮은 일부 저지대는 물에 잠기면서 1억5000만명의 주거지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만 모두 2억3700만명 인구가 침수나 홍수 등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도 해마다 130만명 이상이 침수피해를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가 내놓은 2050년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와 호찌민시는 거의 대부분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이며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2000만명이 거주지를 상실한다. 태국의 수도 방콕도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상하이가 물에 잠기고 1억1000만명이 살던 땅이 없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의 경제적 수도인 뭄바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워싱턴 소재의 연구기관인 기후안보센터의 제너럴 카스텔로 고문은 “(해수면 상승 피해는) 이제 더 이상 환경문제가 단지 환경문제가 아닌 안보, 인도주의적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면 우리 아이들 평생 질병 달고 살아”

의학계에서는 이대로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우리 아이들이 평생 건강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The Lancet)은 13일 발간한 2019년판 보고서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랜싯 카운트다운’에서 “세계의 기온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상승하면 현재 태어나는 아이들이 평생 전염병, 대기오염, 영양 부족과 폭염으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을 것”이라면서 “수온이 상승하면 뎅기열, 콜레라 등 전염병도 증가해 면역체계가 약한 아이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닉 와츠는 “아이들은 신체와 면역체계가 완전하지 않아서 질병과 환경오염원에 특히 취약하다”면서 “유년기의 건강 손상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즉시 줄이지 않으면 (아이들의) 기대수명이 줄어들 것이며, 기후변화가 한 세대 전체의 건강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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