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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귀의상담카페] 뒷담화에 상처받는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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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21 22:40:00 수정 : 2019-11-21 22: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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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통신’ 일단 소문 퍼지면 타격 심각 / 억울한 피해 땐 ‘불편함’ 맞닥뜨려 풀어야

중국의 고서 ‘한비자’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나온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말로 거짓임에도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가 직장인 8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직장인의 89%가 ‘직장에서 말실수로 인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특히 가장 많이 한 말실수가 바로 ‘상사, 동료, 후배, 회사에 대한 뒷담화 실수’(27.6%)였다고 한다. 직장에서 특정인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하고, 이는 2019년 7월 16일 근로기준법 내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명문화돼 위반 시 처벌될 수 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한다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사람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3분의 2는 건설적이고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가십거리나 뒷담화라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뒷담화 혹은 ‘카더라 통신’은 실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실이 아닌데도 일단 소문이 퍼지고 나면 타격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누군가가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뒷담화를 했음을 알게 된 후 그 억울함과 분노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많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이 나서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고, 설령 그럴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마치 변명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전후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흔히 ‘뭔가 그 사람 본인에게 문제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과 관련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주로 상황 탓을 하는 반면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 사람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나 자신이 근거 없는 뒷담화의 피해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그냥 억울한 마음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억울한 마음은 분노와 불신감을 낳고 점차 우울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먼저 편견 없이 나 자신을 지지·위로해 줄 사람이나 상담 전문가를 찾아 억울한 마음을 토로하자. 마음속 가득한 분노와 슬픔에 대한 속풀이가 이루어져야 불편한 생각이 반복 재생되지 않는다. 복식호흡, 명상훈련 같은 이완훈련을 하거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 후 불편한 생각과 맞닥뜨리도록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스스로 ‘나를 잘 모르면서 뒷담화하는 그 사람이 문제다’, ‘내가 왜 그 사람의 단점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나’, ‘내가 응징해 주지 않아도 그 사람은 그 단점 때문에 언젠가는 곤란을 겪을 것이다’라고 다독이자.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그 사람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게 두고, 나는 나의 소중한 노래를 부르자.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뒷담화는 하지도, 또 뒤담화한 말을 옮기지도 않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성숙도의 지표’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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