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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자율주행 기술개발’ 질주하는데… 정부 정책 ‘걸음마’

입력 : 2019-11-18 03:00:00 수정 : 2019-11-17 19: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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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율주행시대 앞두고 인식차 냉가슴 / 韓 자율주행 준비지수 3계단 떨어진 13위 / 특허 2위·인프라 4위… 정책·입법은 16위 / 해외선 車 넘어 드론·플라잉카 포괄 접근 / 정부·기업, 기술개발·제도개선 손발 착착 / 한국은 車 국한 기술 인증·표준 마련 단계 / 완전자율주행 준비는 사실상 ‘언감생심’ / “기업은 필사적인데 정책 20세기 머물러”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올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최고위직을 영입하고 글로벌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민간에서는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과 내일의 기술과 시장 상황이 다른 환경에서 생존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어느 순간에 소멸할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기업과 정부가 이러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기술혁신과 제도개선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자율주행 시대의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가 발표한 2019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AVR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3위(19.79점)로 3계단 내려앉았다. 노르웨이(3위·23.75점)와 핀란드(6위·22.28점)가 혜성처럼 순위에 새로 등장했고, 일본이 1계단 상승한 10위(20.53점)를 각각 기록했다. 1위와 2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네덜란드(25.05점)와 싱가포르(24.32점)가 차지했다.

KPMG는 △정책·입법 △기술·혁신 △인프라 구축 △국민(소비자) 수용도의 4가지 분야에서 총 25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AVRI 순위를 산출했다. 한국은 인프라 구축 분야(4위)와 기술·혁신 분야(7위)에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냈으나 정책·입법(16위)과 국민 수용도(19위)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세부 항목에서는 4G(LTE) 커버리지에서 1위를 차지했고,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를 각각 기록했다. KPMG는 “한국은 산업계 파트너십과 4G 커버리지 등 일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입법과정이 느리다”며 “관련 기술 확보와 더불어 규제 개혁 이슈가 상위권 국가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위권 국가들의 경우 인프라 확산과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정부의 규제개혁 및 효율적인 입법절차가 공통적인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2016년 교통부(DOT)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지침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고, 독일은 이듬해 자율주행차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했다. 일본의 경우도 이미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등 자율주행 시대에 대한 제도적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이 잘 이뤄지더라도 자율주행의 과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기존 체계를 모두 바꿔야 하는 과제 때문이다. 우버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플라잉카는 기술적인 측면만 따진다면 당장이라도 운행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관제시스템과 법적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상용화는 2020년대 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우버의 과거 발표에 비해 다소 늦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미적거리기 때문으로는 보기 힘들다. 해외에서는 자율주행을 단순히 차량의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드론과 플라잉카를 모두 포괄해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형 드론 시장에서 중국에 밀린 탓에 중대형 드론을 포함한 자율주행 분야에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경우 올해 초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자율주행자동차법)’과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통합교통체계법)’이 제정 및 시행되고, 지난달 정부 합동으로 ‘미래자동차 산업발전 전략’을 발표하는 등 관련 노력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자율주행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내용이 마련된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중장기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고 위원회 등 준비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자율주행차)에 대한 인증이나 표준을 부여하는 것 정도에 대해 준비가 진행 중이고, 교통법이나 관련 체계와 관련한 부분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인식이 ‘차량’에 국한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의 전자 및 IT(정보기술)기업들이 해외 기업과 합종연횡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율주행차량을 넘어 드론과 플라잉카를 포함하는 관제시스템 및 관련 기술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OPPAV(Optionally Piloted Personal Air Vehicle) 등 플라잉카에 대한 시도가 진행 중이거나 민간 기업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 외에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보기 힘들다.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준비보다 과도기인 3·4단계에 대한 준비에 국한된 것도 기업들의 속을 태우는 요소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완전자율주행의 시행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우선 3단계나 4단계의 자율주행에 대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며 “운수업 종사자의 피로도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복지 확충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운전자의 의무나 책임이 사라지는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차량 등록과 운전면허, 사고처리,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제도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늘과 내일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20세기의 법적, 행정적 체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무엇을 기준으로 세계 최초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의 구호를 내거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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