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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바람직한 과거는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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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5 23:07:29 수정 : 2019-11-15 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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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부활’을 뜻하는 르네상스란 말에는 종교와 신학을 강조했던 중세 1000년 동안 잊힌 고대 문화를 되살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 고대 그리스 미술 정신을 재생시켜 고대의 권위를 되찾자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는 그 점이 잘 나타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를 되살리자는 의도에서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에 모인 수많은 그리스 학자들의 모습을 그렸다.

가운데 백발의 플라톤은 하늘을 가리키며 정신적인 이데아의 세계를 강조하고, 젊은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며 감각적인 지상세계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화면 아래 왼쪽에 무언가를 계산해서 쓰고 있는 피타고라스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지구본을 들고 열심히 설명하는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와 그 아래 컴퍼스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기하학의 거장 유클리드도 있다. 모두 전문 분야에 맞는 포즈와 행동을 취하며 열심인데, 유독 디오게네스만이 그리스 시대 기인답게 계단 위에 걸터앉아 사색에 잠겨 있다.

라파엘로가 그림 구성에서 통일성을 이루었기에 그리스 지성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인물을 대칭적으로 배치했고, 벽면과 천장의 패널을 원근법적으로 점점 좁혀가면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에서 초점을 이루게 했다. 계단 위 인물들이 이루는 일직선과 천장 위의 정점을 연결하는 삼각형 구도가 안정감을 만들어냈고, 배경의 높고 거대한 천장으로 웅장하고 당당한 아테네 학당의 권위도 살렸다.

수능은 끝났지만 수험생들 앞에는 새로운 고민이 놓여 있다. 각 대학이 제시하는 수많은 전형을 놓고 치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갑작스레 정시를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가 학생들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한다. 미래의 플라톤이나 프톨레마이오스나 유클리드가 될 친구들도 있을 터인데 정부가 나서서 대학 입시부터 혼란에 빠트리고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바람직한 과거를 되살리는 르네상스 정신은 없고, 과거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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