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포용의 능력을 체화할 때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9-11-11 23:15:23 수정 : 2019-11-11 23:15: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마크롱, 디지털 경제담당 장관에 한국계 세드리크 오 임명.’ 올해 4월 프랑스에서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30대 청년이 디지털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된 소식이 주요 언론매체를 장식했다. 대개 성공한 엘리트 가운데 한쪽 부모가 한국인이면 국적과 상관없이 같은 피가 흐르는 한국계임이 강조되고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것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곤 한다.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사회학

언론과 대중이 국외에서 성공한 다문화청년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는 것과는 달리, 이웃해 살고 있는 국내 다문화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무관심하거나 편견과 차별에 익숙하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는 문화공존이라는 의미보다는 부모의 출신국가의 경제력, 인종, 피부색으로 인한 무시, 편견, 차별의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다.

외국인주민 현황 조사(2018)에 의하면 다문화가족 자녀는 2008년 5만8007명에서 2018년 23만5282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2018)를 보면 다문화가족 자녀는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경험으로 학교 안과 밖에서 정서적, 심리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른 학교 안팎의 다양한 대상에 대한 다문화 이해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러 부처가 함께 다문화가족 자녀 등의 학교생활 적응 및 성장과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2018)에 의하면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은 71.22점으로 2015년 67.63점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성인의 46.5%는 ‘단일민족 혈통유지는 자랑스러운 일’로 본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정’과 ‘포용’이 뜨거운 화두가 되어 그 해법을 찾아 갈등의 몸살을 앓는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다문화 청소년의 인정 문제도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다수가 권력인 사회에서 ‘다수’가 ‘소수’의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일은 드물거나 매우 어렵다. 서로가 분리, 배제된 탓이다. 이에 미디어가 큰 몫을 담당한다. 언론은 능동적인 담론 생산자이며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언론이 차별적 담론 속에 있는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관점만 조금 바뀌어도 편견과 차별의 안개를 걷어내고 그들을 바로 볼 수 있다.

다문화가 ‘문화공존’이라는 본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상호인정을 기반으로 한 인식전환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정치, 교육, 미디어 엘리트에 대한 다문화 이해교육 의무화 등에 대한 법적 제도화, 일상의 차별·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현장 모니터링 등 정부의 노력은 계속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비용마련도 수반되어야 한다.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비유하며 한 주민이 다른 주민에 대한 빈번한 오해와 편견, 거만함과 우월함의 망상을 돌아보도록 권했다.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우리 사회를 문화공존의 사회로 추동해 가는 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다문화 청소년에 대한 포용의 능력을 우리 삶 속에서 체화하는 일, 지금 우리가 바라고 해야 하는 일이다.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사회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