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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성적 받은 '소주성'… 돈 풀어 경기 떠받치기도 한계 [임기 반환점 돈 文정부]

입력 : 2019-11-08 06:00:00 수정 : 2019-11-08 07: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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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 / 길 잃은 소득주도성장 / 정권 초 시장상황 제대로 파악 않고 /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에 급급 / 1%대 성장·일자리 급감 등 역효과 / 정부 돈 풀어 경기 떠받치기도 한계 / 소득주도 아닌 ‘세금주도성장’ 비판 / “경제 정책 민간과 맞물려가야 효과” / 시름 깊은 산업계 / 中企 “52시간 준비미흡” 보완·연기 요구 / 대내외 악재 속 법인세 인상도 부담 / 규제 혁신 강조 불구 ‘타다’ 등 발목 / 신산업 이해·준비 부족 혼란 부추겨

‘일자리 정부’, ‘임금 상승을 통한 선순환 경제구조.’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놓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과를 내고 있을까.

최근 발표된 수치상으로는 초라한 성적표다. 고용은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수출·투자·소비 등도 바닥을 치고 있다. 소득 양극화와 비정규직 증가는 문재인정부에게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경제의 기본 지표인 성장률은 올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나마 정부가 돈을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려서 이 정도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세금주도성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책은 민간의 경제활동과 맞물려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권 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컸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공약 달성을 위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특히 정권 초기가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출발부터 ‘삐걱’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책기조다. 문재인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벗기 위해 가계소득 증대를 들고 나왔다. 이를 위해 임기 내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2017년보다 16.4%(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2001년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이다. 여기에 2019년 최저임금도 10.9%(820원)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2년 새 인상폭이 30%에 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한 일이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폭이 지나치게 컸다”며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지나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2년 연속 10%대 이상 올리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흔한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폭을 완화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결국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 2020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비정규직 늘고, 소득격차도 심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7.1%로 198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88만4000명으로 201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개선된 듯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대체로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시장의 허리격인 40대와 50대의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반대로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만 대폭 늘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 상황은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년 새 86만7000명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4%로 12년 만에 최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조사 방법이 바뀐 탓”이라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은 지난 2분기 5.3배까지 올라갔다. 하위 2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상위 20%의 소득은 증가한 영향이다.

◆확장적 재정… ‘세금주도 성장’ 비판

정부는 경제정책의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재정을 풀어 경제에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기구들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 집행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으로 총 181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20조6000억원(12.8%) 늘어난 액수다. 지난 2년여간 노동과 복지분야에 대한 재정 투입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재정 투입이 부진에 빠진 경기를 살려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부터 8개월째 ‘경기 부진’ 판단을 내렸다. 특히 투자와 수출,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과 복지분야에 집중된 재정확대가 경기 전반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부양은 전적으로 민간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한정적 예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게 정책의 역할인데, 지난 2년간 효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혼란·혁신성장 뒷걸음… 속 타는 기업들 투자심리 얼어붙어

 

문재인정부는 임기 전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3개 경제기조를 강조했지만, 대부분 기업을 옥죄거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을 가장 힘들게 한 산업 정책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제)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꼽힌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근로시간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정시에 퇴근하는 이른바 ‘칼퇴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가 둔화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 규모나 업종, 업무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으로 적용으로 산업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년부터 종업원 50~300인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만 중소기업계는 “준비되지 않았다”며 보완책 및 1년 이상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경제단체는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등 주요 경제법안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는 불만도 크다.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기업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3%포인트 오른 것도 기업에 큰 부담이다. 기업이 제조·수입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명칭, 함량 등을 환경부에 제출하게 하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정부 발의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반면 혁신 성장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자며 규제 샌드박스, 규제 입증책임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호만 요란할 뿐 신산업에 대해 이해와 준비 부족으로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불법이라고 보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 상징적이다. 정부가 규제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규제 완화 입법이나 이해 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검찰과 관련 부처가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승차공유 서비스를 비롯해 향후 모빌리티 사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기업들의 사기 저하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탈원전 정책’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사고 위험을 줄이고 재생·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노후화된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을 추가 설립하지 않으면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점차 축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가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김수미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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