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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이자에도… 투자처 못찾은 시중 돈 정기예금 몰려

입력 : 2019-11-07 21:00:00 수정 : 2019-11-07 22: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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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기준 여·수신 동향 / 5대銀 정기예금 667조3600억 / 한달 사이 13조4500억원 증가 / 올 들어서 70조원 가까이 유입 / 부동산 규제·증시 불확실 영향 / 안전한 곳 돈 넣고 관망 분위기

한국은행의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대부분의 예금 금리가 1% 초중반대에 머무르는 가운데 0%대 금리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시중의 뭉칫돈은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여·수신 현황을 보면 정기예금 총액은 667조3627억원으로 지난 9월 말의 653조9151억원에 비해 13조4476억원(2.05%) 증가했다. 10월 정계예금 증가폭은 8월(11조5541억원)를 제치고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큰 수치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총액은 598조원대로 올해 들어서만 약 69조원이라는 큰돈이 몰린 셈이다.

예금 금리는 확실히 떨어지고 있다. 최근 고시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1.10∼1.25%로 1%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권의 새로운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1% 미만인 상품의 금액 비중은 지난 8월에 비해 0.9%포인트 오른 1.7%를 차지하는 등 0%대 예금 금리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여파가 적용된다면 0%대 금리 상품의 증가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공산이 커 예금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초저금리 시대’에도 은행의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배경으로 우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며 홍콩사태도 장기화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경기가 갈수록 둔화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일단 은행에 돈을 넣고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만기가 1년 미만인 정기예금 비중이 커졌다는 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현금화하려는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강화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고,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투자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손실을 빚은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 펀드) 사태로 펀드 투자도 꺼리게 되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이 더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를 앞두고 정기예금을 적극 유치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신예대율 규제 하에선 가계대출엔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엔 가중치를 15% 낮추게 된다. 은행들로선 예대율 100% 선을 지켜야 대출 영업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모에 해당하는 예수금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3주 정도 지났지만, 은행들이 선뜻 예금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고저에 상관없이 은행 예금상품으로 시중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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