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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1∼2등급, 자사고 3∼4등급 지원… ‘암묵적 룰’ 생겨

입력 : 2019-11-06 06:00:00 수정 : 2019-11-05 23: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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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상 드러난 서열화 / 학종·정시 전형들도 서열 유지 /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 취지 무색 / 고교 프로파일 편법 일부 적발 / 기재 금지사항 간접 창구 활용
박백범 교육부 차관(오른쪽 두번째)이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부종합전형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 차관은 “학종은 배점 기준 등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전형’이 되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로 고교서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제원 기자

“지원부터 합격, 등록 단계까지 전 과정에서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드러났습니다.”

교육부는 5일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학종·수능 가릴 것 없이 일반고보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국제고 학생의 대학 합격률이 높은 것은 그간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원 단계부터’ 고교서열화 현상이 만연하다고 못 박았다. 대학 지원은 학생의 자유의사에 달렸을 터인데, 무슨 말일까.

교육부는 근거 자료로 ‘고교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을 제시했다. 서울대 등 조사대상에 오른 대학 13곳의 2016∼2019학년도 학종 지원자와 합격자를 고교유형별로 나눠 평균 내신등급을 산출해 비교했다.

교육부는 두 대학의 학종 전형 사례를 공개했다. 교육부는 두 대학의 학종 전형 사례를 공개했다. 2018학년도 A대학 학종 지원자들의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2.09), 자사고(3.33), 외고·국제고(3.59) 순이었다. 2019학년도 B대학 학종 지원자도 마찬가지로 일반고(1.98), 자사고(3.44), 외고·국제고(3.62) 순으로 나타났다. 두 대학 모두 자사고·특수목적고 학생은 비교적 낮은 3∼4등급이라도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일반고 지원자는 내신 상위권인 1∼2등급 학생들이 주를 이뤘다. 지원자들이 ‘스스로’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교육부는 학생·학부모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조사대상 13개 대학은 서울·연세·고려대 등 대다수가 소위 ‘상위권’ 대학이며, 일반고에서 이들 대학에 가려면 적어도 내신이 1∼2등급은 돼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이다. ‘잠재력 있는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학종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현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종이 2007년 전신인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12년간 ‘깜깜이’로 운영된 탓에 이 같은 ‘심증’이 고착화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대학의 고교유형별 합격자 평균 내신등급은 지원자와 마찬가지로 일반고, 자사고, 외고·국제고 순이지만, 합격률은 역순으로 나타났다. B대학의 고교유형별 합격률은 외고·국제고(19.5%), 자사고(5.7%), 일반고(4.3%)이다. 고교 유형에 따라 지원자를 차별하는 ‘고교등급제’의 단서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종은 내신등급 외에도 다양한 평가요소가 존재한다”며 “고교등급제 시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대학별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대입 현장에서 만연한 고교서열화를 통계적으로 증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학종, 수능 가릴 것 없이 전형별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은 일반고, 자사고, 외고·국제고, 과고·영재고 순이었다. 학종 합격률은 일반고 9.1%, 자사고 10.2%, 외고·국제고 13.9%, 과고·영재고 26.1%으로 최대 2.9배 벌어졌다. 수능 합격률은 일반고 16.3%, 자사고 18.4%, 외고·국제고 20.2%, 과고·영재고 24.3%으로 학종에 비해 격차(1.5배)가 줄었다.

교육부는 13개교를 대상으로 고교서열화 외에도 학종 공정성 유지의 핵심인 ‘기재금지사항’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했다. 2019학년도 기준 대상 학생 총 17만6000여명 중 자기소개서·추천서에 기재금지사항을 적은 366건(0.2%)이 적발됐다. 10건 중 8건 이상(88.0%)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322건)를 적시했다. 이밖에 자기소개서에 “한국청소년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결과를 거뒀다”고 써넣어 기재금지사항인 교외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교묘하게 암시하는 등 다수의 편법·변칙적 기재 사례가 확인됐다.

‘고교 프로파일’도 기재금지사항을 제출하는 편법 창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고교 프로파일은 각 고등학교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규정한 공통 양식에 따라 학교 특징을 적은 일종의 ‘학교소개서’로, 꼼수는 주로 ‘추가 자료’에서 확인됐다. 한 고교는 대학 진학 실적을 첨부해 ‘우수 고교’라고 어필했고, 다수의 외고는 텝스(TEPS)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으로 교내 상을 주고는 수상자 명단을 프로파일로 제출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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