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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혁신리더십] 혁신하는 방법부터 혁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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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31 23:43:57 수정 : 2019-10-31 23: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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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예약 대행 플랫폼기업 성공 화제 / 혁신 원한다면 고객 불편함에 초점을

모텔 예약을 주로 해주는 비즈니스로 출발해 고급 호텔과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예약해주는 플랫폼기업으로 진화한 ‘여기어때’가 화제이다. 약간 음성적이던 모텔 예약을 활성화한 이 기업이 화제가 된 이유는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모회사인 ‘위드이노베이션’이 지난 9월 영국계 사모펀드 운영사인 CVC캐피털에 무려 3000억원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당시 창업자는 이 사모펀드에 자신의 지분 45%를 매각해 창업 후 5년 만에 150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고, 이는 국내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창업자가 사모펀드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첫 사례이자 최대 금액이다. 어떻게 모텔 예약을 대행해주던 회사가 3000억원이란 큰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영국계 사모펀드는 어떤 이유로 ‘여기어때’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을까.

성공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고객이 좋은 숙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자’는 사명으로 시작한 ‘여기어때’는 중소형 호텔이나 펜션의 고질적인 문제인 오버 부킹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예약을 하고 찾아간 숙소에서 방이 없다고 문전박대당하는 고객이 초창기에만 해도 한 달에 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이렇게 불편함을 겪는 고객에게 근처에 더 좋은 숙소를 제공했고, 이를 위해 매월 1억5000만원의 비용을 들였다. 이 회사의 안심 예약제 덕분에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고객이 감사하다는 편지를 수백 통씩 보냈고, 고객의 신뢰가 쌓여 가며 출시 5년 만인 지난 9월 누적 예약 2000만건, 누적 거래액 1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거래금액이 3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5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여기어때’의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100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는 2400만건이다.

많은 기업과 혁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와 관련된 강의를 하다 보면 혁신하려는 기업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기업과 고객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보겠다는 기업이다.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보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혁신 과정을 관찰해보면 전자보다 후자에 속한 기업이 혁신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여기어때’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고객 불편함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인 고민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다 보면 어느덧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고객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시장에서 사랑받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CVC캐피털이란 사모펀드도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한 ‘여기어때’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3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불과 5년 만에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을 원한다면 기술중심 혹은 공급자 중심의 혁신과정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고객 불편함에 초점을 맞추자. 혁신의 출발점을 기술이 아니라 고객관찰로 설정하고 고객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빠르고, 편리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혁신하는 방법을 혁신하려는 노력이 경쟁사와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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