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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죽음에 힘드세요?… ‘베르테르 효과’ 입니다 [이슈 속으로]

입력 : 2019-10-27 08:00:00 수정 : 2019-10-29 13: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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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가능한 ‘모방자살’ / “인기 연예인도 죽는데 난 살아 뭐하나” / 우울증 환자에겐 충동 촉발 원인 제공 / 스타 1명에 607명 따라서 ‘극단 선택’ / 설리 숨진 뒤 자살관련 상담 대폭 늘어 / 정신과 진료 꺼리는 사회 분위기 문제 / “상담·약물치료 병행 땐 틀림없이 호전”
뉴스에서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그였는데. 그런 그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고 결국 죽음을 택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그 일을 알게 된 후 이상하게 가슴이 자꾸 뛰고 우울하고 불안했다. 잠도 잘 들지 못했다. 그의 고통에 깊은 공감이 가고 극단적 선택이 하나의 대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살 충동이 간헐적으로 지속함을 느낀 A씨는 ‘한국생명의전화’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유명 연예인 1명 사망에… 평균 607명 ‘극단적 선택’

연예인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명의전화 측은 설리의 죽음 이후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상담 건수가 확연히 증가했으며 상담 중 설리를 언급하는 내용도 많아졌다고 했다.

유명인의 죽음은 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미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3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 1명이 사망했을 때 약 2개월간 평균 607명이 그를 따라 목숨을 끊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은 유명인의 죽음 후 하루 평균 9.36명이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배우 고 이은주가 사망한 2005년 2월 이후 2개월간 495명, 2007년 1월 고 유니 때는 513명, 같은 해 2월 고 정다빈 때는 323명이 숨졌다. 2008년 9월 안재환 사망 후 694명, 10월 고 최진실 때는 1008명이 죽음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숨을 끊는 방법에서도 유명인을 모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언론을 통해 배우 최진실이 숨진 방법이 알려지자 같은 방법으로 사망한 이가 전달보다 26%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디어를 통한 학습효과가 발생한 것”이라 분석했다.

◆전문가 “죽음이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 촉발”

물론 유명인의 죽음을 모방자살의 유일한 원인이라 볼 순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2018년 심리부검 결과보고서’를 보면 자살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죽음이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충동을 강력히 촉발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익 강원대 교수(정신과)는 “조성민씨가 목숨을 끊었을 때 70세 할아버지가 ‘죽고 싶다’며 진료실에 찾아왔다. ‘야구를 좋아하냐, 최진실씨 팬이었냐’고 물었더니 모두 아니라고 하더라”며 “그럼 왜 죽고 싶으시냐 물었더니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죽는데 나 같은 사람이 살면 뭐하냐’고 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살에 취약성이 있다. 남의 문제를 자신과 동일시해 누군가의 죽음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과 진료는 안 받겠다’ 우기는 환자도 있어

문제는 정신과 진료를 ‘사회적 오명’으로 여기는 분위기 탓에 병원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과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극심한 우울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우울해하는 자신을 ‘나약하다’고 자책하거나 스트레스 증상이 지속함에도 별것 아니라고 치부해 병을 키우기도 한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23일 “우울증과 우울감은 다르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드는 우울감은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일시적이고 자살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다만 우울증은 병이다. 2주 이상 우울감이 느껴지거나 여러 우울증 증상들이 복합하게 나타난다면 전문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우울증 사회’를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며 자신이 진료했던 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60대 주부 B씨는 가슴이 답답해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소화 불량, 두통, 불면증 등을 오랫동안 겪었다. 증상이 지속하자 신경과, 내과 등을 전전하며 자기공명영상(MRI)도 찍고 내시경검사도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신경과 의사가 정신과 진료를 권해 억지로 박 교수의 진료실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다.

‘끝까지 정신과 진료는 안 보고 싶다’고 버티던 환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결혼 후 수십년간 남편은 술만 마시면 사고를 쳤으며 B씨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집착하고 소위 ‘제멋대로 살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B씨는 동네 의원에서 수면제만 사 먹으며 버텼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만 없었다면 훨씬 빨리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병원 치료만으로 금세 증상이 호전되는 환자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고, 환자가 치료에 집중할 경우 6개월에서 1년이면 대부분 완쾌가 가능하다.

◆우울증은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 “치료받으면 틀림없이 좋아져”

보건복지부는 ‘PHQ-9’ 테스트로 우울증을 자가진단해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총점이 높을수록 심각한 상태이며 15점 이상이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된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검사는 국민 건강검진에도 쓰이는 것으로 ‘정신건강 자가검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손쉽게 검사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검사 결과에 따라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보도 제공된다.

하 원장은 “특히 청소년들은 친구, 인터넷 글 등 비공식적인 자원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큰데 잘못된 방향의 치료는 증상을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올바른 해결을 위해선 병원, 학교 내 상담소, 심리센터 등 정신건강 전문가들로부터 공식적인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한국생명의전화 쪽에도 거리낌 없이 전화를 걸어주시라”고 당부했다. 한국생명의전화 측은 1차 자살예방 기관으로서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병원 등 2차, 3차 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치료를 돕기도 한다.

박 교수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자살’이란 단어만 검색해도 상담센터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쭉 뜬다. 민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자살률 저하를 위해 많은 제도도 마련해 놓았다”며 “우울증은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치료가 없으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틀림없이 좋아진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을 버려 달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우울증에 대한 진단 결과에 따라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전문기관을 방문하여 보다 상세한 평가와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란다”며 “직접 방문이 여의치 않다면 전화상담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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