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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양적·질적 성장에도 상시적 위기는 공존

입력 : 2019-10-24 20:57:51 수정 : 2019-10-24 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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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영화의 날’ 100돌 현주소 / 2018년 시장 2兆대·관객 2억명 넘어 / 2019년 봉준호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도 / 독과점 방지 등 건강한 생태계 숙제 / 장르·소재 등 다양성 확보도 급선무 /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의무화해야 / 최초 상영 단성사, 영화역사관으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열린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에 참석자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호 감독, 임권택 감독, 배우 신영균, 김혜자, 한지일. 연합뉴스

오는 27일 ‘영화의 날’은 한국영화 100년이다. 지난 100년간 한국영화는 역사의 질곡 속에서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 왔다.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 규모는 2조3764억원, 극장 관객 수는 2억1639만명에 달했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는 쾌거도 이뤘다. 다만 다양성 확보, 스크린 독과점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미완인 상태로 남아 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1919년 10월27일 한국 최초 영화인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정의로운 복수)를 제작하고 상영한 단성사는 영화 역사관으로 재단장했다.

◆“세계적 관심 속 상시적 위기”… 장르·소재 편중 방지 등 ‘과제’

지난 23일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영화학회가 주관한 국제 학술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영화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영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캐서린 맥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영화·방송·디지털미디어학)는 “한국영화에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한국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양식을 개발해 한국영화를 볼 때면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고 평했다. 이를 두고 맥휴 교수는 “극단적인 리얼리즘의 재현”이라면서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룬 봉 감독의 ‘설국열차’와 ‘옥자’를 언급했다.

영화감독 출신인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한국영화의 성공 요인이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게 한국영화의 특징”이라면서도 “한국영화는 분명히 진화하고 있지만, 현장에 몸담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위기다. 상시적 위기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와 KBS,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지난 22일 서울 KBS에서 연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조희영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 이청기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발제자인 이민하 중앙대 교수(융합교양학), 강유정 강남대 교수(한영문화콘텐츠학), 이원 국제신문 기자. 한국영화기자협회 제공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과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가 국회에서 연 세미나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최용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대기업이 독점하는 산업 환경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봉준호 감독의 출현은 비관적”이라며 “최근 10년간 새로운 감독의 새로운 영화가 해외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지 못했고, 한국영화의 수출액 증가세는 둔화됐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설문 조사 결과를 들며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려면 배급·상영 겸영 및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의무화를 법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제작·투자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와 KBS, 한국영화기자협회의 토론회에서도 이와 뜻을 같이하는 의견이 나왔다. 영화 전문가 127명을 상대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5대 과제를 조사한 결과, 장르·소재 편중 방지(58.3%)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창작 지원 다각화(57.5%)와 대기업 독과점 해결(56.7%), 인권·노동 환경 개선(48.0%), 유통 경로 다각화(43.3%) 순이었다. 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민하 중앙대 교수(융합교양학)는 “여러 이해관계인이 공정·상생의 환경을 만드는 등 근본적인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호 한국영화 제작·상영’ 단성사, 영화 역사관으로

한국영화 100년을 나흘 앞둔 23일, 서울 종로구 단성사는 영화 역사관으로 재단장해 문을 열었다. 단성골드빌딩 지하 2층에 자리한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한국은 물론 해외 영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며졌다.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와 전단, 스틸, 시나리오, 영화 잡지, 영화 촬영 장비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품은 총 5500여점이다.

한국영화 100년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개관한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역사관의 모습. 한국영화 스틸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단성사는 1919년 10월27일 한국 최초의 영화인 ‘의리적 구토’를 제작하고 상영한 곳이다. 연합뉴스

개관식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은 “(1993년) ‘서편제’를 단성사에서 개봉했는데, 매일 꽉 찬 관객들을 보며 몇 달을 정신없게 보낸 기억이 난다”며 “영화 인생 최고의 순간은 ‘서편제’ 성공이었는데 단성사를 보면 ‘서편제’가 생각난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서편제’는 단성사에서만 개봉해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다. 이장호 감독은 “한국영화 100년 뿌리, 이제 1000년 숲으로 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07년 문을 연 단성사는 2008년 부도 뒤 2015년 영안모자 계열사인 자일개발에 인수됐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단성사 영화역사관은 학생들의 교육 장소로 쓰려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단체 관람에 한해 주 1회 무료 개방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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