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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논문 끼워넣기 급증… 표절보다 심각한 저자 부정

입력 : 2019-10-26 15:00:00 수정 : 2019-10-26 1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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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계 연구 부정에 ‘몸살’ / '명예 저자’ ‘선물 저자’ 등 관행 만연 / 부실학회·학술지 등 새 부정 생겨나 / 연구 진실성보다 윤리문제 더 부각 / 해외선 논문 재현 가능 여부 문제도 / 모든 문제 법적규제땐 자율성 침해 / 사후처벌 아닌 사전예방 교육 시급

 

#1. 지난 17일 교육부는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관련 15개 대학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연세대 등 대학 15곳을 특별감사한 결과 교수 자녀 등 미성년자가 논문 공저자로 부당하게 이름을 올린 연구 부정행위가 총 12건 적발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 중 미성년자 논문 245건을 추가 확인했다. 이전까지 파악한 미성년자 논문 549건을 더하면 총 794건이다. 여기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8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뒤 장영표 교수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도 포함됐다.

 

#2. 조동호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외유성 출장·아들 호화 유학 의혹 등과 함께 ‘부실학회 출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문제가 된 건 ‘오믹스’(OMICS) 관련 학회 참석이었다. 이 학회는 논문 발표·출판 등 형식만 학회일 뿐 실체는 영리목적의 단체로 평가받는 곳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받은 대학·연구기관 연구자가 이런 부실학회에 참여하고 실적으로 보고해 세금 낭비를 초래해 왔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였다.


이들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미성년자 논문 저자 표기, 부실학회 등 연구윤리 문제 사례들이다. 국내 연구생태계가 교묘해진 연구부정 행태로 몸살을 앓는 중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과거 연구부정 논란이 논문 표절 등 연구내용 내 진실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 들어선 연구내용 바깥에서 벌어지는 연구자의 행동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형태로 연구윤리가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연구윤리,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다

최근 국내 연구생태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논문저자 표시 문제다.

25일 한국연구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연구생태계 구성원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연구부정 행태가 바로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였다. 미성년자 논문 논란 또한 이 유형에 해당한다. 지난 2월 대학 교원 2186명 대상으로 각 유형별 연구윤리 부적절 행위의 심각성 정도를 물은 결과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에 대해 ‘심각하다’고 평가한 응답자 비율은 절반이 넘는 51.1%에 이르렀다. ‘심각하다’는 평가가 두 번째로 높게 나온 ‘표절’의 경우 28.3%인 것을 감안하면 연구생태계 내부에 기존 논문저자 표시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원용 전국대학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장은 “공동연구가 활성화한 연구분야의 경우 ‘명예 저자’, ‘선물 저자’ 관행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대학원생들이 본인이 일은 다했는데 다른 저자가 논문에 껴 있는 경우에 대해 학내 제보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김용주씨는 “예전에는 교수가 저자를 정해 주면 학생은 반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제 부당한 결과가 있으면 이를 신고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연구윤리 문제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다.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기존 연구부정 행위 범위는 연구진실성 위주였으나 점차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며 “점점 국민이 연구윤리에 요구하는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 새로운 유형의 연구부정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연구윤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엄창섭 고려대 의대 교수는 “해외에선 논문 내 진행된 실험이나 연구의 재현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의 산업화,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때 재현이 불가하면 당장 금전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나라도 이런 형태의 연구부정이 조만간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 대상 교육 강화 절실하다”

연구윤리가 보다 엄격해진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건 연구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바람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김진수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부회장은 “논란이 되는 모든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할 경우 연구자율성을 침해하고 창의성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가능한 선에서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에 대해선 정부 또한 같은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이석래 과기부 과장도 “명백한 연구부정은 엄격히 규제하되 법 테두리 바깥의 연구윤리 문제는 자율영역에 놔두는 게 정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율영역에서 연구윤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바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구생태계 내 연구윤리 교육은 실제 대개 연구책임자인 교수나 연구원이 아닌 대학원생에 치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연구재단 ‘2018년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원생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윤리 교육은 1044건인 데 비해 교수를 포함한 교원 및 연구원은 235건에 그쳤다. 이는 심지어 학부생 대상 교육 건수인 355건보다 적은 양이다. 대학별 평균으로 따져도 대학원생은 약 10건, 학부생은 약 8건인 데 반해 교원 및 연구원은 2.11건으로 차가 컸다.

엄창섭 교수는 “실제 연구부정 판단을 제일 많이 받는 집단이 교수인데도 교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윤리 교육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현재 젊은 연구자들은 비교적 견고한 연구윤리를 갖춘 데 비해 위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다. 연구책임자급 교수, 보직교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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