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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투자·고용 주춤한 까닭은?

입력 : 2019-10-10 09:57:10 수정 : 2019-10-10 09: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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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16일 오전 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유통사업부문(BU)이 저조한 실적에 시달리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합병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의뢰하고, 신동빈 그룹 회장에게도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성사 여부에 유통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이에 진통이 뒤따를 것은 물론이고 신 회장의 일자리 창출 약속과도 배치되는 만큼 합병 추진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진 미지수다.

 

앞서 신 회장은 경영 비리·뇌물 공여 관련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지난해 10월 대규모 신규 투자와 채용을 천명한 바 있다. 향후 5년 동안 5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고, 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그 골자다. 올해에만 역대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약 12조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1만3000명 이상 채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대외 변수에 지난 1년여간 이 같은 약속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신 회장이 대규모 인력 조정이 뒤따르는 롯데마트·롯데슈퍼 합병 건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재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롯데의 투자계획 이행 현황을 살펴보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하면서 31억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한 것 외에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프로젝트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롯데는 유통 부문에 25%, 식품 부문에 10%, 화학·건설 부문 설비투자에 40%, 관광·서비스 부문에 25% 각각 투자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으나 유통업계의 경쟁 심화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단 롯데그룹 산하 상장사 11곳의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총합은 4조1720억원이다. 일요신문에 따르면 이들 11개사에는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롯데하이마트, 롯데제과, 롯데정밀화학, 롯데푸드, 롯데정보통신 등 그룹에서 굵직한 투자를 전담하는 제조·유통·IT(정보기술)업체가 총망라해 있다.

 

사실상 이들 기업이 그룹 전체의 신규 투자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투자한 총합이 4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면 5년간 50조원을 천명했던 신 회장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만 약 1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롯데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26.2% 줄어드는 등 곳간이 쪼그라든 상황인 만큼 작년 투자 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롯데의 5년간 7만명 고용 계획도 매출 하락 등의 악재에 발목이 잡혀 시작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8000명을 선발한 롯데의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재계 정보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이 각사의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을 토대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유통업 관련 직원의 수는 줄었다. 유통은 롯데의 주력 사업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5만465명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만9818명으로 647명(1.3%) 줄었다. 이러한 인원 감소는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큰 수준이기도 하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8월 발표한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전망’ 조사 결과 대기업 중 채용 의사를 보인 곳은 전체의 79.2%로 1년 새 11.9%포인트 하락했다. 4만4684명의 채용을 예고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올해는 약 4% 줄어든 4만2836명을 예고했다.

 

잡코리아의 ‘하반기 대졸 신입직 채용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채용 의사가 있는 곳은 248개 응답 기업 중 45.6%인 113개였는데, 지난해 같은 대비 21%p 하락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형 악재가 많아 롯데 뿐만 아니라 대기업 대부분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처럼 올해 신규 투자와 채용과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룹은 물론이고 신 회장도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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