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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교육개혁 졸속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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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2 00:12:38 수정 : 2019-10-02 0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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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축적 안된 제도 개편 도움 안돼 / ‘학습 혁명’ 대학 자율이 푯대돼야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조국사태’로 불거진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면 재검토 지시가 교육부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운영 실태조사 등 우선 시급한 대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학종 선발비율이 높고 신입생 가운데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비중이 큰 13개 대학 실태 조사를 위해 시민 감사관과 대학·교육부·교육청 관계자로 ‘학종 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교육부는 홈페이지에 ‘대학입시비리신고센터’를 신설해 학종 등 입시 전반 비리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오는 11월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 한다. 아울러 고교학점제가 예정대로 2025년에 전면 도입되면 미래교육에 부합하는 2028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장 행정학 

필자는 교육개혁, 특히 대입제도개혁은 긴 호흡으로 정권의 차원을 넘어서 접근해야 함을 주장해왔다. 대입제도는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운영에 국한해서 제도개편을 시도하는 경우 전체 대학교육과 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의도하는 공정성 강화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대학교육이 학생의 성공, 미래가치창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축적이 없이 제도개편을 서두르는 경우 대학교육의 발전, 그리고 나아가 인재대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대입제도는 중학교 입학 이전부터 학생과 학부모의 준비가 이루어지는 게임의 규칙이다. 이에 대입제도의 방향성은 미래교육이라는 비전과 대한민국 공동체의 포용성 제고를 위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접근해야 진정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금은 대입제도개편과 관련해서 집권 초기 공약을 재구성해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국정목표, 국정전략을 중간평가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다양성과 수월성을 강조하고 기초학력을 튼튼히 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던 교육개혁의 토대를 균형 잡는 차원에서 현 정부에서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을 내걸었다.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위해 대입전형 간소화,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과 3년 6개월의 대입정책예고제를 강조했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가 대안 마련을 국가교육회의에 위탁했고,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숙의 민주주의를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정시와 수시 비율 등 개편안을 마련하려고 했다. 이 위원회의 결론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획일적인 단기 안 마련은 어려우며 중·장기 개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고, 당연히 대입개혁은 이의 연장선상에서 접근돼야 한다.

대학입시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야 하는 원칙은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책임은 대학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모집정책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 관련 비리가 있는 경우 그 대학은 확실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기주도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탄력적 적응능력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AI)시대를 살아갈 미래 인재를 선발하는 데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제도를 정하고 이를 대학에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같은 논리로 교실혁명, 공교육혁신을 위해서는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사립학교가 공존해 자유와 창의가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 입시비리가 무서워서 모든 고등학교를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21세기형 학습혁명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자사고가 사회 이동성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소외계층 자녀에게 보다 더 개방하는 동시에 자사고가 일반고와 경쟁하면서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여서 모든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교육이 사회 변화를 이끌려면 모든 학교의 자율을 존중해야 하며, 이는 대학입시 개편의 푯대가 돼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장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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