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장관입니다"… 法·檢, ‘조국 통화’ 놓고 진실공방 [국회 대정부질문]

관련이슈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

입력 : 2019-09-26 23:00:00 수정 : 2019-09-26 23:45: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法 “정경심 쓰러져 전화 건네” / 檢 “쓰러진 적 없어 순 거짓말” / 법무부 “119 부를지 논의까지 해” 설명 / 검찰 “압색팀 도착 몇 분 사이 벌어진 일 / 영장 집행위해 변호인 기다리고 있었다” / 曺 먼저 “장관입니다”… 검사는 관등성명 / 법조계 “수사 살살 해달라는 말과 같아”

“장관입니다.” “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 ○○○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3일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러 갔을 때 이뤄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자택에 진입하자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압수수색팀 팀장인 A부부장검사에게 ‘양해도 없이 기습적으로’ 휴대전화를 건네준 직후 이뤄진 대화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팀장이) 자기도 모르게 ‘특수2부 검사 ○○○입니다’라고 반사적으로 말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팀장은 조 장관에게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대면서도 정 교수와 팀원들을 의식해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고 한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조 장관과 팀장 간 통화는 1분30초에서 2분 정도 이뤄졌다. 정 교수가 압수수색팀에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한 뒤였다. 조 장관은 통화에서 “와이프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여러 차례 반복했다. 팀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응대했다. 검찰은 “부적절한 걸 알지만 ‘현직 장관이 이러시면 안 된다’고 어떻게 말했겠나”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검사는 “이건 좀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악화 일로 法·檢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밤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기 위해 승용차에 올라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전례 없이 압수수색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이유는 법무부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해서다. 법무부는 이날 “정 교수가 당시 쓰러져 119를 부를지 논의까지 한 상황이었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통화는 남편으로서 한 건데, 이건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 교수가) 횡설수설하고 말도 못하니 수사팀장과 장관이 통화했던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 변호인은 압수영장을 확인 중이었고, 배우자는 옆에 있다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를 부르려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자택 앞에 대기 중인 상황이 부담돼 자택에 머물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법무부 설명에 검찰은 “순 거짓말이고 허위”라며 반발했다. 애초 쓰러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팀이) 도착해서 불과 몇 분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쓰러지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냐”면서 “들어가서 영장 제시하고, 변호사가 오면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기다리고 있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허위로 해명을 하면 안 되는 거다. 이러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례 없는 법무부와 검찰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자 법조계에선 “조 장관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한 검찰 간부는 “이런 게 검찰에 대한 압력 아니겠냐”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정 교수의 남편인 동시에 법무장관이기도 하다”며 “그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할 말은 많지만 아끼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장관 자리에 있으면서 가족을 거론하며 신속하게 해달라는 건 한마디로 ‘살살’해 달라는 말하고 똑같다”고 했다. 검찰의 반발이 터져 나오자 법무부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정 교수가 힘든 상황에 있던 건 맞는 것 같다”면서 “정 교수가 설령 쓰러지진 않았더라도 그 정도로 힘든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한숨지었다. 일각에선 조 장관의 행위가 개별 사건 수사에 대해 법무장관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 위반이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2014년 6월 검찰이 세월호 참사 수사를 위해 해경을 압수수색하자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꼭 해야겠냐”며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