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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 진정한 자립 도와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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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22 21:30:00 수정 : 2019-09-22 2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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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나사함발달장애복지관 관장 / 그동안 ‘갈 곳’ 만드는데만 집중 / 20∼40대가 같은 프로그램 이용 / 노년기 서비스는 발조차 못 떼 / 부모·가족 희생 대신 선택권 줘 / 실패 해보며 경험 쌓도록 해야

“발달장애인이 그들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김유라(55) 나사함발달장애복지관 관장이 생각하는 발달장애인 지원 방향이다. 복지관 역할은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오랜 소신이다. ‘나누고 사랑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나사함 복지관은 국내에서 처음 ‘발달장애인 전용 복지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10년 전 설립됐다.

22일 부산시 남구 나사함 복지관에서 만난 김 관장은 “그동안은 발달장애인이 갈 곳이 없어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왔지만, 이제는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그렇다고 현재 발달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서비스의 수가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양적 확대를 우선하면서 질적 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라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관장이 22일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발달장애인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 발달장애인이 생애 전주기에 걸쳐 지원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현재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3만3620명. 이 가운데 학령기로 국가나 지자체의 교육 및 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19세 미만 발달장애인은 25.7%(6만2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4.3%에 달하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 직업재활시설, 거주시설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시설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수요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김 관장은 “‘갈 곳’을 만드는 데 집중해 그곳에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려웠다”며 “‘성인’이라는 분류에 묶여 20대와 40대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소한 생물학적인 측면에 맞춰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처럼 중·장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그들의 노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만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발달장애인 관련 복지서비스가 가야 할 방향은 ‘보호’가 아닌 ‘자립’이라고 김 관장은 강조했다. 대형시설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래 살던 집에서 살거나 독립해 살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는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게 소원’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사후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김 관장은 부모나 가족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고, 한 개인의 삶으로 평가해 생애 전환점 등에 물 흐르듯 국가의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탈시설’도 이와 연관이 있다. 탈시설은 발달장애인 등 취약한 사람들이 시설에 살지 않고 지역사회 일반적인 환경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취약한 사람과 어울려 사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자는 뜻도 담겨 있다.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이나 대구의 ‘안심마을’이 좋은 사례다.

‘지원주택 주거서비스’는 지적·발달장애인이 자신이 생활할 집을 스스로 선택하면 주거 생활을 독립적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주거코치를 통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안심마을은 ‘발달장애인 마을공동체‘이다. 각자의 발달장애인이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기까지의 전 생애를 마을 안에서 보낼 수 있다.

김 관장은 “자립을 위해선 ‘주거’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분양을 할 때 약간의 혜택을 주는 등 쉽게 거주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하면서 장애인이 보호자로부터 독립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공급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직무를 개발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보호’라는 명목으로 부모나 가족이 선택해 이용기관을 보내주고, 그 기관에 맞춰 생활이 결정된다”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들 역시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삶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도한 것이 ‘나사함아카데미’이다. 복지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올해 처음 도입됐다. 이용자들의 평생교육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 등을 통합해 장애인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아카데미를 이용하는 장애인 30명의 시간표가 모두 다르다. 그는 “집중도 등이 전과 다르게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본인이 선택하고, 활동하며, 표현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 본다”고 했다.

김 관장은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이 적응을 잘한다고 한다. 그들에게도 실패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우리의 역할은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끊임없이 물어보며 반응해 주는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부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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