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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공방 끝 또다시 극한대치… 20대 국회도 파행 불보 듯

관련이슈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

입력 : 2019-09-10 06:00:00 수정 : 2019-09-09 23: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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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에 빠진 정국 ‘시계제로’ / 당장 2020년 예산안 심사 진통 우려 /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여부 불투명 / ‘日 보복’ 등 관련 민생법안도 표류 / 與 “의원, 국회일정 임하는 건 의무” / 시민들 ‘기대반 우려반’ 엇갈린 목소리 / “법무장관 부인 공정한 수사 되겠나” / 서울대·부산대 학생들 촛불집회 / “檢 개혁 성과로 정당성 보여주길” / 일부 시민들 曺 임명 지지 의견도 / 시민단체들도 ‘지지’ ‘비난’ 갈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전격 임명함에 따라 정국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여야가 조 장관 임명을 놓고 한 달간 사활을 건 공방을 벌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은 야당의 고강도 대여투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서다. 벌써부터 조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특검 추진이 거론되고 있어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도 파행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 그대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대해서는 확실히 정하지 않았다”며 “다만 저희가 원내외투쟁 병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국회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할 것”이라고 고강도 원내외 병행투쟁을 예고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우리가 정의와 공정의 가치기준 속에서 뜻을 같이하는 범야권의 모든 분과 힘을 모아서 강력히 대응하기로 의견을 나눴다”고 가세했다.

여야는 앞서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9월 17∼19일), 국정감사(9월 30일∼10월 19일) 등의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했다. 대정부 질문도 오는 23∼26일 4일간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로 나눠서 진행키로 했다. 다음 달 22일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의 정부 시정연설 등의 일정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 장관 임명을 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서 ‘정권 종말’을 거론하는 등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정기국회가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대 국회는 그간 ‘법안 처리율 최저 수준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조 장관 임명에 따른 정기국회 파행이 현실화하면 이 같은 오명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정부가 제출한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애초 여당은 재정 확대로 악화하는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예산안의 ‘원안 사수’를 고집하고 있고, 야당은 대폭 삭감을 예고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도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은 지난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돼 패스트트랙 첫 관문을 넘어섰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상정 등을 앞두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를 위한 사법개혁 법안도 법사위와 행안위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여야 4당 간 입장차로 균열이 예상돼 원안 처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 경제보복 등과 관련한 민생법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 간 대립이 예상된다.

여당은 정기국회 파행 분위기에 국회만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전략회의에서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국회도 민생 바다로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의원이 국회 일정에 임하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고, 이미 합의된 국회 일정들이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에서 나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무시한 처사” vs “검찰개혁 적임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가족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9일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자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조 장관 임명 강행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했지만, 일각에선 “조 장관이 명운을 걸고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양상이다.

 

대학원생 김모(32)씨는 “진보 언론까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정도로 이미 국민 대부분은 조 장관의 위선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며 “현 정부가 전 정권하고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고 나라가 자멸할까 걱정이다. 촛불을 들고 나가야 한다”고 분개했다. 고등학교 교사 임모(34)씨도 “조 장관 임명 문제는 진영논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인이 피의자 신분이고 본인도 지금 수사대상에 있는 준피의자 신분인데 다른 부서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수 있느냐”며 “사실관계를 떠나서 가족관계증명서도 안 냈다. 그것만 봐도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수준을 알 수 있다. 입만 평등, 공정, 정의이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졸업생 김모(26)씨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20대와 30대 청년층을 무시하는 걸 방증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딸 입시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결국 임명하는 걸 보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도 조 장관 임명을 비판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국민과의 전쟁 선포’란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개, 돼지로 알고 밀어붙였다”며 “가면을 벗고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국 사퇴하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조국 교수 STOP!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집회에는 서울대 학생과 동문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문 기자

 

이날 오후 서울대와 부산대 학생들은 촛불을 들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2차 집회 이후 두 번째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조 교수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음에도 여러분이 이 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법무부 장관 지휘감독을 받는 검사 입장에서 피고인의 남편이 법무부 장관이라면 어떻게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임지현 공과대학 학생회장은 “조 장관이 그동안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자리에서 내려오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촛불을 든 부산대 학생들’은 부산대 정문 경사로에서 학생·시민 총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 장관 임명 규탄과 부산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 장관 관련 부산대 촛불집회는 이번이 세번째다. 이들은 ‘조로남불’ ‘흙수저는 학사경고, 금수저는 격려장학’ ‘국민들의 명령이다, 조국 위한 조국 사퇴’ 등의 피켓을 들고 임명 철회를 외쳤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환영' 팻말을 든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시민은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기득권 금수저라는 점 때문에 국민 감정이 안 좋은 건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민 염원이었던 검찰 개혁을 더 잘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과로 증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모(33)씨도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의혹 대부분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나온 것일 뿐 장관직 수행을 위한 결격사유라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인상”이라며 “아쉬운 부분은 있겠지만 임명된 이상 가시적 성과로 임명의 정당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구심이 들고 우려스럽다”면서 “최근 의혹으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정치적 부담은 문재인정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다른 장관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 본인과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법개혁을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검찰 개혁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미 임명된 이상 ‘찬반’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현재 수사 선상에 있는데도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만큼 청와대는 명운을 걸고 검찰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귀전·김승환·김청윤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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